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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처럼 느긋하게 나이 드는 법 - 늘 청춘으로 산다는 것은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대니얼 클라인 지음, 김유신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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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러나 "영원한 청춘"을 지키려는 친구의 세심한 건강습관과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끊어버리는 태도가 팔팔한 노년기를 과연 몇 년이나 더 연장시켜줄까?

그런 습관과 절제로 인하여 비참할 정도로 쇠약해지는 초고령기가 연장되는 건 아닐까?

'장수'라는 허울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쾌락을 끊어야 할지 나는 여전히 의문이다.

지금 이런 쾌락을 즐기지 못한다면 언제 즐긴단 말인가?


책을 읽고 있는 동안, 마음이 편했다.

그리스 이드라 섬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마냥.


저자는 철학자처럼 느긋하게 나이들기 위해,

여유를 갖고, 좋아하는 것을 즐기기를 권한다.


에피쿠로스적 삶.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를 즐기라는 점에서는 YOLO와도 닮은 점이 있지만,

그것이 무조건적인 쾌락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쾌락'의 정의자체가 다른 듯.


에피쿠로스의 철학을 가볍게 다루고 있지만,

에피쿠로스 외의 철학도 종종 언급한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책.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책과 에피쿠로스 철학에 관한 책을 좀 더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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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밀란 쿤데라 전집 9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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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나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

남자는 사랑하는 그녀의 모습을 낯선 다른 여자와 착각한다.

샹탈을 샹탈로, 사랑하는 사람을 다른 사람들과 구분짓는

정체성이란 과연 무엇일까?


#

연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열렬히 사모한다는 '익명의 편지'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고,

심지어 연인이 선물해줬음에도 잘 착용하지 않던 목걸이를

'익명의 편지'가 언급한 이후로 착용하는 샹탈을 보며,

그의 연인이자 익명의 편지의 작성자이기도 한 장마르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쩌면 나의 정체성이라는 것은 나와 정말 가까운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 될 수도 있는 것일까?


#

이 책과 함께 '뷰티 인사이드'라는 영화를 언급한 사람이 꽤 있었다.

이 영화를 한번 보고, 그 이후에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은 책.


그 순간 나는 오늘날 사람들이 맺고 있는 우정의 유일한 의미를 깨달았어. 우정이란 기억력의 원활한 작용을 위해 인간에게 필요 불가결한 것이야. 과거를 기억하고 그것을 항상 가지고 다니는 것은 아마도 흔히 말하듯 자아의 총체성을 보존하기 위한 필요조건일 거야. 자아가 위축되지 않고 그 부피를 간직하기 위해서는 화분에 물을 주듯 추억에도 물을 주어야만 하며 이 물주기가 과거의 증인, 말하자면 친구들과 규칙적인 접촉을 요구하는 거야. 그들은 우리의 거울이야. 우리가 그들에게 요구하는 것이란 우리가 자아를 비춰볼 수 있도록 그들이 이따금 거울의 윤을 내주는 것일 뿐이야.

관습주의가 악이고 비관습주의가 선이라고 어떤 심판관이 결정했어요? 관습에 따른다는 것은 타인들에게 접근하는 것이 아닐까요? 관습주의, 이것은 모든 것이 수렴하고 삶이 더욱 밀집되고 더욱 치열한 커다란 만남이 이루어지는 장소는 아닐까요?

이 땅에 태어난 것이 행운이건 불행이건 간에 여기서 삶을 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 이 순간 내가 그렇듯 명랑하고 시끄러운, 앞서가는 군중 속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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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위한 인간
에리히 프롬 지음, 강주헌 옮김 / 나무생각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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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생산적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그의 삶, 즉 그의 신체적 조건은 물론이고 그가 인간으로서 지닌 모든 힘을 키워가고 개발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책임지겠다는 뜻이다. 생산적 사랑은 피동적인 태도와 양립할 수 없다. 달리 말하면, 사랑하는 사람의 삶을 방관하는 사람은 생산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다. 생산적 사랑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성장을 위한 수고와 배려와 책임이 있어야 한다.

