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고 싶은 남자 - 말 못 한 상처와 숨겨둔 본심에 관한 심리학
선안남 지음 / 시공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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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남자라는 이유로' 타인에게 충분히 의존하지 못하고 섣불리 강함과 독립성을 요구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그들은 진정한 독립성 대신 가짜 독립성으로 자신을 위장하고 억압해야 했을 것이다. 그들이 진정 독립하지 못하는 것은 충분한 의존을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소년들이 홀로 감당해내야 하는 불안감은 자신이 실제로 감지할 수 있고 감당할 수 있다고 느끼는 것보다 더 클지도 모른다.

p.54


사랑을 충분히 받은 사람은 독립도 쉽게 한다. 제대로 품어지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했기에 독립하지 못한 자녀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심리적이든 상징적이든 부모의 사랑과 인정을 얻기 위해 부모 주변을 맴돈다.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조건적이고 척박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자신에게 충분히 사랑을 주지 않았던 바로 그 대상의 주변을 맴돌며 그의 인정에 오히려 더 얽매인다. 자신에게 결핍감을 준 바로 그 대상에게 인정을 받아야만 자신의 결핍감이 해소될 것이라 착각하기 때문이다.

p.58


남성들은 관계 영역보다 성취 영역의 실패에 더 큰 공포를 느낀다. 그 이유는 그가 관계를 성취보다 덜 중요하게 생각해서가 아니라, 남성들에게 있어서 관계의 성공은 성취의 성공 뒤에 자연히 따라오는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p.94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은 관심을 받지 않아도 관심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을, 사랑받지 못했어도 사랑을 줄 수 있는 능력을 구하는 것을, 또 나만 특별한 것이 아니라 모두가 특별하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을 의미하므로.

p.137



선안남, <혼자 있고 싶은 남자> 中



+) 나는 이 책을 통해 상담심리사인 저자가 남자와 여자 사이에 존재하는 소통의 벽을 허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사회의 '남자'들은 '남자'이기 때문에 감당해야 하는 부분들을, 태어날 때부터 이유도 모른 채 강제적으로 수용해야 했다. 저자의 언급대로 그들은 이유도 모르고 자신들이 오로지 남자라서,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편견에 빠졌다는 말이다.


물론 그것이 고정관념인 줄 아는 남자들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조차 '남자라면', 남자답게', '남자니까'라는 단어를 따를 수 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를 거부하기는 힘들다. 참 고집스럽게도 지속된 '고정관념'이다. 어쨌든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남자는 소년이었을 때부터 어른이 되기보다, 남자가 되어야 함을 강요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강요는 여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쳐서 '남자인데'라는 고정관념을 또 만들어낸다.


부모의 보호 아래 성장하던 아이들은 성인이 되면 독립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심리적 독립을 유달리 남자에게 더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 남자니까 더 강해야 하고, 남자니까 더 독립적이어야 하고, 남자니까 더 참을 줄 알아야 한다고. 어찌보면 남자가 아니라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똑같은 독립체인데, 우리 사회는 유달리 남자들에게만 야박하다.


이 책을 보면서 남자들이 어떤 점을 중요시 여기는지, 그들이 어떤 사회적으로 어떻게 성장했는지, 그리고 현재 어른이 된 남자에게 왜 여자들은 '아빠 혹은 남편'이 아닌 '소년'을 보게 되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남자들의 심리나 성향을 일반화할 생각은 없으나, 남자들의 모습에서 '그럴 수도 있었구나'하는 정도의 공감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남자와 여자라는 성별의 구분을 떠나 한 개인으로서의 사람들의 모습들도 들여다볼 수 있다. 상담을 통해 스스로를 이해하게 되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 자신을 바라볼 수 있다. 남자, 혹은 남자를 이해하고 싶은 여자, 그리고 성별을 떠나 '나'라는 사람을 깊이있게 살펴보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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