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
마쓰오카 세이고 지음, 김경균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배울점은많지만 섣부른열광은금물. 이런독서법도있다는정도. 차분히읽으며돌아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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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 이야기 - 겸손의 미덕으로 미래를 바꾼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명진출판사) 8
박근형 지음 / 명진출판사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후진타오를 알면 현대 중국이 보이는게 맞다. 티베트 침략과 동북공정까지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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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메모 달인들 - 14인 메모광들의 성공신화
최효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메모의 좋은 사례들. 단, [메모의기술2]에 있었던 실제 메모 사진들이 빠진 것은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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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5기 신간 평가단을 모집합니다.

《 5기 알라딘 "경영경제/자기계발" 분야 신간평가단 설문 》  


1.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그 이유  


가장 고생하며 읽었던 [훌륭한 인생에 관한 여섯개의 신화].
가장 좋았던 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읽느라 공을 많이 들여서인지 맨 처음 떠오르는 책.

대부분의 경영경제/자기계발 분야의 책들은 서점에서 잠시 훑어보거나 길어야 몇 시간이면 대충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이 책은 한번 읽을 때 머리 속에 내용 정리가 안되어서 다잡고 공부하는 자세로 여러 번 되풀이하며 읽어야 했다.

읽기가 어려웠던 것은 2가지 이유 때문인데, 첫 번째 출판사/인터넷서점 그리고 알라딘 신간평가단에서 분명히 인문>철학으로 분류되어야 할 이 책을 '자기계발' 분야라고 등록해놓고 배송했던 것. 뒤늦게 오류를 알았던지 3월 말에는 철학 계통으로 카테고리를 변경해놓은 서점들도 보인다.   

자기계발서로 밀고 나가려면 진짜 자기계발서 답게 내용이 잘 이해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될 수 있도록 시각적 편집에 신경을 쓰든지, 아니면 제대로 '철학책' 대접을 해줘서 요즘 공부 열기가 달아오르는 인문학 쪽으로 포지셔닝을 해줘야 마땅할 책이다. 자기계발 서적으로 알고 접근하면 질리기 딱 좋을 내용이지만, 원서의 텍스트 자체가 허접하지 않고 다양한 생각 꺼리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인문학 공부하는 분들은 상대적으로 건질 것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잘 읽히지 않았던 두 번째 이유는 당연히 책 자체의 다층적 논리 전개 구조와 많은 생각을 요구하는 내용들 때문. 서평을 고쳐 적기도 여러 번, 나중에는 서평 자체가 너무 분량이 많아져서 다시 여러 번 내용을 줄여 적어야 했던 황당한 경험을 했다. 간단하게 적자면 '6가지 신화' 자체와 '읽기 힘들었다'는 내용만 적고 끝낼 수 있겠지만, 조금이라도 토를 달기 시작하면 새로 책 한권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상당히 많은 논란거리와 압축된 내용들을 그 속에 품고 있기 때문이었다.



2.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 베스트 5권 선정은 좀 애매하여, 스테이크 굽기 등급처럼 다음 3가지로 나누었다.
 

● Well-done : 일독을 권할 만함 


 
 

 

 

 

 

 

  • 우아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지배한다 : 일관성 있고 독창적인 관점과 흥미로운 자료들, 상품성을 가짐.
  • 브레인라이팅 : 외양은 약하지만 알찬 내용. 발상법 외에 수속법 까지 정리되어 차별성 확보. 
  • 리틀 블랙북 : 유사한 주제라도 잘 소화될 수 있도록 전달하는 좋은 사례. 잘 읽히는 책 만듦새.  


◐ medium : 나쁘지 않지만 조금씩 아쉬움이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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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훌륭한 인생에 관한 여섯개의 신화 : 논리 전개가 잘 드러날 수 있도록 편집상 보강 필요. 
  • 나 같은 배우 되지 마 : 표지, 제목 변경하여 에세이로 어필할 필요 (예상외로 내용이 신선함). 
  • 엔론 스캔들 : 번역 타이밍과 표지 디자인의 아쉬움. 겉표지 변경 및 홍보전략 필요(미국판 삼성을 생각한다 등으로). 
  • 환율전쟁 : 이해를 돕는 그래픽 이미지와 용어 설명 삽입 필요. 표지 변경시 덜 권위적일 듯. 
  • 스매싱 : 재밌지만 어수선해 보임. 전체를 관통하는 확실한 키워드를 통해 내용 재정렬하면 더 좋을듯. 
  • 좋은 일은 언제 시작될까 : 예쁜 떡이 먹기 좋은 것은 아님. 카툰과 진부한 내용의 언벨런스한 2중적 출판 구상.

