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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구트 꿈 백화점 (50만 부 기념 드림 에디션) -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ㅣ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0년 7월
평점 :
품절
지겨운 속세에 지쳐서, 판타지 소설을 또 읽고 싶었다. 얼핏 보면 유치해 보이고 진부해 보이나 (약간은 뻔한 스토리일 수는 있다.) 잔잔한 울림과 깨달음을 주는 책이라 정말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스토리는 "꿈 백화점"이라 불리는 판타지 세계와 현실 세계를 넘나들며 진행이 된다. 잠들어야만 갈 수 있는 꿈 백화점은 5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의 층마다 특색이 있어 이를 읽고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었다. 꿈을 팔기도 하고 가장 많이 팔린 꿈 제작자에게 상을 주기도 하는 과정이 유쾌하기도 하고 신선한 요소도 담고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그러면서도 여러 종류의 꿈을 바탕으로 다양한 소재들을 다루고 다양한 주제에 대해 생각을 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
32p - 왜, 푹 자는 것만으로도 어제의 근심이 눈 녹듯 사라지고, 오늘을 살아갈 힘이 생길 때가 있잖아요?
232p - 모쪼록 일한 만큼 충분히 주무세요. 오래 노래하고 싶다면요. 숙면은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준답니다.
정말 기본적인 것이지만 기본적이기 때문에 너무나도 소중한 것.. 간호학과 오고 나니 숙면이 얼마나 위대하고 소중한 지를 알게 되었다(ㅠㅠ). 교대 근무를 하게 되면 잠을 쪼개잘 수밖에 없고 푹 못 잔다. 그리고 나는 혈당도 혈당이지만 본래도 잠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다. 흑.
114p - 목적지요? 사람은 최종 목적지만 보고 달리는 자율 주행 자동차 따위가 아니잖아요. 직접 시동을 걸고 엑셀을 밟고 가끔 브레이크를 걸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제 맛이죠. 유명 작가가 되는 게 전부가 아닌걸요. 전 시나리오를 쓰면서 사는 게 좋아요. 그러다가 해안가에 도착하든 사막에 도착하든 그건 그때 가서 납득하겠죠.
'당신의 미래가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에 대한 대답이었다. 나도 내 미래를 보고 싶지는 않다. 혹여 실망하거나 두려워지거나 아니면 좋은 미래를 보고 나태해질 터이니. 미래는 지금부터 만들어나가는 거라고 생각하고 적당히 열심히 현실을 살아나가야지!
144p - 가장 힘들었던 시절은, 거꾸로 생각하면 온 힘을 다해 어려움을 헤쳐 나가던 때일지도 모르죠. 이미 지나온 이상,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랍니다. 그런 시간을 지나 이렇게 건재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손님들께서 강하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중략) 하긴, 모든 심리 치료는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서부터 시작한다는 말도 있으니까, 영 일리가 없지는 않은 것 같네요.
146p - 하지만, 잊지 마세요. 손님들께서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것들을 이겨내며 살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는 순간 이전보다 훨씬 나아질 수 있죠.
147p - 어느 날 문득 이깟 꿈 따위에 동요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그는 이미 멋지게 전역했으니까.
(중략) 그리고 그 꿈을 이미 견뎌낸 이상, 그건 더이상 트라우마가 아니라 그의 업적이라는 걸 깨닫는 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153p - 과거의 어렵고 힘든 일 뒤에는, 그걸 이겨냈던 자신의 모습도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 우린 그걸 스스로 상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단다.
가장 힘들었던 시절을 꿈으로 다시 만나는 것은, 마냥 좋지 않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나쁜 일만은 아니라는 것. 힘들었던 때를 용감하게 직면하고 받아들이고, 무너지지 말고 앞으로 나아나가야지.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걸 헤쳐왔는데 앞으로는 못할 게 뭐야? 하면서. 그리고 잘 해내온 나에게 토닥토닥해주면서 :).
215p - 어린 저는 자유의 불완전함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중략) 정도와 형태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생명은 제한된 자유를 누립니다.
216p - 여러분을 가둬두는 것이 공간이든, 시간이든, 저와 같은 신체적 결함이든, 부디 그것에 집중하지 마십시오. 다만 사는 동안 여러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데만 집중하십시오. 그 과정에서 절벽 끝에 서 있는 것처럼 위태로운 기분이 드는 날도 있을 겁니다. (중략) 하지만 절벽 아래를 보지 않고, 절벽을 딛고 날아오르겠다고 마음먹은 그 순간, 독수리가 되어 훨훨 날아오르는 꿈을 완성할 수 있었죠.
