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
최승호 지음 / 현대문학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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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의 고비'

 

고비에서는 고비를 넘어야 한다

뼈를 넘고 돌을 넘고 모래를 넘고

고개 드는 두려움을 넘어야 한다

 

고비에서는 고요를 넘어야 한다

땅의 고요 하늘의 고요 지평선의 고요를 넘고

텅 빈 말대가리가 내뿜는 고요를 넘어야 한다

 

고비에는 해골이 많다

그것은 방황하던 업덩어리들의 잔해

 

고비에서는 없는 길을 넘어야 하고

있는 길을 의심해야 한다

사막에서 펼치는 지도란

때로 모래가 흐르는 텅 빈 종이에 불과하다

 

길을 잃었다는 것

그것은 지금 고비 한복판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최승호, <고비> 中

 

 

+) 시인은 이 시집에서 '적막, 부재, 고요, 바람, 흔적' 들에 대해 노래한다. 사막을 여행하는 입장에서, 난생 처음 사막 한 가운데에서 경험하는 것들에 대해서 읊고 있다. 그것은 사막의 황량함과 황막함을 드러내는데 화자는 철저하게 사막의 모래 한 알갱이처럼 존재한다.

 

사막에서의 모든 생활은 기존의 시인이 살아온 방식과는 매우 다르다. 모래 바람에 목욕을 해야 하며, 화장실은 사막의 모든 곳이 된다. 아무데서나 볼일을 보고 길이라고 칭하는 곳을 무작정 간다. 그곳에서 그는 내면의 고요를 보게 된다.

 

그 적적함이 적막과 부재의 이미지로 되살아 난다. 바람은 그의 고요를 흔들 수 있는 유일한 소재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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