○ rare : 비교적 더 아쉬운... (리스팅 생략) 

 
3. 기억에 남는 책에서 한 구절 
 

   
  '존재하지 않는' 것이 '존재하는' 것을 드러내기도 한다. …… 무엇을 그만둘 것인가?  
   

- 우아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지배한다    

   
  너, 연습을 너무 많이 했구나. …… 그런 중요한 감정 신에서는 때로 지독한 연습이 독이 될수도 있어. 배우가 자신도 모르게 그 감정에 익숙해지거든.  (연기자 박신양)  
   
   
  송강호라는 배우를 보면, 평소 생활에도 말과 행동에 촌스러움이 묻어나는 것 같아. 그건 그 배우가 어떤 것에도 갇혀 있지 않고 자유롭다는 거겠지.  (감독 김지운)  
   

- 나 같은 배우 되지 마    

   
  좋은 일은 언제 시작될까? 
지금 당장 시작될 수 있다.
다만 그 전에 먼저 자신에 대한 비뚤어진 이미지부터 고쳐야 한다.
자기 자신에 관한 유쾌한 사실을 찾아내서 믿는 것은 바로 자신의 손에 달려 있다.
 
   

- 좋은 일은 언제 시작될까?    

   
  The Smartest Guys In The Room  
   

- 엔론 스캔들    

   
  장기간 지속되는, 가치 있는 행복을 원한다면 스스로 긍정적이라고 느끼기에 손색 없는 인생을 살아가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노력보다 행복을 앞세우는 것은 말 앞에다 짐수레를 매다는 일이나 다름없다.  
   

- 훌륭한 인생에 관한 여섯 개의 신화    
 


◆ 마치며...  


3달간 총 11권의 책을 받아 읽었던 알라딘 5기 [경영] 부문 신간 평가단을 드디어 마칠 때가 되었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책"을 받아 내 것으로 소화하고 서평을 올린다는 것.  

지금까지는 대체로 "내가 원하는 책"을 골라서 서평을 올리고 평가를 해주거나 추천을 해왔기 때문에 연속으로 3달간 이런 일을 해본다는 것은 비교적 새로운 경험이었다. 요즘 많은 기업체에 보급되어 있는 "독서대학" 프로그램 같은 경우에도 일정 범주 내에서 '자기가 원하는 책'을 고를 수 있기 때문에, 5기 알라딘 서평단을 신청하면서 가장 마음에 걸린 것은 '내가 원하지 않는 책이 오더라도 빠듯한 시간을 쪼개어 괜찮은 서평을 올릴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3달이 지나서 돌아보니, 서평단의 다른 분야에 비해서도 유난히 이번 5기 [경영경제/자기계발] 분야에는 소위 '베스트셀러'라는 책들이 별로 선정되지 않았던 것 같다 (책을 보내주신 출판사쪽에는 미안한 말씀이지만 ^ ^;). 초기에는 '혹시나 저 신간이 서평단 도서로 선정되어 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일부러 책을 사지 않고 기다려본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구글드]나 [삼성을 생각한다], [식스 픽셀], [그 개는 무엇을 보았을까] 등등...  

[문학]이나 [인문] 분야 쪽에는 호기심이 동하는 신간 베스트셀러들이 수시로 등장했기에, 심지어 [경영경제/자기계발] 분야의 책이라 할 수 없는 책들이 [경영]분야랍시고 보내져 올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더욱 황당함을 느끼곤 했다.  

신간평가단에 지원한 동기가 단순히 '공짜로 책을 받고 싶어서'라거나 '베스트셀러' 그 자체에 욕심이 있었다면 아마 중간에 활동이 흐지부지하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읽고 싶은 책을 읽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생소한 책, 때로는 에세이나 윤리철학, 어설픈 심리학, 소설책 같은 기업이야기 까지 [경영] 분야라며 읽고 서평을 써야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번 평가단의 개인적 지원 목적이 "생소한 자료에서 핵심을 잡아내는 연습"이었기 때문에 돌아보면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 전혀 예상치 못한 책들, 잘 모르는 분야의 책들을 만났을 때에도 제한된 시간 내에 핵심을 파악하고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서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글로 옮기는 연습.  정말 바쁠 때에는 '시간부족'을 핑계로 대충 때우고 넘어가고 싶은 적도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 큰 차질 없이 내 감상과 생각을 약속된 일정에 맞추어 올릴 수 있었기에 깊이 있는 글쓰기는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괜찮았던 경험이라 자평하고 싶다. 

