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온 편지 - 내 안의 여신을 발견하는 10가지 방법
현경 지음, 곽선영 그림 / 열림원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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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신은 자신을 믿고 사랑한다.

2. 여신은 가장 가슴 뛰게 하는 일을 한다.

3. 여신은 기, 끼, 깡이 넘친다.

4. 여신은 한과 살을 푼다.

5. 여신은 금기를 깬다.

6. 여신은 신나게 논다.

7. 여신은 제멋대로 산다.

8. 여신은 과감하게 살려내고 정의롭게 살림한다.

9. 여신은 기도하고 명상한다.

10. 여신은 지구, 그리고 우주와 연애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의 관심사가 아닌 책을 읽거나,

기존의 가치관에 반하는 책을 읽을 때는

평소에 좋아하는 책을 읽을 때보다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나에게 페미니즘 도서는 후자에 가깝다.


나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내가 삶을 살아가면서 익혀온 삶의 방식들을 

'모두 다 잘못되었어!'라고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성으로는 '그래 맞는 말이야.'라고 생각하지만

남편에게 맞으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아내처럼

쉽사리 책장을 넘길 수가 없다.


나 자신을, 지금껏 쌓아 온 거짓된 가치관을 깨 부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설령 그것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일일지라도.




지금까지 읽어 온 페미니즘 도서보다

좀 더 쉽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책의 형식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 또래의 조카 리나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이 책은

나의 이모가 보낸 편지처럼, 

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따뜻한 어른의 조언처럼 들린다.


제목은 '미래'에서 온 편지이지만, 초판은 무려 2001년이고,

더 놀라운 것은 지금 읽어도 전혀 괴리감이 없다는 점이다.


자신을 가장 가슴 뛰게 하는 일, 사랑, 오브젝트를 좇아간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해. 우리가 받는 교육, 사회의 관습들은 우리를 사회에 잘 적응하는, 사회의 한 부속품으로 잘 사용되는 무난한 사람이 되도록 만들거든. 특히 여자들에게는 더 그렇지. 거의 많은 부모들이 여자아이에게 목슴을 거는 탐험가, 신부나 승려, 목사, 서커스단의 줄타는 곡예사가 되라고 가르치진 않을거야.

무난할수록, 튀지 않을수록, 야성적으로 보이지 않을수록, 소위 말하는 좋은 '신붓감', 잘 팔리는 여자가 될 테니까 말이야.

그러나 중요한 것은 너의 삶은 너의 삶이지 부모님의 삶이 아니라는 거야. 아마 네가 살아가야 할 세상은 네 부모님이 꿈에도 못 가볼 세상일 수 있어.


그만큼 2001년부터 지금까지, 가부장제는 여전히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으며,

여성인권은 크게 향상되지 못했다는 뜻이기에,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느낀 이 책의 또 다른 좋은 점은,

저자가 직접, 각 챕터별로 챕터에 어울리는 음악,

보기 좋은 책, 영화 등을 정리해 두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을 읽고 끝날 수 있는 우리의 여정에

좀 더 진전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느낌을 받았다.



스스로 행복한 나 자신,

그리고 타인에게 행복을 전하고 세상을 치유할 수 있는 나, 그리고 내 안의 여신을 위해,

곁에 두고 흔들릴 때 마다 보기 좋은 책.


세상의 기준과 가치에 흔들릴 때,

중심을 잡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


정답을 제시하는 책이 아니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책.


가슴뛰는 나날을 위한 참고서이면서,

페미니즘 입문서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너를 가슴뛰게 하는 일, 사랑, 오브젝트를 찾아내고 그것들과 관계를 맺어갈 수 있을까? 우선 여신의 첫째 계명에서 말했듯이 자신을 믿고 사랑해야 하지. 이 말은 자신의 내면의 소리, 예감, 몸의 느낌, 몸의 리듬, 몸의 감각을 살려내고 그걸 존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거야. 진정한 자신의 목소리, 진정한 자신의 리듬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 가슴 뛰는 일을 할 수 있어.

너의 황홀함을 좇아가

너의 가슴을 좇아가

너의 사랑을 좇아가

그러면,

우주가 네가 춤 출 수 있도록 음악을 연주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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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러네이 엥겔른 지음, 김문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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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도서를 읽는 것은, 여타 도서를 읽는 것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살면서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것들(설령 그것이 나에게 족쇄라 할지라도)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개선해나가야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 또한 그랬다.

두께가 두꺼운 책은 아니었으나,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붙잡고 있어야만 했다.


그날 나는 숙녀답다는 것은 인생의 곁다리로 물러나

조용히 앉아 있는 것임을 배웠다.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 러네이 엥겔론


우리는, 우리의 딸들은 자라나는 과정에서

얼마나 자주 "아가씨답게, 숙녀답게 얌전히 있어야지."라는 말을 듣는가.


그 의미를 그저 조용히 있어라, 차분하게 있어라 라고만 생각했던 나에게

'인생의 곁다리로 물러나' 조용히 앉아 있는 것이라는 표현은

말 그대로 머리를 멍해지게 했다.


아가씨답게, 숙녀답게, 여성스럽게 라는 말에 숨겨진 의미는,

주체가 되지 말고, 인생의 곁다리로 물러나 있으라는 것이라는 해석을 보며

페미니즘 운동의 문구이기도 했던 Go wild, Speak loud, Think hard가 생각났다.


숙녀답다는 건, 인생의 곁다리로 물러나 있는 것이 아니라

설치고, 떠들고, 행동하는 것이라는. 


당신은 강인해

당신은 비범해

당신이 예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당신이 그보다 더 가치있다고 생각해서야.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 러네이 엥겔론


우리는 얼마나 쉽게 나 자신을, 그리고 타인을, 특히 여성을

'아름답다'는 말로 단정짓곤 하는가.

그 말 속에는 '당신이 아름답다'는 말 외에도,

'그 외의 당신의 가치는 나에게 크게 중요치 않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에

더욱 위험한 발언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타인과의 대화에서, 나 또한 외모와는 무관한

상대방의 가치를 알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타인에 대한 깊은 애정이 필요하다.

그 사람이 어떤 부분에 관심을 갖고 있고,

어떤 부분에 강점이 있고, 

그러한 강점들이 모여 어떠한 시너지를 내는지와 같은 것들은

외모처럼 한번 그 사람을 본다고 해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만큼 우리의 삶에 있어서 본질적인 문제고, 중요하다는 의미겠지.


마지막으로, 우리가 사회로부터 받는 외모강박때문에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놓치고 있을 때,

혹은 그렇다는 사실조차 깨닫고 있지 못할 때 생각해보기 좋은

글과 함께 마무리하고싶다.


외모강박에 대하여, 비단 이 문제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하는지를 참고하고 싶을 때

읽기 좋은 책.


당신의 꿈과 욕망이

사회가 당신에게 기대하는 모습보다 훨씬 더 중요해요.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 러네이 엥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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