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사람들 - 길에서 만난 세상 두 번째 이야기
박영희 지음 / 우리교육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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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올빼미로 살아서 그런지 낮이 그리워. 밝은 대낮에 공원도 거닐어 보고 싶고, 특히 벚꽃이 필 때면 무진장 가슴이 설레. 이 포장마차가 있는 자리에도 해마다 봄이 되면 벚꽃이 피는데 주차장에서 포장마차를 끌고 오다 환하게 피어 있는 벚꽃을 보면 동네 주민들이랑 이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참 미안해져. 활짝 핀 벚꽃을 포장마차가 가리고 있다는 죄책감이랄까?"

 지금도 단속반들에게 쫓기는 꿈을 종종 꾼다는 그가 벚꽃 이야기를 하며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p.44

 

"알바를 하면서 잃은 것도 많지만 배운 것도 많아요. 순수해지고 싶은데 우리 사회는 그것마저 용납하지 않으려고 해요. 적당히 둘러댈 거짓말부터 가르친다고 할까요. 사람의 진심을 잘 모르겠어요. 인간적인 관계보다 이해관계를 먼저 배운 것도 알바 때문이라고 할 수 있어요. 대충, 손해 보지 않는 선에서, 우리 사회가 그렇게 굴러가고 있는 것 같아요."

p.81

 

"겨우 자급자족하는 이 조그만 땅에서 무슨 수로 저 큰 나라들과 경쟁을 한단 말인가. 한번 생각해 보게. 평균 나이 육십에다 우물 파듯 땅만 파고 살아온 무지렁이들한테 세상 바뀌었다고 경쟁하라면 그거야말로 천벌 받을 소리 아닌가? 급이 맞아야 싸움을 하지."

p.98

 

선생님이 '날지 못하는 새와 날고 싶지 않은 새'에 대해 각자 자신의 생각을 말해 보라고 하자 5학년 준혁이가 번쩍 손을 들었다.

"날지 못하는 새는 가능성이 없고요. 날고 싶지 않은 새는 가능성이 있어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날 수 있으니까요. 단지 지금은 날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p.210

 

 

박영희, <보이지 않는 사람들 - 길에서 만난 세상, 두 번째 이야기> 中

 

 

+) 이 책의 주인공은 한 사람이 아니다. 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한 채 자꾸면 소외되는 사람들 모두가 주인공이다. 환경미화원, 노점상, 농민, 아파트 경비원, 영세 공장 노동자, 장애인, 새터민 등등. 하루하루 당당하고 성실하게 일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달리 우리 사회에서 소외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 책은 이런 '보이지 않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보여주고 이웃들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마치 다큐멘타리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현장에서 성실하게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는 감동적인만큼 가슴이 아프고 안타까웠다. 선진국의로의 도약과 더불어 소외받는 이들에 대한 복지정책이 시급하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우리들이 그들의 일을 존중하고 그들을 우리의 품으로 감싸안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 책에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너무 현장 인터뷰에만 그친게 아닌가 싶다. 과감히 문제 제기를 하고, 해결책까지는 아니래도 도울 수 있는 방법들을 몇 가지 나열했다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싶다. 아, 안타깝다, 에서 그쳐버리는 건 아무 것도 아니다. 실천에 옮기는 것이 진정 옳은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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