이번 봄부터 당분간은 '읽고 싶은 책'이 아니라 '읽어야만 하는' 자료들을 더 많이 접해야 하기 때문에 6기는 아예 신청하지 않았다. 3달간 별달리 출판사쪽의 눈치를 본 것은 아니지만, "신간서평단" 딱지를 떼면 조금 더 자유로운 기분으로 서평을 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신간평가단 활동 그 자체보다는 알라딘 서재에 자주 들락거리다 보니 여기서 활동하는 실력있는 알라디너들을 더 많이 알게 되었다 점이 더 큰 수확이었던 것 같다. 오프라인에서도 유명한 몇 분들은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알라딘에서 파워블로거로 선정되지 않은 실력파라든지 나름의 독특한 시각을 가진 분들까지 알게 된 것은 분명 신간평가단 활동을 통해 얻은 부수입이라 할 만하다.

그동안 5기 신간평가단을 지원하고 관리하느라 애쓰셨을 알라딘 담당자분들에게도 감사의 말씀 드리며, 여러 사람에게 '부족했던 점'으로 지적된 사항들은 차근차근 개선되어 계속 발전하는 신간평가단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다음 번에는 좀 더 성실한 자세와 마음으로 알라딘 신간서평단에 다시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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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론 스캔들>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엔론 스캔들 - 세상에서 제일 잘난 놈들의 몰락 서돌 기업 다큐멘터리 시리즈 1
베서니 맥린.피터 엘킨드 지음, 방영호 옮김 / 서돌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처음 이 책을 받아들었을 때는 좀 암담했다. 등장인물 소개만 8페이지에 달하는, 797페이지짜리 묵직한 양장본 '기업 보고서'라니. 띠지도 없이 배달된 누렇고 검은색의 겉표지와 그 위에 박힌 '스캔들'이라는 단어까지 한눈에도 뭔가 '구리다'는 느낌을 팍팍 풍겨주기에 충분했다 (표지가 유명한 엔론 본사인 Death Star의 실루엣이라는 걸 알아차리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렸다). 

"엔론(Enron)"이라는 기업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지금은 파산한 미국의 에너지 업체라는 정도 외에는. 제대로 책을 읽기 위해 웹서핑을 해보니 2001년에 여차저차한 이유로 부도가 났고(그 비하인드 스토리가 바로 [엔론 스캔들]의 주된 내용), 이 책이 나와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2003년, 책과 관련된 다큐멘터리 영화가 나온 것이 2005년(도빌 영화제 카날 플뤼상 수상, 2006년 아카데미상 노미네이트), 한국에 번역 출간된 것이 2010년이니 조금 늦게 소개된 감은 있다.    

삼성을 '한국의 엔론'이라고 묘사한 기사는 물론, 부도 사태의 원인을 분석한 수 많은 자료와 인용문을 웹에서 찾을 수 있었다. 엔론이 미국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최고의 인재들을 보유했던 회사라는 사실은 이 과정에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GM이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같은 곳만 그런줄 알았다 ^ㅅ^;), 이렇게 쟁쟁한 두뇌들을 데리고 있으면서도 경영진의 부정행위로 지탄을 받았다는 점이 지금의 삼성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당연지사. '그럼, 이 책은 미국판 [삼성을 생각한다]란 말인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새삼스럽게 '미국기업 엔론'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묵직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이야기

늦은 밤, 엔론 사장의 비극적인 자살로 시작하는 본문 내용은 무서운 음모로 가득한 범죄 영화의 도입부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이어지는 내용들은 정말로 몇 시즌짜리 드라마나 흥미진진한 다큐멘터리를 지켜보는 느낌이었다. 등장인물 정리만 8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대부분 본문에 등장하는 시간 순서로 앞부분에 정리되어 있어서 삼국지나 무슨 대하소설을 볼 때 처럼 헷갈릴 때마다 뒤적거리며 읽다 보면 어느새 훌쩍 시간이 지나있곤 했다.  

두꺼운 분량에 질려 간단히 요약한 책 내용만을 원한다면, 우선 출판사가 제공한 "책소개""리뷰"를 권하고 싶다.

