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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의 형제 -상 ㅣ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2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학수 옮김 / 범우사 / 1995년 7월
평점 :
품절
이 카라마조프가의 네 형제 중 첫째인 미샤는 막내 알료사를 끔찍히 아낍니다. 그는 동생에게 말하죠. '얘, 알료사, 네가 이 세상 어디엔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내 삶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어. 내가 만일 무언가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다면 그건 다 너를 통해서야. 네가 있기 때문이야'라고요.
처음에 이 책을 읽었을 때, 미샤의 대사를 읽으면서, 그게 과연 그저 가장 아끼는 동생에게 할 수 있는 정도의 말인가, 아무리 착하다 한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헛점이 있는 미약한 인간일 뿐인 동생에게 갖는 마음치고는 너무 정도를 넘어선게 아닌가, 마치 그는 동생을 '절대선'과 같은 존재로 여기지 않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그런 절대적 믿음으로 바라볼 수 있는 그의 순수한 마음이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고, 때문에 미샤가 좋기도 했지요.
그런데 책을 처음 읽은 후 시간이 지날 수록 나는 미샤의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미샤는 동생 알료사가 완벽하고 선하다고 생각해서 그를 믿고 사랑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요. 본래 믿음이라는 건, 사랑이라는 건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건 미샤가 알료사를 그토록이나 소중히 여겼고, 그런 마음이 드물게 귀한 것이며, 그런 마음 때문에 그가 자신의 삶을 긍정하는 마음을 포기하지 않고 지켜낼 수 있었다는 사실이지, 역시 약점이 많은 알료사가 정말 그런 믿음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가 아닌가가 아닌 겁니다.
나 역시 나와 함께인 소중한 사람들을 보며 미샤가 알료사에게 했던 말과 꼭같은 말을 해주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내게 그들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얼마나 고마운 사람들인지 그들은 알지 못하겠죠. 그야 평범하고 지루한 나날 속에서 나도 가끔씩은 잊고 사니까요. 나는 미샤가 그렇듯 행복한 사람입니다. 내 삶을 구원해줄 소중한 사람들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나는 그런 점을 깨닫게 해 준 미샤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