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변호사의 고백
김남희 지음 / 다산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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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나이에(대부분의 엘리트 법관은 이십대 후반에서 삼십대 초반 사이에 판사 생활을 시작한다) 평생의 부와 명예를 보장받고,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자감으로 손꼽히며, 평생 누구의 견제나 간섭도 받지 않을 사람들이 바로 엘리트 법관들이다. 이런 과도한 특권을 보장받는 판사들에게 인격수양이나 자아 성찰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판사들의 모습을 비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수십 년에 걸친 특권을 일찍부터 자연스럽게 누리는 권력 집단에게 자기성찰이나 반성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런 특권 의식은 과도한 업무량과 맞물려 대부분의 판사를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힘든 권위적인 존재로 만들어버린다.

pp.137~138 

 

뇌물이나 청탁보다 '권력층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관대하게 바라보는' 판사들의 무의식적인 사고가 훨씬 더 위험할 수 있다. 뇌물이나 청탁이 문제라면 철저한 감시와 처벌로 근절할 수 있지만, 판사들 대다수가 공유하는 무의식적인 사고방식을 뜯어고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러한 사고방식은 장기간의 인생 경험을 통해 형성되는지라 판사들은 자신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어떤 판사도 자신이 공정하지 않은 판결을 내린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과물은 분명 공정하지 못한데도 말이다.

pp.176~177

 

법률적으로 올바른 결론을 내리는 과정에서 소송 당사자들의 마음이나 감정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상처를 주게 되면, 아무리 결론이 법리적으로 정확하다 하더라도 당사자는 결론에 승복하지 못한다. 당연히 억울하고 분하고 답답한 심정을 떨쳐버릴 수 없다.

 

법조계의 권위주의나 국민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는 당사자 간의 분쟁을 키우고 사법 불신을 초래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성찰 없이는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pp.200~201

 

 

김남희, <젊은 변호사의 고백> 中

 

 

+) <젊은 변호사의 고백>은 영화 [도가니]와 관련된 광주 인화학교 사건, 드라마 [추적자]와 영화 [부러진 화살] 등에 등장하는 판검사와 변호사의 모습들을 제시한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어났던 나경원, 정봉주 의원 등과 관련한 사건들도 흥미롭게 풀어 놓고 있다. 또한 최근 이슈화된 부끄러운 법조인의 모습들, 이를테면 피해자에게 물질적, 육체적 상납을 받은 검사 등의 모습도 제시한다.

 

제목처럼 이 책은 앞서 제시한 사건들에 대해 저자인 김남희 '변호사의 고백'으로 구성되었다. 사건에 대한 설명과 판결 과정 및 결과를 보여주면서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지적한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국민이 사법부에 갖고 있는 불신이 왜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말한다. 사법부의 권위적인 태도를 계속 지적하며 그로 인해 상처받는 대다수의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한다.

 

물론 사법부의 정의 확립과, 국민과 사법부 간의 불신 해소를 위한 어떤 구체적인 해결 방안도 제시하진 않는다. 저자의 말대로 사법부의 반성과 성찰 없이 국민과 사법부간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란 너무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론적이고 식상한 말이지만 사법부의 반성과 성찰 없이는, 정말이지 특별한 대책이 없다. '법'에 대해 국민보다 잘아는 그들에게 '법'적 제재를 가하기도 어렵고, '법' 앞에 정의의 편을 들겠다고 서약한 이들에게 '도덕'이 무엇인지 가르치기도 어렵다.

 

그래서일까. 법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이 봐도 정말 말이 안되는 판결을 내리는 판사들이 많다. 또한 저게 무슨 정의를 수호하는 검사란 말인가, 싶을 정도로 어이없이 구는 검사들도 있다. 그리고 돈이 안되는 사건에는 노력해주지 않는 변호사들도 존재한다. 그들로 인해 청렴한 판검사, 그리고 변호사들까지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책은 그 현황을 정확히, 그리고 솔직하게 그려낸다. 같은 동료들의 입장을 솔직하게 잘잘못을 가려 글로 풀어낸 저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법관들의 입장이 되어 보기도 하고 '올바른 판결' 혹은 '정의'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어서 유익했다. 이 책은 법을 주도하는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역시 억울한 현실을 뜯어 고치기에는 구체적 해결책이 없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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