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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파라거스 - 제16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문학동네 청소년 81
김양미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7월
평점 :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일하러 안 나가냐고 뭐라 해서......"
"그러니까 왜 자꾸 일을 때려챠! 니 아부지 평생 그 짓 하다 가서 에미 가슴에 피멍 든 거 보고도 몰러?"
"그럼 어쩌라고. 무조건 선봐서 결혼하라며, 안 그러면 죽는다며!"
"나 살릴라고 장가가서 이젠 니 마누라 쥑이기로 했냐!"
p.33
"그러니까 제발, 생각 좀 하면서 말하라고."
이런 대책 없는 요한이를 보고 있으려니 아빠 얼굴이 떠올랐다. 무슨 일이 있었냐는 표정으로 멀거니 쳐다볼 뿐, 자신이 누군가를 힘들게 한 것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눈빛......
요한이는 답이 있는 문제는 척척 풀면서 남들이 다 아는 가장 기본적인 것도 모른다. 몰라서 하게 되는 실수가 알면서 하는 나쁜 짓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아줌마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이제야 좀 알 것 같았다.
pp.45~46
이제껏 살면서 친구가 된 이유를 설명하라고 요구한 아이는 요한이가 처음이다. 어떤 상황에서 판단이 안 설 땐 솔직하게 말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엄마가 말했다. 거짓말을 하면 당장은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반드시 일이 꼬이게 돼 있다고. 엉킨 실타래는 풀거나 잘라 내거나, 둘 중 하나라고.
"아줌마 만난 거 너가 싫어할까 봐 말 안 했어. 아줌마가 우리 보고 딱히 뭐 어떻게 해 달라고 부탁한 거도 아니었고. 그냥 사람마다 못하는 게 있는 거잖아. 동구는 배고픈 거 못 참고 나는 노래를 진짜 못해. 너는 친구들하고 잘 지내는 게 힘든 거고."
"그리고 인마! 넌 문제가 아주 많아. 말하기 전에 생각도 좀 하고. 어! 뻑하면 소리 지르고 지랄하는데 너라면 너 같은 애하고 놀고 싶겠냐? 우리 할머니가 사람은 입장 바꿔 생각할 줄 알아야 된댔어. 막 이렇게 옷도 잡아당기고, 친구끼리는 원래 그러고 놀아. 반찬도 좀 골고루 먹고."
pp.96~97
"아빠는 뭐가 제일 힘들었는데요?"
"음...... 사람 마음?"
아빠가 말한 '사람 마음'이라는 게 무엇을 뜻하는지 잘은 모르지만 요한이를 떠올리자,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도 요한이처럼,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법을 몰라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는 밥 먹듯 쉬운 일이 누군가에게는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인지도.
p.109
"아빠랑 요한이가 진짜 비슷한 게 뭔지 알아요?"
"수영 못하는 거?"
"거짓말 못 하는 거요. 그냥 말이라도 듣기 좋게 할 수 있잖아요."
"거짓말은 나쁜 거다."
"꼭 거짓말이라기보다 듣는 사람 기분 좋게."
지금 이 상황이 '타인의 감정이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해 오해받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어떤 게 현빈이가 원하는 답일까.
pp.116~117
"우리 엄마가 집에서 맨날 보는 프로그램이 있거든. 문제 있는 애들이 어쩌고저쩌고. 듣기 싫어도 다 들리니까. 아무튼 자기감정을 숨기고 사는 것도 병이래. 힘들지 않은 척, 싫지 않은 척, 자신을 속이는 게 더 나쁜 거야. 없는 말 지어내서 사람 괴롭히고 이유 없이 너랑 창식이까지 때렸는데 어떻게 그냥 둬!"
p.158
김양미, <아스파라거스> 中
+) 이 소설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인물이 등장한다. 주인공 '현빈'의 친구 '요한'과 현빈의 '아빠 박병진 씨'가 그들이다.
현빈은 다른 친구들과 좀 달라 보이는 요한이를 괴롭히는 아이들에게서 가끔 요한이를 구해준다. 요한이 대신 무뚝뚝한 듯 한두 마디 거들어준다거나, 요한이가 독특한 행동을 하려고 할 때 은근히 막아준다.
처음에는 요한이를 놀리던 '동구'도 그런 현빈의 모습을 보며 천천히 함께 행동하게 된다. 그렇게 셋은 친구를 배려하는 법을 배우며 친구가 된다.
그리고 현빈은 요한이의 개성적인 행동을 볼 때마다 아빠를 생각한다. 어렸을 때는 아빠의 돌발 행동이 이해가 되질 않았는데, 요한이의 '아스퍼거' 증후군이 아빠에게서도 느껴지며 그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자기가 흥미로워하는 것에만 몰두하는 이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목소리를 높이거나 행동이 과해져 돌발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들.
현빈은 요한을 친구로 생각하며 요한을 위해 어떻게 행동하는 게 좋을지 동구와 고민한다. 또한 아빠에게도 솔직한 자기 마음을 언급하며 아빠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애쓴다.
현빈의 아빠 역시 현빈이의 말들을 곱씹으며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게 좋은 것인지 고민한다.
이 소설은 현빈의 시점과 현빈 아빠의 시점이 번갈아 나타난다. 아이들의 시선과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어른의 시점이 골고루 제시되어 각 인물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소설을 읽으면서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다. 또 마음을 나누며 친구가 되는 과정도 엿볼 수 있어서 흐뭇했다.
평범한 건 무엇일까. 정말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만 타인과의 관계가 어려운 걸까. 누구라도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까. 그렇다면 요한이는 우리와 비슷한 사람이지 않을까.
아이들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그려낸 대사를 통해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성큼 다가간 기분이다. 재미있고 즐겁게 읽을 수 있어서,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가볍게 소화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친구 관계의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 마음을 나누는 과정을 느껴보고 싶은 청소년들, 그리고 사람 사이 인간관계가 힘든 어른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재미있는 소설이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스스로의 모습을 사랑하고 자신을 아끼는 마음이 소중하다는 것도 알게 된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