사실, 엔론의 몰락에 대해서는 700페이지가 넘는 소설 형식의 이 책보다 경제신문의 기사나 인터넷 상의 다른 자료들이 더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하고 있다. '무늬만 에너지 기업'인 엔론이 한때는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 중 7위에도 올랐던 진~짜 엄청난 자본력의 기업이었고, 어떠한 성장 과정을 거쳤으며, 무슨 이유로 몰락했는가 하는 대략의 '줄거리'는 그런 기사나 출판사 책소개를 그대로 베껴쓰는 것이 나을 것이다. 하지만, '요약본' 내지 '줄거리'만 읽고 넘어간다는 것은 진정한 독서의 즐거움 포기하는 일이라는 것이 당연한 상식 아니겠는가? 특히나 이렇게 '소설같은' 책의 경우에는. ㅎㅎ;

대기업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실물 없이도 어떻게 막대한 자본을 움직여 이윤을 낼 수 있는지, 교묘한 회계상의 조작과 그 치명적인 결과, 로비에 의한 기업과 정치권/언론의 유착, 실질적 발전보다 자기도취에 빠진 CEO와 경영진, 자기 사업에 대한 잘못된 비전과 도덕성이 기업을 어떤 길로 이끌고 갈 수 있는지를 이 책은 방대한 자료와 인물들을 내세워 구구절절 이야기 해주고 있다 (이런 식으로 풀어서 정리한 기자들이 대단하다). 무엇보다, 윤리의식과 책임의식이 부족하다면 최고의 인재와 정보, 자금력을 가진 세계적 초일류 기업이라도(삼성은 한창 때의 엔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내부에서 곪아 하루 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는 엄연한 사실밤새워 미드를 보고 난 것 같은 재미와 얼얼함으로 전달해 준다.  

얼핏보면 엔론의 두 최고경영자인 '제프리 스킬링(제프 스킬링)'과 '케네스 레이(켄 레이)', 그리고 재무책임자인 '앤드류 파스토우'의 3명이 이 범죄극의 주역을 맡은 것으로 보이지만, 일련의 사태들이 벌어질 동안 이에 동참하거나 방관, 또는 무책임하게 대응한 엔론의 수많은 임직원들과 월스트리트의 분석가, 투자자, 은행들, 회계사들, 정부와 언론들이 모두 '주요 등장인물'이자 공범임은 책을 읽다보면 따로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

서술적인 전개의 특성상 '기업 보고서'라기 보다는 '대하소설'에 가까운 이 책은 기업체 종사 경험이 있거나 금융/경영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좀 더 흥미를 가지고 쉽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두근거리는 남녀간 로맨스나 잘생긴 재벌아들의 등장, 출생의 비밀 같은 요상한 반전 따위 없이 분식회계라든지 기업인수, 로비, 주가조작 등 금융과 기업 경영에 대한 비정하고 돈 세는 이야기들만 잔뜩 나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재미있다는 것이 이 책이 가진 놀라운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이에 대해 언급한 수많은 외신들의 리뷰를 보라).

당연히, 금융이나 재무쪽 종사자들에게 일독을 권할만 한데, 평소에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두꺼운 책을 권한다는 건 조금 말이 안 되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금융이나 경영에 대해 별 관심없는 일반인들이 이런 책을 소설책 마냥 흥미있게 읽기도 어려울 것 같으니.. 어쩌면 이것이 이 책 [엔론 스캔들]이 가지고 있는 딜레마일 수도 있겠다.

 
미국판 삼성을 생각한다? 

책을 보면서 자연스레 떠올랐던 것은 최근 읽었던 [삼성을 생각한다]와 [구글드],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같은 다른 책들이었다.

일류 기업이 저지른 부정을 추적 조사하여 고발한 넌픽션이라는 점에서 [삼성을 생각한다]를, 하나의 기업에 대해 온갖 이야기를 주저리 주저리 풀어냈다는 점에서 [구글드]를, 그리고 "인재경영"의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주에 번역 출간된 말콤 글래드웰의 따끈따끈한 신작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를 떠올린 것이다 (물론, 각각의 책과는 분명히 차이점이 있다).

막강한 경제력과 정보력, 뛰어난 인적 자원을 이용해 일반인은 엄두도 못낼 일들을 거침없이 저지르는 거대 기업의 모습은 엔론과 삼성을 다룬 두 책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을 생각한다]는 비리의 주범인 삼성 수뇌부에 한때 몸담았던 김용철 변호사가 쓴 일종의 내부 고발(?) 보고서인 반면, 이 책은 미국 경제지 포춘(Fortune)의 기자들이 엔론 부도 후 기업 외부에서 법정 기록, 회의록, 개인 이메일까지 샅샅이 조사하여 쓴 넌픽션 소설에 가깝다 (cf. 엔론 직원이 직접 쓴 책으로는 브라이언 크루버의 [탐욕의 실체]라는 책이 따로 있다).  

