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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러네이 엥겔른 지음, 김문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10월
평점 :
페미니즘 도서를 읽는 것은, 여타 도서를 읽는 것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살면서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것들(설령 그것이 나에게 족쇄라 할지라도)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개선해나가야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 또한 그랬다.
두께가 두꺼운 책은 아니었으나,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붙잡고 있어야만 했다.
그날 나는 숙녀답다는 것은 인생의 곁다리로 물러나
조용히 앉아 있는 것임을 배웠다.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 러네이 엥겔론
우리는, 우리의 딸들은 자라나는 과정에서
얼마나 자주 "아가씨답게, 숙녀답게 얌전히 있어야지."라는 말을 듣는가.
그 의미를 그저 조용히 있어라, 차분하게 있어라 라고만 생각했던 나에게
'인생의 곁다리로 물러나' 조용히 앉아 있는 것이라는 표현은
말 그대로 머리를 멍해지게 했다.
아가씨답게, 숙녀답게, 여성스럽게 라는 말에 숨겨진 의미는,
주체가 되지 말고, 인생의 곁다리로 물러나 있으라는 것이라는 해석을 보며
페미니즘 운동의 문구이기도 했던 Go wild, Speak loud, Think hard가 생각났다.
숙녀답다는 건, 인생의 곁다리로 물러나 있는 것이 아니라
설치고, 떠들고, 행동하는 것이라는.
당신은 강인해
당신은 비범해
당신이 예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당신이 그보다 더 가치있다고 생각해서야.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 러네이 엥겔론
우리는 얼마나 쉽게 나 자신을, 그리고 타인을, 특히 여성을
'아름답다'는 말로 단정짓곤 하는가.
그 말 속에는 '당신이 아름답다'는 말 외에도,
'그 외의 당신의 가치는 나에게 크게 중요치 않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에
더욱 위험한 발언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타인과의 대화에서, 나 또한 외모와는 무관한
상대방의 가치를 알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타인에 대한 깊은 애정이 필요하다.
그 사람이 어떤 부분에 관심을 갖고 있고,
어떤 부분에 강점이 있고,
그러한 강점들이 모여 어떠한 시너지를 내는지와 같은 것들은
외모처럼 한번 그 사람을 본다고 해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만큼 우리의 삶에 있어서 본질적인 문제고, 중요하다는 의미겠지.
마지막으로, 우리가 사회로부터 받는 외모강박때문에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놓치고 있을 때,
혹은 그렇다는 사실조차 깨닫고 있지 못할 때 생각해보기 좋은
글과 함께 마무리하고싶다.
외모강박에 대하여, 비단 이 문제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하는지를 참고하고 싶을 때
읽기 좋은 책.
당신의 꿈과 욕망이
사회가 당신에게 기대하는 모습보다 훨씬 더 중요해요.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 러네이 엥겔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