어떤 생명이든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다. 누구든 완벽할 수도 없다. 불완전한 나의 모습에 집착하지 않고 내가 가진 온전한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알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것일수록 머리에 잘 새길 것!
244p - 남자는 최근 들어 사는 게 따분했다. 연애도 하고 있고 직장에서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지만, 일어나 눈 뜨고 출근하고 매일 같은 장소에 갔다가 항상 보는 사람들만 보다가, 점심시간엔 늘 똑같은 얘기만 하다가 야근하지 않으면 다행이라 생각하고 집에 오는 삶, 그리고 쏜살같이 지나가는 주말의 반복이, 참을 만한 고문 같다고 느껴졌다.
사실 남자는 지금 생활에 대단한 불만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다만, 조금 더 특별할 순 없을지 못내 아쉬운 것이다.
249p - 남자는 꿈속 자신의 모습이 아직 눈앞에 잔상으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텔레비전 속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얼굴과 이상하게 겹쳐 보였다.
250p - 페니, 나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방법에는 2가지가 있다고 믿는단다. 첫째, 아무래도 삶에 만족할 수 없을 때는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두 번째 방법은, 쉬워 보이지만 첫 번째 방법보다 어려운 거란다. 게다가 첫 번째 방법으로 삶을 바꾼 사람도 결국엔 두 번째 방법까지 터득해야 비로소 평온해질 수 있지. 두 번째,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족하는 것. 정말 할 수 있게 된다면, 행복이 허무하리만치 가까이에 있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지.
지금 나의 삶도 따분하게 느끼고, 앞으로의 삶도 따분할까 봐 걱정이 된다. 따분한 인생, 험난한 인생보다는 낫겠지만 따분한 건 따분한 대로 지겹다 :(. 하지만 내가 따분하게 느끼는 삶이 누군가에겐 선망이 되는 삶일지도. 보기에 좋아 보이는 삶이 그 사람에겐 지겨운 삶일지도. 자신의 삶에 만족하기보다 타인의 삶을 부러워 하기란 너무나도 쉽다. 쉬운 함정에 빠지지 말자.
267p - 할머니의 인생은 뭘 위한 것이었을까. 일찍 태어났다는 이유로 이 좋은 세상 한 번 마음껏 못 누려보고 가신 할머니의 삶은 대체 뭐였을까.
왜 이 책에서도 눈물을 펑펑 흘리게 하는 건지.. 돌아가신 할머니와 요절(요절이라 하기에도 한참 어린)한 아이와 꿈에서 만나는 이야기는 너무나도 울컥하다. 본 책인 달러구트 꿈백화점은 명랑한 은둔자라는 책이랑 병렬 독서를 했는데, 명랑한 은둔자 책이 너무나도 감성적이고 펑펑 눈물을 뺄 수밖에 없어서 이 책을 읽을 때만큼은 마음을 추스르고 평화를 찾기를 바랐는데 말이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할머니의 인생이 나에게는 아빠의 인생으로 읽혔다. 우리 아빠가 돌아가시진 않았지만 너무나도 고생만 한 것 같아서. 우리 아빠도 좋은 세상을 많이 누렸으면 좋겠다. 내가 누리게 해줘야 할 텐데.
꿈은 꿈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신비하고 몽환적이다. 그리고 정말 신비한 힘이 깃들어있는 듯하기도 하다. 보통 꿈은 일어나서 몇 시간만 지나도 잊히기 마련인데, 몇 달 전 꾸었던 절대 잊을 수 없는 꿈이 생각난다. 그 꿈은 나에게 해답을 주었다. 꿈속에서 일어난 일은 나도 몰랐던 내 진실된 감정을 알게 해주었고, 내가 '어떠했으면 좋겠다' 라고 했던 생각이 사실 내가 바라지 않는 것임을, 잘못된 생각임을 알게 해주었다. 내가 바랐던 일이 막상 발생하니 나는 처참히 무너졌기 때문이다. 해소되지 않은 스트레스가 많았던 그 당시, 꿈에서 깨자마자 많이 울었다. 그리고 뒤늦게 깨달은 후 그 문제는 다행히도 혹은 바보 같게도 더 이상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지난날의 내 행동이 후회가 되지만 그땐 몰랐으니까 어쩔 수 없었겠지. 그러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앞으로는 이런 마음이 들지 않도록 잘 살피고 잘 알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