둘 다 흥미진진하게 읽힌다는 점에서는 동일한데, [삼성..]이 주로 일인칭 시점에서 비리를 고발하는 듯한 건조한 느낌이라면 [엔론..]은 인물에 대한 자세한 묘사와 사건에 대한 다양한 서술적 시점좀 더 풍부한 소설적인 재미를 준다는 차이가 있다. 또 기업 자체로 봤을 때 엔론과 삼성이 모두 '인재경영'을 엄청나게 중요시한다 점은 동일하지만, 엔론이 분식회계와 장부조작 등 주로 금융 거래를 통해 부를 확장했다면 삼성은 금융 거래 외에도 실질적인 제품 제조능력과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는 차이점도 지적할 수 있겠다 (However, 결국 삼성이 최근에 문제시 된 것도 역시 '금융'과 관련된 셈이니, 돈과 탐욕과 교만은 언제나 문제를 불러 일으키는 듯).
  

◆ "The Smartest Guys In The Room"의 의미

원서 제목인 [The Smartest Guys In The Room] 은 "the elephant in the room" 이란 관용구를 변형시켜 만든 것으로 보인다. 직역하면 '방안의 코끼리'인 이 문장은 실제로는 '모두가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언급하지 않으려거나 무시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의미하는데, 이것이야말로 "엔론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완벽한 비유 아닐까 싶다. 그렇게 머리 좋은 놈들(the smartest guys)이 그 좋은 머리를 회계부정과 장부조작에 써먹으면서 벌어진 결말이 빤히 보이는 문제점들, 그리고 엔론이 파산하기 전이나 파산한 후에도 나 몰라라 대처했던 경영진과 미국 정부, 언론, 은행과 투자자, 증권분석가, 컨설팅 업체들의 무책임한 태도까지를 단 한 문장으로 압축한 절묘한 표현이 아닐런지 (어디에도 없는 개인적 해석이지만 묘하게 말이 되지 않는가). 


냄새나는 엔론의 비리를 다뤘다는 점 때문에 구리구리한 표지를 썼는지 모르겠지만, 원서의 표지나 영화의 포스터를 봐도 한국판 표지는 '잘 팔리기 위한' 표지로서는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 (솔직히 '무척' 아쉽다). 칙칙한 표지 사진이 사실은 강남의 삼성 타운 뺨 칠 정도로 멋진 엔론 본사 건물이라는 걸 나중에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알 정도였으니... 가뜩이나 묵직해 보이는 책인데 굳이 심각하고 부패한 느낌을 표지에서부터 팍팍 풍겨서 첫인상을 흐리게 할 필요가 있을까? 최소한 겉표지만 더 세련되고 깔끔하게 바꾼다면, 해외에서와 같은 베스트셀러까지는 모르지만 '미국판 [삼성을 생각한다]'정도로 홍보되어 기업하는 사람들의 "반면교사" 삼아 널리 읽히기에 좋은 내용이라 생각된다. (분량이 좀 되기 때문에 휴가철에 나왔으면 딱 좋았을 것을.. 요즘 한창 [삼성..]이 베스트셀러이니 잘만 하면 지금이라도... ㅠ.ㅠ)   

출판사의 '책소개'에도 이미 잘 언급되었지만, 이 책은 오래 전에 벌어진 잘 모르는 먼 나라의 기업 이야기가 아니라 "아직도 세계 곳곳, 그리고 바로 우리 곁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기업 비리를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의의를 가진다. 여기서 다뤄지고 있는 "기업경영, 모럴해저드, 분식회계를 비롯한 부정한 회계 처리, 정경유착 등은 엔론에 이어 최근 리먼브라더스, 닛코, 시티그룹, 골드만삭스에 이어지며 전 세계를 경제 불황과 금융위기에 몰아넣은" 반복적 스토리라 할 수 있다. 무리한 사업 확장과 회계조작, 로비를 통한 정경유착, 기업의 도덕적 해이는 우리나라 기업들도 마찬가지일 뿐만 아니라 사업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주칠 수 있는 유혹이 아니던가?

엔론의 "인재경영의 허울"과 "정보 과다의 위험"에 대해서는 말콤 글래드웰의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에서도 두 개의 chapter를 동원하여 꽤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그 부분을 읽고나서 다시 [엔론 스캔들]을 들여다보면 소설 같은 실화 속에서 달리 보이는 것이 또 있을 것이다. (내용을 대충 알고 싶다면 링크된 다음 기사 참고→ "인재경영 몰입하다 쪽박 찬 기업?" - 2010.3.26. 한겨레신문)

첫인상과는 달리 의외로 흥미진진한 이 책을 읽고 나면, 아마도 동명의 다큐멘터리 영화까지 구해서 보고 싶은 분들이 많을 것 같다. (제보(?)를 기다립니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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