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영원에서 와서 순간을 살다 다시 영원으로 돌아간다는 문장을 책을 덮고도 오래동안 묵상하였습니다. 근래 보기 드문 인문학 깊이와 학부 때 1학기 배운 라틴어 수업을 떠올리도록 만든 훌륭한 책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수업이 한동일 교수님의 수업처럼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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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나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4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카멜레온의 그 정지 화면같은 모습이나 움직임 속에서 부지불식간에 색깔을 변화시키는 마술같은 글 솜씨로 인간의 보편적인 ˝공명심˝과 ˝품위˝가 역사적인 사건과 만날 때 때로는 위대한 것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매우 어리석고 하찮은 인간의 맨얼굴을 이렇게 물 흐르듯 쓸 수 있는 작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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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나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4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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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에 대한 화려한 수상이력보다 혹은 영미권 소설 분야에서는 나름 셀럽이라는 수식어보다 
그저 나에게 다가온 것은 저 제목이다.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한데 
어느, 
잠도 오지 않는, 
새벽에 가까운 시간에 틀어본 TV에서 방영하던 영화였는데, 
앤소니 홉킨스와 에마 톰슨이 나오길래, 
믿고 보는 배우들이니, 
게다가 분위기가 내가 좋아하는 20세기 초, 영국의 저택을 배경으로 하는,
대사도 많지 않고, 화면 바뀜은 더더욱 많지 않고, 
등장인물들의 행동도 그리 튀지 않지만, 
나에게 다가오는 건 배우, 
그 중에서도 앤소니 홉킨스의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자세나 행동, 
절제 있는 대사와는 달리, 
중간 중간, 
마치 정지 화면인 양, 
화면의 그늘진 어느 구석에서인가 멈춰서 있는 
그의 얼굴 위에 드리워지는 그의 사고의 편린들이 내 마음을 쥐었다 놨다 했다. 
그를 제외한 모두가 아는, 
분명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여자 주인공을 향한 그의 마음. 
그만 알 수 없는 채로 그 마음을 알아채는 순간 더 이상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없기라도 하는 양, 
직무와 사랑을 같은 선상에 올릴 수 없다는 주인공의 그 무서운 절제력과 단호함이 깃들어 있는 
그의 연기가 
내 맘을 흔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 하게 
작년 노벨상 수상자의 저작 중에 이 영화의 원작이 있음을 알고 보게 된...... 
소설은 더 좋았다. 

영화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1인칭 시점의 소설. 
그렇기에 상대방의 생각이나 의도를 알지 못 한 채, 
아니 거기에 더 해 자신의 생각이나 진짜 마음도 알지 못 한 채, 
그저 이렇다. 혹은 이래야만 한다는 식의 당위와 자기 확신만을 지닌 채 전개되는 소설의 문장들은 정말 “마술 같은 솜씨”라는 평이 전혀 과장이 아님을 확인하게 된다. 

이미 뻔히 그 결말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읽게 되는 그의 문장들.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인간이 반드시 입고 있어야 하는 그 “품위”가 
개인적인 실존의 삶과 어떻게 병존할 수 있는지 혹은 없는지 
무엇을 더 우위에 두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불멸이나 영원성이 아닌 “사멸 혹은 필멸”을 숙명처럼 떠받들고 사는 인간이 그나마 자기 삶에 주어진 그 모든 시간을 희생하면서 만들어 낸 [행위/작업/노동] 그 결과물에 과연 그 누가 가치 판단 [도덕적 판단]이라는 “잣대”를 드리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행위로 인해 
분명 타인의 삶과 존재 전체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한다면, 
그건 분명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이다. 마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처럼. 

작가는 그것에 대해서 주인공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지켜본다. 
마치 자신은 전혀 이 주인공과 무관하다는 듯.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의 그 사이의 엄혹했던 시간들, 
1차 전쟁에 대한 천문학적 전쟁 배상금으로 들끓고 있는 독일의 문제를 
인류애라는 지나치게 아마추어리즘과 같은 
혹은 지나치게 순수한 마음으로 행한 주인의 행동이 
오히려 “절대 악”에 의해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주인이라는 나름 “고귀한 영혼”이라는 배경에, 
자신이 섬기는 주인이 분명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것으로 보였으나 
실제 그의 생각과 사고의 그릇이라는 한계와 자기 직업 본분을 넘는 
즉 주어진 권한 이상의 것을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스스로 알리바이와 변명으로 무장하는 주인공은 
그럼에도 죽음에 앞서 자신의 과거를 “실수”였다고 고백하는 주인의 위치를 부러워한다. 

주인이 실수였다고 하면 자신의 지나온 삶과 시간, 스스로 매우 높게 평가하는 "품위"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사랑과 삶 모두를 바쳐 희생한 시간을 무위로,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고백해야 하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순간과 맞닥뜨리지만 
그는, 
그저 그 시간을 그렇게 부정할 수는 없어
그저 자기가 아직 행해야 하고 수행해야만 하는 행위들 -직업적 소명-로 또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잘 안 되지만 또 다시 유머코드를 연습해서 노력하여 
달링턴 저택의 새 주인인 미국의 주인과의 편안한 대화를 이끌어보겠다는 
바다 앞에서의 다짐으로 자신의 지나온 시간대신 
남아있는 나날을 위해 다시 선다. 

남아있는 나날.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장면은 주인공 앤소니 홉킨스가 거실로 날아든 비둘기를 
갇혀 있는 (비둘기 입장에서는) 비둘기를 창밖으로 쫓아내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창밖으로 그래서 먼먼 창공으로 자유롭게 날아가는 비둘기를 시선으로 쫓는 그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저택에 묶여 있는 그의 과거의 시간과 앞으로의 시간에 대한 
순간의 회한이랄까? 

** 덧붙임 : 소설에는 옛 주인인 달링턴 경과 미국 출신의 새 주인을 대립한다. 
매우 높게 평가되는 집사의 클럽에 속하기 위해서는 벼락 부자인 사업가 주인보다는 
오랜 전통과 신사의 품격을 지닌 귀족 출신의 주인을 모시는 것을 더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그에게 좀 더 존재의 자유로움을 선사하는 이는 귀족 출신 주인보다는 사업가 출신의 새 주인이다. 
무엇이 더 옳은지는 알 수 없지만, 비둘기를 바라보는 영화에서의 주인공의 시선은 
집사 신분의 주인공을 주인의 모든 시간과 공간에 가두어 두는 옛 주인보다는 
비록 공간 속에 갇혀있으나 좀 더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새로운 주인을 그렇게 
하나의 장면으로 보여주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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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어리 목격자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3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원은주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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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대 읽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애거서의 작품들이다. 아주 엉뚱한 범인을 지목하는게 예전엔 엄청난 트릭처럼 느껴졌는데 이제는 그런 범행을 저지른 이들의 삶의 이면이 보여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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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나무 책꽂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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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품절이라니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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