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문학과지성 시인선 378
조인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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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꿈은 늘 제자리에서 맴돈다

적당한 거리와 시선이 만들어낸 착각에

세상은 떠 있다

밥상머리에 달라붙은 파리들은

한시도 가만 있지 않는다

자유로운 어둠을 뚫고 생겨난 생은 얼마나 매혹적인가

파리채를 들고 가까이 가자

죽을 놈과 살 놈이 구별되지 않았다

 

 

조인선, <노래> 中

 

 

+) 조인선 시인이 바라보는 대상은 대부분 '시인'의 것이 된다. 물론 대부분의 시인이 바라보는 대상이 시적 대상이 되겠으나, 이 시집에서는 특히 '시인'이라는 주체를 직접 화자로 설정하거나, 시인이 곧 대상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 글을 쓰는 작가들이 초반에 '글' 혹은 '글을 쓰는 사람'을 소재로 선택해서 글을 쓴다. 그러나 조인선은 그런 초짜 시인이 아니다. 몇 권의 시집으로 단단한 구성력을 갖춘 시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시인을 소재로 택한 것은 작가 스스로가 끝없이 깨우치는 시인에 대한 갈증이라고 생각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아가미를 가지고 있다 / 성긴 아가미에 걸러진 모래 몇 톨이 정제된 언어로 / 저마다의 말씀에 매달려 반짝이고 있다 / 보일 듯 말 듯 숨어 있는 모래들이 침묵의 결정체로 빛나는 건 / 외로움이기 때문이다"([시를 쓰다] 부분) 바로 그 침묵의 결정체가 시어로 거듭나면서 한 편의 시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것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사회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이번 시집에는 그가 시인의 삶이 곧 사회에 대한 관심이며 소외받는 것들에 대한 손길로 구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래 1], [노래 2], [가수 김장훈씨] 등이 그런 시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그의 시를 '시'라는 틀로 또 좁혀서 볼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그의 "정신이 시가 되는 곳도 이 자리"([손]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 '이 자리'는 그가 돌보는 대상이 있는 곳. 그것이 사물이든 사람이든 안타까움과 연민의 감정이 일어나는 것들이 많다. 낮고 외롭고 쓸쓸한 것들에 대한 관심에서 그의 시 정신이 자라나고 있다. 고전적이지만 시적 대상에 애착을 지닌 시인을 만난 것 같아서 즐거웠다. 이렇게 초심을 잃지 않고 사는 것은 참 중요한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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