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마음수업 - 명화를 통한 인간 심리의 이해와 탐구
임성윤 지음 / 학지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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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떠나간 고갱의 빈 의자를 그림으로 남긴 고흐는 어쩌면 그 상실의 불안을 견디기 위한 '이행 대상'을 만들어 낸 것일지도 모른다.

예술과 감응하는 찰나적 감성이 영원한 이성과 진리를 흐리게 한다고 한 플라톤과 달리,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술을 따뜻하게 옹호하였다. 그에겐 예술이 진리이건 짝퉁이건 중요치 않았다. 중요한 것은 예술이 사람의 마음을 정화(카타르시스)하고 치유하는 힘이 있다는 사실이고, 그 대표적 예로 비극을 들었다.

p.18 [예술은 사기인가 치유인가]

그리스 조각들은 대부분 육체의 황금기인 젊음에 머물러 있지만, 로마 흉상들은 중년층, 노년층이 많았다. 그들의 정신과 업적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한 아름다움은 최대한 '있는 그대로'의 사실적 묘사였다.

당시 로마인들은 '자연스러운 불완전함'을 사랑했기에 주름살은 오히려 삶의 지혜와, 연륜, 철학을 나타냈다.

로마도, 조선도 '완벽하게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라, 흠과 주름 속에 깃든 진짜 삶의 흔적을 존중했다. '있는 그대로'의 미학은 외면보다 내면의 진실을 드러내는 방식이었다.

심리학자 칼 융은 변화란 현재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 비로소 시작되는 역설적인 마음의 역동이라 했다.

결국 '있는 그대로'의 미학은 미술에서도, 마음의 치유와 삶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힘이다. 아그리파를 그리는 그 순간 우리는 조용히 그 힘을 체감한다.

pp.36~39 [치유의 아그리파 석고상]

어찌 보면, 위선과 고결한 정신의 위대성은 종이 한 장 차이일 수 있다. 그가 붙잡고 있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그의 절제는 거룩한 숭고함이, 철저한 위선이 될 수도 있다. 앙소르는 자신처럼 사회에서 소외당하고 외면받는 것들을 사랑했다.

표현주의는 그렇게 더욱 생명력 있는 원시성을 강조한다. 현대 사회의 감정은 끊임없이 통제당하며 라오콘의 표정은 절제된 감정의 이상적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

p.53 [비극과 위선 사이의 얼굴들(2)]

왜 인간은 웃을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일까? 왜 우리는 동물은 운다고만 표현할까? 니체는 인간이 삶의 고통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라 답했다. 고통을 알기에 웃음을 만들어 낸 인간. 고로 인간은 이 허무한 삶의 고통과 스스로의 나약함을 비웃는 초인(위버멘쉬)이 되어야 한다고 그는 설파한다. 니체에게 희극과 비극은 뗄 수 없는 쌍둥이였던 셈이다.

희극과 비극, 웃음과 울음, 그 사이를 오가며 살아가는 인간의 얼굴. 우리의 페르소나는 그렇게 탄생했고, 지금도 여전히 우리 얼굴 어딘가에 붙어 있다.

pp.60~61 [탈리아와 멜포메네 사이에서(1)]

대충 그린 그림. 그리다 만 그림. 그래서 '인상적'인 그림. 인상주의가 처음 세상에 나타났을 때 사람들이 조롱하려고 쓴 단어였다.

"그림은 즐겁고, 유쾌하고, 예뻐야 한다. 삶에는 이미 불쾌한 일이 너무 많다." 그의 말처럼, 르누아르에게 세상은 썩 아름답지 않았다.

현실은 개인의 마음과 감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인지하는 모든 것은 각가의 독특한 기억과 감정을 통해 걸러진다. 이는 '계몽주의를 계몽한' 철학자 장 자크 루소의 "사람은 생각하기 전에 느낀다."라는 주장과 맞닿는다. 이성보다는 순수한 자연생태의 느낌과 감성이 인간을 행복으로 이끈다.

pp.117~119 [사람의 마음을 그린 집]

이카로스는 태양을 향해 날다 날개를 잃고 추락하였고, 『날개』의 주인공은 무의식에서 의식으로의 비상을 꿈꾸었다.

추락하는 이카로스와 요절하는 천재 이상은 그렇게 교차한다.

브뤼헐은 추락한 이카로스를 외면하는 세계를 그렸고, 이상은 그 추락 속에서 자신의 언어를 길어 올렸다. 하나는 무심한 세상의 풍경을, 다른 하나는 무의식으로부터 비상하는 개인의 초상을.

p.157 [추락과 비상의 미학(2)]

임성윤, <미술관 마음수업> 中

+) 이 책은 저자의 서문에서도 드러나듯이 예술이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지에 대해 명화를 담아 잘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은 예술 작품을 미학과 심리학 그리고 철학과 문학 등의 인문학적 사상과 연결해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풀어낸다.

예술이 인간에게 주는 치유의 기능을 황금비율과 흐트러짐의 미학인 콘트라포스트로 보여주고, 라오콘과 앙소르로 가면 속 감정을 찾아내며, 미술 작품을 통해 인간의 심리와 마음의 구조를 살펴본다.

삶과 죽음, 감각과 허무, 빛과 어둠 등이 르누아르와 김홍도의 그림에서 드러나고, <이카로스의 추락>과 이상의 <날개>에서 추락과 비상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한다.

이 책은 단순히 명화를 소개하거나 그림을 읽어내는 법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저자가 언급했듯이, 예술은 몰라도 느껴지는 것이나 알게 되면 그 느낌이 더 깊어진다는 걸 직접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저자의 글을 읽기 전에 먼저 그림을 보고, 다시 저자의 글을 읽은 뒤 그림을 보면 작품에 대한 맛이 더 깊어진다는 걸 알 수 있다.

미술 작품이 어떻게 우리의 마음을 드러내는지, 그리고 어떤 면에서 우리의 마음에 위로가 되는지 알려주고 있기에 읽는 내내 마음의 울림이 컸던 책이다.

또 많은 명화와 철학가들의 명언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 수록되었기에 아름다움을 느끼는 재미와 생각하는 재미, 둘 다를 경험할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미술 작품과 고전, 영화 등을 인문학적 시선으로 이해하기 쉽고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어 어른과 청소년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느낀다.

미술관 마음수업이라는 제목이 혹시 무겁게 느껴진다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예술 작품을 바탕으로 한 인간 심리 및 마음에 대한 고찰이 꽤 흥미롭다는 걸 가르쳐 준 책이었다.

각 글의 말미에 해당 장에서 언급한 핵심 키워드와 생각해 볼 질문을 수록하고 있어 더 깊이 있게 다가가고 싶은 독자들에게 연결점을 알려준다.

예술 작품으로 마음의 위로를 받고 싶은 이들, 명화에 쉽게 다가가고 싶은 이들, 예술과 인간의 심리를 함께 이해하고 싶은 이들, 그리고 예술과 치유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경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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