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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맛 쫌 본 세계사 - 고추와 후추, 향신료가 바꾼 역사와 문화 이야기 ㅣ 십대의 교양 2
이영숙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6년 7월
평점 :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매운맛이 기분을 좋게 만드는 건, 몸이 그걸 좋아해서가 아니다. 사실은 '너무 아파!'하고 비상벨을 울려서 그 고통을 줄이려고 스스로 엔도르핀 같은 진통 물질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고추를 너무 많이 먹으면 입이 얼얼해지고 감각이 둔해지는 것도 캡사이신이 통증을 느끼는 신경을 계속 자극해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매운맛은 무조건 참는 게임이 아니라, 선을 지키며 즐기는 자극이라는 점도 함께 기억하면 좋겠다.
pp.27~28
수많은 향신료 가운데에서도 인간의 욕망을 가장 강하게 자극하고, 세계를 뒤흔들 만큼 큰 영향을 끼친 향신료는 후추였다.
처음에 향신료는 사람을 위한 재료가 아니었다. 그것은 신에게 바치는 것이었고, 권력과 죽음을 둘러싼 의식의 일부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 신성한 물질은 서서히 인간의 세계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연기로 올려 보내던 향은 혀 위로 옮겨갔고, 의식을 채우던 향신료는 욕망을 자극하는 재료가 되었다.
pp.70~71
더 미스터리한 점은, 후추가 이집트까지 어떻게 전해졌는지를 알려주는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누가 가져왔는지, 어떤 경로를 거쳐 들어왔는지도 알 수 없다. 그럼에도 후추는 파라오의 미라 속에서 발견되었다. 이는 후추가 단지 장식이나 우연이 아니라, 죽은 이를 기리고 평안을 빌기 위한 의식의 일부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p.74
사람들이 후추에 끌린 이유는 맛 그 자체보다, 그 안에 겹겹이 쌓인 의미 때문이었다. 바다 건너 먼 나라에서만 온다는 희소성, 누구나 가질 수 없다는 희귀성, 부와 지위를 드러내는 상징성, 손에 넣는 순간 지위가 올라가는 만족감까지, 후추는 혀를 자극하는 향신료가 아니라 사람의 욕망을 자극하는 매개체였다.
pp.82~83
포르투갈이 유럽으로 실어 나른 것은 말라바르 해안의 후추, 스리랑카의 계피, 말루쿠 제도의 정향, 반다섬의 육두구였다. 당시 가장 비싸고, 가장 인기 높은 향신료들이었다.
말루쿠 제도 사람들에게 포르투갈의 등장은 번영이 아니라 폭력이었다. 평화롭던 섬들은 외세의 침입과 약탈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변했다. 향신료에 대한 욕망 때문에, 이 섬들은 대항해 시대 이후 피비린내 나는 경쟁의 무대가 되고 말았다.
pp.129~130
지구를 한 바퀴 돌아보면, 매운맛은 결코 한 가지 모습이 아니다. 어떤 곳에서는 혀를 찌르는 자극이 되었고, 어떤 곳에서는 무더위를 견디기 위한 생존의 기술이 되었으며, 또 어떤 곳에서는 향과 색을 더하는 조심스러운 재료로 남았다.
이 모든 조건과 흐름 위에서, 마지막 선택을 한 것은 인간이었다. 기후는 어떤 작물이 뿌리내릴지를 결정했고, 이동은 새로운 재료를 퍼뜨렸으며, 문화는 그 재료를 각자의 음식으로 바꾸어놓았다.
pp.185~187
이영숙, <매운맛 쫌 본 세계사> 中
+) 이 책은 매운맛이 어떤 감각을 자극하는 것인지 설명하고, 향신료의 역사를 소개하며 매운맛의 기원을 찾아 이야기하고 있다.
매운맛은 통각을 자극하는 것으로 우리의 뇌를 집중하게 만드는 기능을 한다고 저자는 언급한다. 그러면서 매운맛이 어떻게 세계화되었는지 언급하기 위해 향신료의 역할을 찾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저자는 사람들에게 후추란 어떤 존재였는지, 계층과 빈부 차이에 따라 매운맛이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 그런 향신료와 매운 식재료를 얻기 위해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했는지 등을 역사적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더불어 현재 세계 각국에서 매운맛을 활용한 요리에 무엇이 있는지, 기후와 문화 그리고 인간의 욕망에 따라 매운맛의 기능이 어떤 것이었는지 등을 이야기한다.
이 책을 통해 매운맛과 관련된 세계사의 흐름을 살펴보며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볼 수 있다. 그리고 기후의 중요성도 돌아보게 만든다.
우리가 즐기는 매운맛을 지키기 위해 기후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느끼며, 세계적 흐름인 매운맛을 살리는 새로운 식문화는 없을까 고민하게 한다.
향신료와 매운 식재료에 주목해 세계사를 흥미롭게 풀어낸 책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사를 어렵게 생각하는 청소년들에게 매운맛을 통해 향신료와 관련된 역사를 재미있게 가르쳐 주는 책이라고 느꼈다.
작지만 알찬 책으로 구성해 읽는데 부담이 없고, 매운맛과 관련된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기 쉽게 써내려가 청소년 교양서적으로 무난하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