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초여름이 정말 좋아. 햇빛이 쨍쨍하고, 적당히 습기를 머금은 부드러운 바람이 불고, 하지만 공기는 아직 후텁지근 하지 않고..... 그런 날에는 해가 지면 할 일이 없어도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해져 밖으로 나오게 돼.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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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세상에서 빠져나가 온종일 오로지 아름답기만 한 세상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속임수가 과연 가능한 것일까?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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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이랑은 내가 호주로 떠나는 날, 인천공항에서 공식적으로 헤어졌지. 그날 지명이가 자기 아버지 차를 몰고 와서 나를 공항까지 바래다줬어. 지지리 가난한 우리 집은 다섯 식구가 사는데도 자동차 란 대가 없었어.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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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각자 자기 자리를 찾아 네 방향으로 흩어지고 나자 마침내 완벽한 고독으로 충만한 하루를 시작하며 짐을 벗듯 가벼운 마음이 된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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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지난 몇 주 동안 형이 죽은 뒤 처음으로 내 삶이 방향을 잡았다고 느끼게 해준 일들을 지나오고 있었다. 지원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보고, 훈련을 받고, 뉴욕 주 운전면허 시험을 통과하고, 지문을 등록하고, 근무복 제작실에서 미술관의 재단사가 내 치수를 재고... 그리고 마침내 이곳에 도착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 내가 한 유일한 일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망을 보는 것. 두 손은 비워두고, 두 눈은 크게 뜨고, 아름다운 작품들과 그것들을 둘러싼 삶의 소용돌이 속에 뒤엉켜 내면의 삶을 자라게 하는 것. 이는 정말 특별한 느낌이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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