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악하악 - 이외수의 생존법
해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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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다 보면 이따금 견해와 주장이 자신과 다른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인식하지 않고 '틀린 사람'으로 단정해 버리는 정신적 미숙아들이 있다. 그들은 대개 자신이 '틀린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 자기는 언제나 '옳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한다. 성공할 가능성이 지극히 희박한 사람이다.

p.15

 

길을 가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길을 가던 내가 잘못이냐 거기 있던 돌이 잘못이냐. 넘어진 사실을 좋은 경험으로 받아들이면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인생길을 가다가 넘어졌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당신이 길을 가면서 같은 방식으로 넘어지기를 반복한다면 분명히 잘못은 당신에게 있다.

p.28

 

중국에서 다년간 공부를 하고 돌아온 아들놈을 보면 혹시 저 자식도 짝퉁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생길 때가 있다.

p.96

 

모든다는 사실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특히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혀 잘 모르는 대상에 대해 비판이나 비방을 일삼지 말라. 그것은 무지라는 이름의 도끼를 휘둘러 남의 뒤통수를 찍으려다 자신의 이마를 쪼개는 행위나 다름이 없다. 나무관세음보살.

p.98

 

많이 아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많이 느끼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라. 많이 느끼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많이 깨닫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라. 태산같이 높은 지식도 티끌 같은 깨달음 한 번에 무너져버리나니, 오늘도 몽요담 돌거북은 번개 한 번에 삼천리를 두루 살피고 돌아온다.

p.202

 

이외수, <하악하악> 中

 

 

+) 나는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충고와 연륜에서 묻어나는 위로가 가슴으로 이해되는 사람이다. 그의 말대로 다른 사람이 자식같이 낳은 글에 대해 함부로 폄하하는 사람들은 조심해야 한다. 자기 자식 욕하는 사람 좋아할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문학적 형식을 떠나서 사람이 사람을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 그것을 글로 적어내는 것, 그것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

 

그는 넉살도 진지하다. 웃음을 터뜨리는 솔직한 문장도 작가라는 벽을 허물어뜨리기에 좋다. 나는 이외수라는 작가가 생각하는 방식을 닮고 싶은 독자인데, 마인드 맵처럼 한 가지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뭇가지처럼 번져 나가는 사유의 고리. 그것이 부럽다. 그는 분명 노력하는 작가임이 분명하다. 산문처럼 진실한 소설을 또,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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