인간은 숨이 붙어 있는 한 살기를 바라는 게 당연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고, 자신이 가진 것을 소비하는 것이다.


#

책을 읽는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

자칭 '한국 교육의 실패작'인 나는, 철이 빨리 들었다.

여느 첫째가 그렇듯, 부모님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것에 집중하기보다는

내가 해야만 하는 것, 잘 못하는것에 집중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랬던 내가 '고장'나 버린 건,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남들은 밥 먹는 시간도 아껴가며 공부한다는 그 시기의 나는

항상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타인의 기준에 맞춰 삶을 살아가는게 정답인걸까?


#

고민에 대한 답은 찾지 못한 채, 수능은 끝이 났고,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대학생이 된 내가 싱클레어라면, 그는 데미안과 같은 존재였고

내가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

항상 하고 싶은 것을 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좋은 대학에 가지 않으면, 대기업에 입사하지 않으면' 실패한 인생이라고만

생각해왔던 나의 고정관념을 깨뜨릴 수 있었고,

혹여나 실패한다고한들 옆에서 떠나지 않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조금 더 편하게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볼 수 있었다.


#

지금, 내 능력의 10%도 채 할애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도

인생에 큰 불만이 없는 것은, 그 사람의 공이 크다.

이전의 나였다면 하루하루가 실패자같은 기분이었겠지.

물론 지금도 그런 기분이 한번씩 내 가슴속을 파고들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그런게 아니라고,

이럴때일수록 내가 하고 싶었던 일에, 나의 행복에 집중하자고

나 자신을 다독이곤 한다.


#

지금의 내 모습이 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그 기간동안 내 옆에 있어 준 사람.

그 사람 덕분에 나는 정신적으로 훨씬 더 성숙할 수 있었다.

그랬기에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계속해서 그 사람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

가끔은 책읽기를 좋아하는 나보다,

책이라곤 1년에 한 권도 채 읽지 않는 해가 많은 그가

깊게 생각하고 넓게 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쩌면 한국의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진 나는,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린 걸지도.


이번에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읽었지만,

다음에는 사서, 여기저기 메모를 하며 읽어보고 싶다.


그리고 그 사람과도 함께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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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레오 버스카글리아 지음, 이은선 옮김 / 홍익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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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 창가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같은,

달콤한 밀크티 한 잔이 어울리는 그런 책.


'닥터 러브'라는 애칭으로 불렸다던데,

그 애칭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사랑으로 가득 찬 사람이라는 것을

책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잠깐의 휴식이 필요할 때, 삶에서 방향을 잃고 헤매고 있을 때,

누군가의 따뜻한 위로가 절실할 때 읽기 좋은 책.


주제가 무겁다거나, 읽기에 어려운 문장이 아니라서

책장이 자꾸 넘어가는 게 더욱 아쉬웠던 책.


더운 여름날, 선선한 에어컨 밑에서보다는

낙엽이 지는 가을날, 공원에서, 야외를 느낄 수 있는 테라스 카페에서

읽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


당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은

당신이라는 존재 하나뿐이다.

그러니 당신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다정하고

훌륭하고 멋진 사람으로 가꾸어라.

그러면 언제나 살아 숨을 쉴 수 있다.


운명을 바꾸려면 달라지기로 결심하고,

변화에 대한 사소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생각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고,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기보다는 구체적인 실행에 옮겨야 한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제일 멋진 내 모습을 선물하고 싶게 마련입니다.

이 말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내 안의 모든 신비로움과 개성을 계발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왜 자기 자신한테는 그렇게 하지 않을까요?


내가 아는 것만이 진실이라 생각하고,

모든 것을 그 창문을 통해 바라보려고 하면

지식은 삶을 꽁꽁 묶는 족쇄가 될 뿐입니다.

