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a Boy (Paperback)
Nick Hornby 지음 / Riverhead Books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난 읽는이나 보는이의 생각과 감정에 지나치게 개입하려는 소설과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난 단지 재미를 위해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볼뿐 교훈을 얻거나 감동을 받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내 방식대로 생각하고 느끼는 바가 있는데 생각과 감정을 강요받으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래서 난 '가시고기'를 보고서도 울음이 아닌 분노를 터뜨렸고, '지구를 지켜라'를 보면서도 웃지 않고 짜증을 냈다.

'어바웃 어 보이'의 지은이는 가볍고 유쾌하게 이야기를 진행하다가 결말에 이르러 갑자기 태도를 바꾼다. 교훈을 주어야한다는 강박감 때문에 작위적 상황을 만들고, 문장 사이 사이에 숨어서 선생님같이 근엄한 표정으로 읽는이들의 감정을 살피는 것이다. 그게 싫다. 아주 싫다.

영화는 그렇지 않았다. 보는이의 감정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상황을 이끌어나갈 뿐이었다. 소설과 영화는 결말이 완전히 다른데 어쩌면 영화의 두 감독도 나와 같은 불만을 품고 결말을 바꾸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친구가 이야기를 해주는 것처럼 가볍고 유쾌했다.

개성 넘치는 주인공들과 재치있는 문장은 참 좋았는데 지은이의 욕심이 지나쳐서 학교 수업 같은 소설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한 가지 교훈은 얻었다. 소설을 쓸 때는 선생님이 아닌 친구가 될 것. 봐, 이렇게 내 맘대로 생각하고 교훈을 얻잖아. 강요를 할 필요가 없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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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4-06-01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소설들이 영화보다 못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영화를 소설화한 작품들이지요.
'어바웃 어 보이'는 그렇지 않은 경우이면서도 영화보다 못하다고 느끼시나 보네요.
하지만 저는 영화가 너무(!!) 잘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하고 싶습니다.
정말 '어바웃 어 보이'는 그 어떤 작품보다도 성공적으로 영화화된 소설이죠.^_^

2004-06-05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메리칸 파이'를 만들었다고 해서 두 감독을 그저 그런 사람들인줄 알았는데 '어바웃 어 보이'를 보고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익살이 무엇인지 알고 유쾌한 영화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

Zweig 2007-03-31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의견도 있을수있군요...아 원작을 먼저보고나면 심지어 전 대부마져도
소설이 낳던데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성년의 날, 동생에게 선물한 책을 내가 먼저 다 읽어 버렸다. 그것도 넉 달이나 지난 후에. 사실 이런 류의 책들과 비교해서 딱히 두드러지는 교훈이 있는 책은 아니었다. 이미 다른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 것을 한 노 교수의 입으로 되풀이 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주어진 삶을 소중하게 받아 들이고 삶 자체에 솔직하며 오늘의 현실을 만끽하라.

하지만 현학적이고 화려한 수식어들로 포장된 다른 책들과 달리 이 책에서는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책을 읽는 동안 친근하게 말을 거는 노 교수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 들리는 듯 했다. 모리의 말은 오랜 시간을 우려낸 고깃국처럼 담백하고 부담이 없었다. 지금껏 내 삶을 짓누르는 것은 나를 둘러싼 현실이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바뀌어도 현실은 바뀌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변화를 거부하는 나 자신을 합리화했었다.

책을 덮으면서 얼마 전 책에서 읽은 철학 이론이 하나 생각났다. 우리가 사물을 볼 때 우리는 物 자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인식'을 통해 받아 들인 하나의 '형상'을 보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인식론'의 요체라고 한다. 나의 삶도 구체적인 공간에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마음 속에 받아 들이는 풍경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의 삶을 결정짓는 것은 '인식' 이전의 현실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 들이는 나 자신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모리가 품었던, 삶을 긍정하게끔 만드는 감성을 이제 나도 품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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