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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신춘문예 당선작품집 소설
김성진 외 지음 / 한국소설가협회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Y에 대한 내 마음이 모멸감뿐일지라도 그를 생각하면 빈속에 독한 감기약을 먹은 것처럼 속이 쓰리다. 사랑이나 행복이란 감정은 그 정도가 강할수록 휘발성도 강하다.
- [첫 번째 생일]
드문 사람이 된다는 것, 그것은 이해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해라는 건 누군가로부터, 혹은 어떤 사건으로부터 자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다. 인간은 자기와 다른 어떤 것에 대해 이해하는 능력은 태생적으로 갖지 못했다.
- [비정상궤도]
말이 되지 못한 말들이 목구멍에 갇힌다. 그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다. 말을 나눈다는 건 관계를 시작하겠다는 의지이고, 시작은 그게 무엇이든 변화라는 대가를 요구한다.
- [방]
목적지도 없이, 그것도 새벽 3시란 시간에 동네를 어슬렁대는 것은 짝사랑에 빠졌을 때처럼 나의 감정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었다. 나는 문득 외롭기도 했다가 갑자기 서럽기도 했다가 느닷없이 의욕이 생기기도 했다가 결국엔 허무하기도 했다가 나중엔 내 자신이 우스워졌다.
- [우유 의식]
한국소설가협회, <2008 신춘문예 당선작품집-소설>
+) 한 신문사의 심사위원들은 정통한 소설기법으로 가장 잘 만들어진 작품을 제외했다고 말했다. 너무나 모범답안 같다는 이유가 그것이다. 신인문학상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점이 이유이다. 옳은 말이나 위험한 말이다.
이번 작품집을 읽으면서 최근의 소설들은 독특한 소재를 중심으로 서사를 전개하는 것이 특징이란 생각을 했다. 독특한 아이템을 인물과 구성에 녹여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소설의 주제의식이 뚜렷하지 않으면 재치있는 신인 작가 지망생의 글에 불과할 것이다.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소설은 사람과 삶의 이야기이다. 글쓰기의 잔재주만으로 소설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삶의 깊이와 사람 사는 냄새가 풍겨야 옳다. 그것에 견고하고 치밀한 상상력과 자연스러운 구성 능력, 매끄러운 문체가 덧붙여져야 좋은 작품이 완성된다.
그러나 신춘문예에 당선된 작품이 이 조건을 모두 만족하지는 못한다. 그런 작품도 있고 그렇지 않은 작품도 있다. 문학 작품을 평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지 않을까. 매번 신춘문예 당선작품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인 것 같다. 어쨌든 모처럼 신선한 작품을 접해서 새로운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