그런 식으로 고여 있어서는 발전을 할 수도 달라질 수도 없습니다.


툭 까놓고 말하자면,

우리는 모두 조금씩은 바보같은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바보같은 면을 다시 발견하고 계발해서 실생활에 적용합시다.

미친 듯이 살아봅시다.

가끔, 아주 가끔은 말입니다.

그러면 인생이 밝아질 겁니다.


남에게 뭔가 주고 싶어도 갖고 있는 게 있어야 줄 수 있는 법입니다.

아는 게 없으면 남에게 무지를 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혜를 쌓아야 합니다.

고정관념의 쇠사슬에 묶여 있으면 남에게 편견을 가르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를 쌓아야 합니다.


우리를 가까워지게 하는 것은 공통점이지만

관계를 계속 유지시켜주는 건 새로움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항상 현명하고 활기 넘치고 유쾌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가득하고 발전하고 성장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항상 예측 가능한 사람에 머무르지 마십시오.


약점은 대단한 게 아니라 나의 작은 일부에 불과합니다.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모두 다 무기력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생각을 할 때 비로소 무기력해지는 것입니다.


따분하거나 겁이 나거나 지금 서 있는 무대가 마음에 안 들면 박차고 나오십시오! 누가 여러분에게 거기 머물러 있으라고 했습니까?

제대로 돌아가는 가슴과 머리, 활발한 정신만 있으면 얼마든지 다른 무대에 뛰어들 수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 마음대로 무대를 선택하십시오.

새로운 무대를 만드십시오.

당장 지금부터 시작해보십시오.

모든 게 달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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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에서 일하며 사색하며 - 길 위의 철학자, 에릭 호퍼가 남긴 1년간의 일기
에릭 호퍼 지음, 정지호 옮김 / 동녘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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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사회철학자 에릭 호퍼. 그는 정규 교육을 받지 않고 독서와 사색만으로 독자적인 사상을 구축해 세계적인 사상가의 반열에 올랐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지금 하고 있는 일과 하고 싶었던 일이 일치한다면 참으로 좋겠으나, 그런 경우가 사실상 잘 없다는 것, 그리고 하고 싶었던 일도 '일'이 되어버리는 순간, 흥미를 잃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생업과는 별개로 자신의 관심사가 있는 것 또한 나쁘지 않은 삶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에릭 호퍼의 삶은 이상향처럼 보였다.


에릭 호퍼의 일기를 보며 처음 들었던 생각은 '이렇게까지 사소한 것조차 기록을 한단 말인가?'였다. 나였다면 간략하게 메모지에 정리하고 흘려보냈을법한 일들, 종이로는 옮기지 않고 머릿속에서 흘러갔을법한 생각들도 하나하나 정리해 놓은 것을 보며, 그리고 그러한 생각들이 모여 발전하는 것을 보며 오히려 나는 너무 쉽게 나의 생각들을 흘려보내고만 있는 것은 아닐까 반문하게 되었다.


매일매일의 생각 하나하나가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닐지라도, 하나씩 기록하고, 사색하는 과정에서 나의 생각도 성숙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책을 덮었다. 그리고 작게, 간단하게라도 나의 생각을 기록하는 습관을 갖기로 했다. 기록하고, 정리하고, 사색하는 과정을 거쳐, 나의 생각을 숙성하기 위하여.


생각하고 써온 것들을 누군가에게 얘기하듯이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1958년 6월 1일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사람은 해야 할 일을 한 가지도 하지 못할 때 외로움을 느낀다. 성장하면서 역량을 모두 발휘할 때에만 자신이 세상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세상이 집같이 편안하다고 생각한다.


대열의 선봉에 선 사람들은 많은 부분 용서가 된다. 성장하면서 미래로 급히 나아가기 때문에 결점과 약점은 일시적 현상일 뿐이다. 그러나 아무데도 가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저속함과 무의미한 성급함, 미숙함과 불성실함이 한데 어우러진 현재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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