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하실의 애완동물 - 김나정 소설집
김나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나정의 <내 지하실의 애완동물>은 총 9편의 단편소설로 엮은 소설집이다. [비틀스의 다섯번째 멤버]에서 버려진 소녀를 키운 사내가 그녀를 함부로 다루는 모습이 등장하는데, 이는 인간을 소유하려는 또다른 인간을 비판하는 장면이다. 키웠다고 해서 그 생명이 자신의 것은 아니다. 소녀는 돈을 훔쳐 달아나려 하는데 그것은 그녀의 뱃속에 있는 새로운 생명 때문이다. 자신의 존재보다 자기 뱃속의 새로운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그녀는 희망을 꿈꾼다.

 

[<<   >>]에서 주인공 이괄호가 술에 취해 쓰러진 여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아래 그녀를 짓밟는 행위를 정당화시키는 모습 또한 '사내'와 다르지 않다. 그들에게는 나름대로 변명이 있고 합리화의 근거가 있다. 자신들이 소녀와 여자를 살려주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것은 비겁하고 비열한 행동의 합리화일 뿐이다. 인간이 인간을 소유할 수 없듯이 인간이 인간을 관리할 수 없는 것이다.

 

[주관식 생존문제]에서는 입양한 아들을 다시 버리는 비정한 양부모가 등장한다. 사람 사이의 연분을 함부로 맺고 끊는 인간들, 그들에게 사람에 대한 예의를 바라는 것은 욕심일까. 우리 냉혹한 사회가 그렇게 만들었다는 핑계는 대지 말자. 냉혹한 사회를 만든 것은 바로 이런 냉정한 사람들 때문이니까.

 

[너희들]에 등장하는 부모 역시 어떤 아이를 살리고 어떤 아이를 버려야 할지 선택하는 사람들이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사람들의 비정하고 냉혹한 모습을 건조하고 메마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감정을 절제하고 짧은 문장으로 소설을 이어간다. 그 점이 이 소설집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더욱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안타까운 부분이나 현대인에게서 충분히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이라 씁쓸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