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의 기술 - 심리학자 가브리엘 뤼뱅의 미움과 용서의 올바른 사용법
가브리엘 뤼뱅 지음, 권지현 옮김 / 알마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사랑받지 못한 아이가 부모를 탓하는 일은 없다. 아이는 자신이 완벽하지 못해서 사랑받지 못한다고 믿는다. "날 사랑하지 않는 건 내가 나쁜 애(바보, 못생긴 애, 재미없는 애)이기 때문이야. 그러니까 난 아무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어."

 

아이의 머릿속에는 부모가 항상 옳은 존재로 각인되어 있고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아이의 책임이 되는 것이다. 자기가 저지르지도 않은 잘못에 죄의식을 느끼면서 스스로를 엄하게 벌하는 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들여다보면 그 기원에는 위와 같은 논리가 자리잡은 경우가 많다.

p.13

 

 상황이 어떻든 피해자들은 무의식(혹은  반 무의식)적으로 자기에게 고통을 준 가해자에게 적대감을 느낀다. 대신 피해자의 의식은 무의식과 반대로 반응하면서 무고한 사람에게 죄를 묻는다는 것에 부끄러움과 회한을 느낀다. 가해자가 원해서 잘못을 저지른 감정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를 원망하거나 적대시하는 감정을 부끄럽게 느끼는 것이다.

 피해자는 -- 가해자가 죄가 없다 한들 피해자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 자기가 가진 억압 혹은 억제 능력에 따라 완전히 혹은 부분적으로 끔찍하게 느껴지는 감정을 억압한다.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적대감은 없다. 적대감을 털어버리지 못하는 피해자는 그 분노를 자신에게 돌린다.

p.127

 

"도대체 어떻게 했어야 어머니가 만족했을까요?"

 

오래전부터 그녀를 고문해왔던 고통이 반영된 그 질문에 내 대답은 늘 똑같았다. 답은 없다. 그녀의 어머니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까. 드니즈는 전지전능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불가능을 가능하게 할 사람은 없다는 걸 받아들이는데 오랜 시간을 소비했다. 피해갈 수 없는 결론, 어머니의 병이 드니즈의 책임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p.189

 

 

가브리엘 뤼뱅, <증오의 기술> 中

 

 

+) 우리는 불행했던 기억을 무의식 속으로 밀어넣고는 진정으로 용서했다고  믿으며 잊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이런 우리들의 생각에 경종을 울리는 글로 구성되었다. 이 책에서는 어린아이에게 가해진 악의적 공격에서 비롯된 원인들을 살펴본다. 즉,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들의 사례를 소개하고 상담한 내용들을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은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미움이 정당하다고 말한다. 때문에 증오를 느낀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갖지 말고 진정한 용서에 이르기 위해 미움과 증오의 감정을 적절히 사용할 것을 권한다. 어렸을 때 겪은 일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고 해서 굳이 연령에 제한을 두고 읽을 필요는 없다.

 

이 책은 인간이 갖게 되는 기본적인 증오, 흔히 죄의식, 자괴감 같은 것에 대해 이성적으로 정의내리고 있다. 증오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당당하게 증오해야하고, 나의 잘못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굳이 나의 잘못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프로이트의 저작들처럼 정신분석학적 사례 분석을 엮은 책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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