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네 소설 속 주인공에 대해 허무식이라는 선생보다도 더 정보가 없어. 도대체 무슨 생각을 정체도 없는 그림자를 소설의 주인공으로 정한 거지? 차라리 나를 주인공으로 해라. 오늘의 숙제는 그거다. 네가 아는 사람으로 소설 쓰기. 네 아버지도 좋고, 좋아하는 가수도 좋고, 그리고 나도 좋다. 네가 잘 아는 사람으로 써라. 그게 오늘의 숙제다. 제출은 내일 점심시간까지다. 이상." p.104 이제미, <번데기 프로젝트> 中 +) 이 소설은 번데기처럼 웅크리고 있던 열여덟 소녀가 ‘소설가’로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작품으로, 작가의 실제 체험담을 담고 있다고 한다. 나는 소설쓰기를 좋아하는 소녀를 보면서 과거의 누군가가 떠올랐는데 참 순수했었다라는 생각을 했다. 어떤 목적이나 목표도 없이 마냥 글을 쓴다는 것이 기뻤던 때도 있었는데. 어쨌든 그 소녀에게 주인공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는 선생님의 지적은 나를 두둥,하고 울려주었다. 언젠가 어떤 선배가 자기가 쓴 글자에 대해, 문장에 대해, 글에 대해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고 했던 말이 동시에 떠올랐다. 소설을 쓸 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내가 설정한 인물들에 대해 모른다는 것은 자신없는 글이다. 이 소설을 웃으면서 읽었지만 나름 소설쓰기에 대해 꿈을 가진 청소년들이 읽기에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후반부에 작위적으로 구성된 듯한 내용이 없지는 않으나, 적어도 글을 쓴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