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 년 뒤에 쓰는 반성문 문지 푸른 문학
김도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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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도 그랬지만 반성문을 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지, 가급적 피하고 싶은, 만나고 싶지 않은 것이랑 대면을 해야 하니까."

p.64

 

글을 쓰는 일은 고독한 거구나.

p.87

 

"시험 볼 때 답을 훔치는 것은 그 사람의 지식을 훔치는 거지만 글을 도둑질하는 것은 그 사람의 공들인 마음을 훔치는 거다."

"마음요?"

"그래."

p.144

 

누군가 이런 얘기를 하는 걸 들은 적이 있습니다. 발자크나 스탕달의 시대에 다른 작가들이 과연 없었겠냐고. 그 시대에도 많은 작가들이 글을 쓰고 있었다고. 다만 시간이 흘러 후세의 사람들에겐 발자크나 스탕달만 남아 있는 거라고. 그 얘기를 들으면서 저는 오래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 얘기를 왜 하냐면 저 또한 시간이 흐르면 그렇게 사라지는 소설가 중의 하나일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자기비하도 아니고 현재를 포기하는 것도 아닙니다. 글을 쓰는 한 저는 제게 주어진 모든 조건의 최전선에서 싸울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제 글을 보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pp.168~169

 

 

김도연, <삼십년 뒤에 쓰는 반성문> 中

 

 

+) 이 책을 손에 쥐고 정말 흥미진진해서 졸린 눈을 비벼 가며 열심히 읽었다. 말그대로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읽어도 좋겠지만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면 가슴 깊이 와 닿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들에게 '선생님'이란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고 바랬다.

 

이건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해당되는 점이다. 나는 지금까지 고등학교 2학년 담임 선생님을 찾아 뵙고 있다. 매년 찾아뵙는데, 지금도 우리들과 그분이 만나면 꼭 고등학교 2학년때처럼 즐겁고 행복하다. 살면서 내 삶의 일부분을 공유하고, 나를 좋은 길로 이끌어 주시는 선생님을 뵙는다는 건 참으로 복된 일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국어 선생님은 개인적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스스로를 반성했고, 아이는 남의 글을 베껴 상을 탄 것을 반성했고, 그들의 모두 나이 들어서까지 그 일은 잊지 못하는 기억이 된다. 나는 이 작품을 보면서 남을 속인다는 것이 결코 마음 편한 일이 아니며, 또한 세상의 모두를 속일 수 없듯이, 나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좀 천천히 길을 걷더라도 떳떳하게 사는 법. 그것이 지금의 아이들에게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당당한 삶이지 않을까. 모처럼 재미있고 유익한 소설책을 읽었다.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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