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베이비
정은형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가장 로설같지 않은 로설이었습니다. 한번 읽은 로설은 두번다시 읽지 않는 나로선 드물게도 두번을 읽은 소설입니다. (특히 국내 로설중 두번 읽은 책은 이소설이 첨입니다.)  솔직히 시간을 건너뛰는 묘사로 따라잡지 못한 감정이 못마땅해 한번 더 읽었지만 여주의 가슴시린 아픔을 두번째도 느낄 수 있을까 해서 두번을 읽었습니다만 예. 역시 두번 읽어도 같은 아픔이 느껴지더군요. 절제된 여주의 표현못한 절규가 남주의 눈물로 사그러드는 마지막이 참 좋더군요.


스토리는 좀 파격적입니다. 여주의 처지가 매우 딱하죠. 강간으로 임신된 여주는 모친의 방치로 여섯살까지 학대당하면서 자랍니다.  같은 집에 사는 사촌의 동정으로 어린 남주에게 구출(?)된 여주는 남주의 부모가 불쌍하게 여겨 남주와 남매처럼 자랍니다. 험한 출생으로 힘들게 살것을 두려워한 남주의 부모는 어느 재벌가의 서자에게 여주를 맡기려합니다. 그 서자는 소문만 바람둥이이고 실상은 한여자만을 줄기차게 사랑하는 사람으로 여주를 거부합니다. 남주는 여주에 대한 사랑을 감추기 위해 밖으로 떠돌지만 결국 여주를 선택하고 결혼을 강행합니다. 둘은 그럭저럭 서로를 아끼며 신혼을 시작합니다. 남주는 여주가 좋아하는 것을 단지 다칠까봐 상할까봐 금지시키고 여렸을 때 부터 감저표현을 잘 하지 못하는 여주는 시키는대로 살아갑니다.    재벌가의 아들로 오만하게 자란 남주는 여주와 약혼했던 서자를 만나 깔보는 눈초리로 멸시하다가 발끈한 서자로부터 오해의 소지가 될만한 소리를 듣고 그대로 믿어버립니다. 지금 여주가 임신한 아이가 서자의 아이라고 믿어버린 남주는 오만한 자존심으로 여주를 다그치고 혼자 결론내고 입을 다물어버립니다. 오해받은 여주는 식구들과 남편으로부터 외면당하면서도 버림받기 싫어 꿋꿋하게 버팁니다. 내아이는 사랑받으며 키우리라는 집념으로 시어머니의 멸시와 시누이의 임신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모두 이겨냅니다. 크리스마스파티가 있던 날 남주는 서자와 다시 마주치고 둘은 주먹질을 해댑니다. 괴로운 남주앞에 서자의 연인이 나타나 충격적인 발언을 해주지요, 당신의 오만함이 서자의 비뚤어진 심정을 끌어내어 자기도 모르게 오해를 부른 말을 한거라고요. 남주는 이 황당함에 어찌할바를 모르고 아내앞에 서지만 차마 미안하다 오해였다 말하지 못합니다. 그렇게 말하기엔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 너무 크니까요. 망설이는 남주는 동생의 산기로 부인은 집에 둔채 병원으로 향합니다. 그사이에 여주는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결국 하혈을 시작하게 됩니다. 때마침 내린 눈으로 119에선 차를 보내지 못한다고 하고 전화할 곳 없던 여주는 결국 서자에게 전화를 합니다. 남주와 서자, 그의 연인과 주치의, 이들은 동시에 집에 도착하고 하이얀 카펫위에 피를 흘린채 누워있는 여주를 발견합니다. 아이는 사산한 채 태어납니다. 부모들은 오해앞에 태어난 귀한 손자의 죽음과 자신들의 잔인함에 오열하고 서자는 그들앞에 무릎꿇고 엎드립니다. 남주는 말없이 아내곁을 지킵니다. 죽은 아들을 안아본 남주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혼자 괴로워합니다. 동사무소에가서 출생신고와 사망신고를 한 남주는 유학을 위해 등본을 떼어본 아내에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아들을 안아본 느낌을 떠듬떠듬 이야기합니다. 헤어지려던 둘은 다시한번 서로를 끌어안고 안아줍니다. 그리고 5년후 다시찾은 한국에서 여주는 그동안 자신을 밀어내기만했던 생모와 화해의 눈으로 서로를 보게 됩니다.


좀 감성적으로 썼는데 아마 이 책을 읽어보시면 저랑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오해가 극에 달하도록 말못하는 여주의 심정, 임신으로 인해 먹고싶던 오렌지에 대한 갈망,  병원에서 퇴원하고 조용했던 여주가 부모님께 죄송하다고 사죄드리는 모습.. 모두모두 가슴을 저리게 하더군요.   극단적인 여주의 출생이나 남주의 심한 오해도 눈에 거슬리지 않았던 수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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