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밤의 테라스에서 쓴 편지 - 깊은 고독 속에서 건져 올린 반 고흐의 말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편역 / 청림Life / 2026년 8월
평점 :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들어 보렴, 내 생각에 예의는 인간을 향한 선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 가슴속에 심장을 가진 모든 사람이 느끼는, 다른 사람을 돕고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고자 하는 욕구에 바탕을 둔 거다. 그리고 종국적으로는 함께 살아가고 혼자가 되지 않으려는 욕구에 바탕을 둔 것이지. 나는 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나는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사람들을 성가시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줄 것들, 그들이 관찰할 가치가 있지만 그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것들을 바라보게 만들기 위해서 그리는 거다.
p.30 [1882년 4월, 테오에게]
다른 사람들이나 우리는 자신이 길 잃은 영혼의 실수와 노력을 거듭 반복한다고 느끼는 반면에 아버지는 언제나 당신이 옳다고 확신한다. 나는 아버지 같은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껴서 진심으로 화를 낼 수도 없다. 그저 그들이 나보다 더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왜 그들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느냐고? 그들의 내면에 잠재된 선함이 잘못 사용되어서 악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p.55 [1983년 12월, 테오에게]
나는 내게 가능한 일을 하겠지만, 단순한 의미에서의 평범함을 나는 결코 경멸하지 않아. 평범한 것을 경멸한다고 표준 이상으로 올라갈 수 없는 건 확실하다. 내 생각에는 적어도 평범함을 존경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온갖 어려움을 겪고서야 비로소 그 자리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pp.81~83 [1880년 11월 1일, 테오에게]
"우리는 점점 늙어 가고 있다. 그것만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다. 그 밖의 것은 모두 상상이고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끝맺은 내 편지를 기억할지 모르겠다. 그래, 그건 네가 아니라 나에게 한 말이었다. 그 이유는, 이제 현실에 맞춰 적절하게 행동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더 많이 작업하기보다는 더 깊이 이해하며 작업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p.116 [1888년 7월 29일, 테오에게]
수많은 근심걱정을 뚫고서라도 결국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내 일이다.
다른 방식은 생각할 수도 없다. 내 삶에서 고통이 완전히 사라지기를 바라는 게 아니다. 단지 그런 근심걱정이 견딜 수 없는 수준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p.168 [1882년 5월 11일, 테오에게]
그래도 예술가가 되겠다는 생각 자체는 나쁘지 않다. 마음속에 타오르는 불과 영혼을 가진 사람은 그걸 숨길 수는 없는 노릇이잖니. 그런 사람은 억눌리기보다는 차라리 타 버리는 쪽을 선택할 게다. 자기 안에 가지고 있는 것이 언젠가는 '밖으로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지.
p.203 [1887년 여름-가을, 여동생 윌에게]
빈센트 반 고흐, 신성림 옮기고 엮음, <밤의 테라스에서 쓴 편지> 中
+) 이 책은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 '테오'와 친구들, 그리고 부모님께 남긴 800여 통의 편지 중 일부를 선택해 모아 엮은 것이다.
인정받는 예술가가 되고 싶었던 고흐의 고뇌와 불안,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고 나아가려는 예술가로서의 자세 등을 잘 표현한 글을 선택해 담았다.
사랑할 때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사랑이 식는 순간 우리는 어떻게 변하는지, 남녀 간의 애정은 물론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우정 등에 대한 고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또 그는 여러 편지에서 진정한 예술가란 어떤 존재인지, 그리는 일에 몰두한다는 건 무엇인지, 가난한 예술가의 불안한 삶이지만 왜 희망을 꿈꾸는지, 흔들리는 순간들을 지나 평온을 찾는 길은 어떤지 등을 풀어낸다.
좌절과 실패 속에서도 스스로를 지키는 일, 인내하며 살아가는 힘을 얻는 것, 예술가로 성공하고 싶은 간절함, 불안한 자기 생에 대한 연민과 성찰 등도 곳곳에서 묻어난다.
이 책은 고흐의 편지글 외에 그가 그린 많은 그림들을 싣고 있다. 글을 읽으면서 고흐의 심리와 감정을 상상하고, 그의 그림을 보면서 그의 마음을 짐작해 볼 기회를 준다.
그가 자기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에서, 그가 자기감정을 그림으로 그려낸 것에서, 우리는 예술에 대한 그의 열망과 천재적 재능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림을 그린 화가로만 고흐를 기억할 게 아니라 아름다운 문장을 써 내려간 작가로도 고흐를 기억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예술가는 예술의 분야를 넘나들며 재능을 표출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섬세한 감정과 단단한 생각을 표현한 글이 많았다.
무언가에 열정을 갖고 몰입하는 이들에게, 그러나 쉽지 않은 길에서 흔들리는 이들에게, 예술가의 삶과 마음이 궁금한 이들에게, 그리고 고흐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