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판사, 나쁜 판사
류기인 지음 / 펜타클 / 202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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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달라진 것은 내 성정이 아니라, 내가 감당해야 하는 책임의 결과 무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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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재판이 죄와 벌의 등가를 추구한다면, 소년재판은 처음부터 다른 질문을 던진다. 소년재판은 먼저 "이 아이를 지금 어디에 두어야 다시 같은 일을 막을 수 있는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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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이가 저지른 행동만 보고 처분을 정하지 않는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그 일이 반복될 위험은 얼마나 되는지, 집과 학교로 돌아갔을 때 아이를 붙잡아줄 사람이 있는지까지 함께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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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단 하나. '아이의 재비행을 막고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가장 적합한 방법이 무엇인가'를 찾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시선은 언제나 다가올 미래 쪽을 향할 수밖에 없다.

pp.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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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학교는 그 빈칸을 조금 채워보려는 시도였다. 아이가 처분을 받은 뒤에도, 법원 밖에 자기 이름을 기억하고 함께 걸어줄 어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판결문 한 줄이 아이의 생활을 곧바로 바꾸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 판결 뒤에 누군가 함께 걷고, 온전히 자기 얘기를 들어주고, 함께 밥을 먹고, 다시 만나자고 말해준다면, 아이는 적어도 혼자 버려진 것은 아니라고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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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소년재판을 하다 보면, 바로 그 정도의 변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된다. 어른을 피하던 아이가 어른 옆에서 걷는 것. 묻는 말에 "몰라요"만 하던 아이가 자기 하루를 한두 문장으로 말하는 것. 누군가 자기 말을 끝까지 들어준다는 경험을 해보는 것. 그런 작은 장면들이 쌓여야 다음 변화도 가능하다.

pp.1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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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간까지 기록을 읽는 것은 거창한 사명감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기록을 잘못 읽으면, 그 부담은 곧바로 현장 사람들의 몫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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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려보내기 어려운 아이를 집으로 보내면 보호관찰관과 학교가 감당해야 할 위험이 커진다. 시설에서 생활할 수 없는 아이를 시설로 보내면 센터장과 선생님들이 밤새 아이를 찾으러 다녀야 할 수도 있다.

반대로 집과 학교 안에서 충분히 다시 해볼 수 있는 아이를 너무 무겁게 처분하면, 아이는 필요 이상으로 생활에서 떨어져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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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기록을 읽는 이 시간을 허투루 넘길 수 없다. 아이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도 되는지, 시설이 필요한지, 소년원까지 보내야 하는지 끝까지 살펴보아야 한다. 법정 밖에서 이 아이를 맡아줄 사람들의 수고를 생각하면, 판사실 책상 위에서라도 조금 더 정확히 읽고, 조금 더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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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이자,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할 몫이라고 믿는다.

pp.14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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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을 하다 보면 사람의 마음이 쉽게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자주 본다. 피해를 입은 아이와 부모가 오래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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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아이는 자기 상처만 붙잡고 있지 않았다. 자신도 힘들었지만, 집에서 돌봐줄 사람이 없어 그룹홈에서 지내는 또래들을 떠올렸다. 자기가 받은 돈을 어디에 쓸지 생각하다가, 자기보다 더 어려운 아이들에게 보내기로 했다. 그것은 어른도 쉽게 하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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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는 피해자의 마음을 온전히 안아주지 못했지만, 피해자는 자기 상처를 다른 아이를 돕는 손길로 환하게 바꾸고, 스스로 일어섰다.

pp.176~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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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기인, <착한 판사, 나쁜 판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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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소년부에서 소년 사건을 맡아온 판사의 진솔한 에세이집이다. 책의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저자는 소년 재판을 맡은 판사로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며 판결하는 사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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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관련한 사건에 임할 때 어떤 자세와 마음가짐이어야 하는지 솔직하게 적고 있다. 소년부 사건은 현재 일어난 일만큼이나 앞으로의 상황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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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반복될 위험은 없는지, 가정과 사회에서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될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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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현재만큼이나 미래를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것이 소년부 판사의 역할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판사라는 직분의 무게감을 현실적으로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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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판결문에는 한 사람의 생애만 달린 것이 아니라, 그와 연관된 많은 이들의 삶도 달려있다. 그리고 저자는 그게 한 아이의 삶과 그를 둘러싼 사회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짐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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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소년부 판사로 지낸 경험담과 저자 개인의 이야기가 수록되었다. 소년부 판사라는 직업, 한 가정의 아버지와 남편이라는 역할, 그리고 인생을 먼저 산 어른의 마음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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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부모들을 만난 이야기, 저자의 독서 모임 이야기, 법정 밖 평범한 어른으로서 아이들을 대하는 이야기, 법 집행관의 고민과 사유 등이 단상 형식으로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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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재판부 밖에서 아이들과 걸으며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고 용기를 내는 이들을 상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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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처벌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보다 의미 있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같은 곳을 보고 말없이 걷는 아이들과 어른들의 한 걸음 한 걸음에서 따뜻함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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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법은 어떤 잣대로 보느냐에 따라 선해지기도 하고 악해지기도 한다는 생각을 했다. 또 선처라는 말이 선하게 쓰일 수도 악하게 쓰일 수도 있고 처벌이 신중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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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한 사명감이라는 단어가 에세이 한 꼭지씩 읽을 때마다 깊이 와닿은 책이었다.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어른으로서 어떻게 사는 게 좋을까, 사람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등을 생각하게 만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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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가 하는 일과 판사의 마음가짐 등이 궁금한 청소년들에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거나 받아서 힘든 아이들에게, 그런 아이들을 지켜주기 위해 무엇을 하는 게 좋을지 고민하는 어른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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