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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위한 인간
에리히 프롬 지음, 강주헌 옮김 / 나무생각 / 2018년 6월
평점 :
누군가를 생산적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그의 삶, 즉 그의 신체적 조건은 물론이고 그가 인간으로서 지닌 모든 힘을 키워가고 개발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책임지겠다는 뜻이다. 생산적 사랑은 피동적인 태도와 양립할 수 없다. 달리 말하면, 사랑하는 사람의 삶을 방관하는 사람은 생산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다. 생산적 사랑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성장을 위한 수고와 배려와 책임이 있어야 한다.
인간은 숨이 붙어 있는 한 살기를 바라는 게 당연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고, 자신이 가진 것을 소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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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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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한국 교육의 실패작'인 나는, 철이 빨리 들었다.
여느 첫째가 그렇듯, 부모님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것에 집중하기보다는
내가 해야만 하는 것, 잘 못하는것에 집중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랬던 내가 '고장'나 버린 건,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남들은 밥 먹는 시간도 아껴가며 공부한다는 그 시기의 나는
항상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타인의 기준에 맞춰 삶을 살아가는게 정답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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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에 대한 답은 찾지 못한 채, 수능은 끝이 났고,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대학생이 된 내가 싱클레어라면, 그는 데미안과 같은 존재였고
내가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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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하고 싶은 것을 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좋은 대학에 가지 않으면, 대기업에 입사하지 않으면' 실패한 인생이라고만
생각해왔던 나의 고정관념을 깨뜨릴 수 있었고,
혹여나 실패한다고한들 옆에서 떠나지 않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조금 더 편하게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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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능력의 10%도 채 할애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도
인생에 큰 불만이 없는 것은, 그 사람의 공이 크다.
이전의 나였다면 하루하루가 실패자같은 기분이었겠지.
물론 지금도 그런 기분이 한번씩 내 가슴속을 파고들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그런게 아니라고,
이럴때일수록 내가 하고 싶었던 일에, 나의 행복에 집중하자고
나 자신을 다독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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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내 모습이 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그 기간동안 내 옆에 있어 준 사람.
그 사람 덕분에 나는 정신적으로 훨씬 더 성숙할 수 있었다.
그랬기에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계속해서 그 사람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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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책읽기를 좋아하는 나보다,
책이라곤 1년에 한 권도 채 읽지 않는 해가 많은 그가
깊게 생각하고 넓게 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쩌면 한국의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진 나는,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린 걸지도.
이번에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읽었지만,
다음에는 사서, 여기저기 메모를 하며 읽어보고 싶다.
그리고 그 사람과도 함께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