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 2 (10만 부 판매 기념 에디션) - 열두 명이 사라진 밤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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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영은 돌아오면서 인생의 값에 대해 생각했다. 그 값이 제각각이어도 되는지 알 수 없었다. 그 일을 안 할 이유가 없었다. 해낸다면 인생은 달라진다. 살아서만 돌아온다면 새로운 인생이 기다린다. 화영은 자신의 인생이 처음으로 무겁게 느껴졌다.

26% [1권]

"아, 열 살 넘으면 애들 뭐 말 듣나요, 지 인생이지, 형님 탓이 아니지요."

종인은 한 번도 아들이 진 무게를 가늠해 본 적 없지만 언제나 모두 짊어질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매일 저녁 아들이 탓하는 소리를 듣고, 매일 아침 원망하는 소리를 들으며 깨도 좋았다. 아들의 인생이 망가지지만 않는다면.

"인생 하나가, 지 혼자 망쳐지나."

종인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34% [1권]

"그냥 잘 할 수 있는 거 해. 답답하게는 살지 말고. 나처럼 된다."

그 말에 순희는 우환을 봤다. 굳이 답을 하지 않는 게 좋아을 테지만, 순희는 생각난 대로 말했다.

"난 아저씨 괜찮은데?"

"......!"

뭐가 괜찮다는 건가. 내가? 내가 어떻게 괜찮다는 건가.

40% [1권]

죽음을 예상하는 것과 달리 목도하는 것은 달랐다. 죽은 자들의 몸은 비로소 서두르는 게 없었다.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곳에 그들의 삶이 있었다. 저렇게 누운 채로 파도가 밀어내는 대로 들썩거릴 한가로운 사람들이 못 되었다. 우환은 자신이 저지른 일이 무엇인지 뒤늦게 알게 되었다. 돌아가야 할 사람들을 머물게 했고, 부지런히 살아야 할 사람들을 영원히 게으르게 만들었다.

47% [2권]

종인은 이해를 바라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해한다는 말은, 세상을 알지도 못하는 팔자 좋은 누군가가 억지로 만든 있으나 마나 한 말이었다.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 말이었다. 누가 누구를 어떻게, 어째서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인지. 종인은 그런 걸 믿지 않았다. 하지만 오해를 줄이려고 항상 노력했다. 이해를 위한 노력이 시간 낭비인 것처럼, 오해는 또 다른 시간 낭비였기 때문이다.

54% [2권]

권력을 가진 자는 그걸 나눠줄 생각이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권력을 나눠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권력자의 말을 따른다. 돈을 가진 사람이 돈을 쓸 때는 본인에게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다. 권력도 마찬가지다. 권력자들은 본인에게 뭔가 필요할 때, 남을 위해 권력을 쓴다. 나눠주는 게 아니라 이용할 뿐이다.

59% [2권]

사람은 보통 진실을 이야기하다가 거짓말을 해야 할 경우, 사실로부터 출발한다. 거짓말의 모든 부분이 거짓은 아닌 거다. 거짓말들 사이에 '진실'은 잘 없겠지만, '사실'은 자주 있다.

거짓말을 못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했다. 많은 진실을 말하고, 거짓말은 필요한 경우만, 그것도 사실을 섞어서 이야기함으로써 사람들이 그가 말하는 것 모두가 진실이라고 믿게 만드는, 거짓말에 능한 사람들이 그렇게 했다.

사실에 근거한 거짓말이기 때문에 진실돼 보일 수 있었다.

67% [2권]

김영탁, <곰탕 1~2권> 中

+) 이 책은 영화감독 출신인 저자가 '시간 여행'과 '추적자' 그리고 '킬러'라는 소재를 활용해 작성한 미스터리 소설이다.

소설은 2060년이라는 미래시대에서 곰탕을 만드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과거로 떠나는 시간 여행 배에 '우환'이 오르며 시작된다.

고아로 밑바닥 인생을 살던 우환은 목숨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여행이지만 오래 고민하지 않는다. 가서 해야 하는 일이 어렵지 않았고 성공하면 평생 만져볼 수 없는 큰 금액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또 무엇보다 어차피 여기서 어렵게 사나 과거에서 죽으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기에 망설이지 않는다. 그리고 우환처럼 각자의 목적을 갖고 시간 여행의 배에 오르는 이들은 꾸준히 있다.

이들 또한 주어진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여행을 떠난다. 이들에게 거액을 주며 시간 여행을 권하는 사람들 또한 각자의 목적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한다.

목적과 목표가 뒤섞이고 사람들의 욕망이 곳곳에서 튀어나와 어떤 것에는 연민이, 어떤 것에는 분노가, 어떤 것에는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그렇게 소설에는 사건을 둘러싸고 진실을 추적하는 이, 진실을 알고 싶은 이, 진실이었으면 좋겠는 이, 진실이 아니어도 상관없는 이 등등의 인물이 등장한다.

그들 각자가 원하는 사실을 얻기 위해 추격하는 순간마다, 분명 가족임에도 가족이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가 얽혀 있어서 궁금증을 자아낸다.

두 권으로 구성된 긴 분량의 장편소설이지만 꼼꼼한 서사의 흡입력이 높고 흥미진진한 스토리의 전개로 쉼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읽을수록 다음 상황에 호기심이 생기고 예상 가능한 선을 넘어서는 반전이 가득해 상당히 몰입도가 높다. 읽는 내내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두한 작품이다.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재미있고 몰입감 있는 추적 미스터리 소설을 읽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더불어 가족의 의미, 부자 관계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싶은 이들에게도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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