줍기 철학은 내 경험을 바탕으로 정했다. 나에게 믿음직한 내비게이션이 생겼다. 나만의 특별한 약속인 거다.
pp.14~16
"에디슨 정신? 네가 잘 돌봐야 해. 알았지? 반려동물은 가족이나 마찬가지야."
역시 나다! 오늘도 엄마를 설득해 냈다. 팽이는 오늘부터 내 동생이다.
아, 이제까지 내가 주운 것 중에 최고는 팽이다. 10점 만점에 100점도 넘는다. 1,000점? 10,000점? 아니, 점수는 매길 수 없을 것 같다. 가족이니까.
p.33
내 줍기 철학이 학교 밖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 건 처음이었다. 오늘 여러 번 물건의 주인을 찾아 줄 수 있었다. 줍기가 물건의 생명을 늘려 준 거다. 기분이 좋아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p.63
목록에 적힌 물건을 하나씩 짚어 봐도 그 애의 것처럼 보이는 건 없었다. 나는 내 줍기 철학을 지키려 노력했고 철학에 어긋날 때는 줍지 않았다. 그렇지만 내 방 여기저기를 차지하고 있는 줍기템들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만약에 이 중에 그 애의 물건이 있다면......?
안 되겠다. 아무래도 그 아이와 이야기해 봐야겠다. 줍기 철학자로서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pp.91~92
이빛 글, 이내 그림, <우리 동네 줍기 철학자> 中
+) 이 동화에는 인생의 큰 부분을 '줍기 철학'에 몰두하기로 결심한 '중해'가 등장한다. 초등학생인 중해는 철학이라는 말을 우연히 처음 들으면서 호기심을 갖는다.
철학자 할아버지는 강연에서 말씀하신다. 사람은 살면서 자기만의 철학인 '인생철학'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우리가 고민에 빠졌을 때 철학이 방향을 잡아 줄 거라고.
중해는 그 말의 의미를 곱씹어 생각하며 스스로의 현재에 적용해 본다. 그리고 '내가 정한 철학을 따르면 그것이 길을 잃지 않게 도와주니까, 잘못된 길로 가더라도 돌아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
그렇게 중해는 중해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줍기' 활동을 자기만의 인생철학인 '줍기 철학'으로 정하고 규칙을 정해 실천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중해의 행동이 낯선 친구들이 땅만 보고 다닌다고 중해를 놀리고, 엄마는 중해가 버린 물건을 주워온다고 난색을 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차차 중해를 이해하고 돕는다. 왜냐하면 중해가 줍기 활동으로 친구들이 잃어버린 물건의 주인을 찾아주고, 예쁜 꽃을 피우는 화분을 통해 엄마를 행복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중해는 버려진 물건이 누군가에게는 희망과 기쁨이 된다는 걸 깨닫는다. 이렇듯 이 동화는 누군가에게는 쓸모없는 존재가 누군가에게는 쓸모 있는 존재라는 걸 가르쳐 준다.
또 세상의 많은 것들이 가치 있고 소중하다는 걸 보여준다. 더불어 아이들에게 세상과의 연결점, 타인과의 관계 맺음이 어떤 건지 자연스럽게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생에서는 자기만의 철학과 기준이 중요하다는 걸 알려주는 동화이다. 다른 사람의 잣대로는 낯설어도 스스로에게 의미 있다고 믿고 지켜간다면, 그것이 곧 그의 인생에서 즐겁고 가치 있는 일이라는 걸 말해주는 책이다.
물론 중해는 스스로의 철학을 지키기 위해 시행착오의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게 중해를 한층 성장하게 만든다. 이런 점은 중해만의 일이 아닌 또래의 아이들이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이라 공감도가 높다.
중해가 선택하고 결정하는 모든 순간이 용기 있어서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가 내면의 갈등과 혼란을 겪는 그 순간까지도 묵묵히 응원해 주고 싶은 따뜻한 동화였다.
스스로의 선택과 자기만의 철학이 가치 있다는 걸 다정하게 알려주는 책이라고 느낀다. 그런 부분이 어른들에게도 의미 있는 울림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친구들과 다른 면모를 지녀서 고민인 아이들에게, 교우 관계가 고민인 아이들에게 권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