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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 펀치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34
이송현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2월
평점 :
권오늘은 그랬다. 늘 덤덤한 어투로 고개 숙인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고는 마지막으로 내 가슴에 쐐기를 박는 말을 흘렸다.
"세상을 향해 힘껏 주먹을 내지르겠다 했던 네 말, 좀 멋졌다."
사실 그 멘트의 숨은 의미는 '날 살찌게 만든 세상의 모든 디저트와 고칼로리 음식을 향해 주먹을 날리고 싶다'였다.
인생은 책임의 연속이며 책임 완수의 과정을 통해서 진짜 어른이 되어간다는 엄마의 말에 나는 주먹을 제대로 휘두르기도 전에 공격을 위해 나아가는 스텝이 아닌 뒤로 빠지는 백 스텝을 밟을까 봐 사실 겁이 났다.
23%
"이제 당신 인생만 생각하시라니까. 그렇게 죽도록 연습만 하면 뭐 합니까? 아들놈 정신 차리게 펀치 하나 못 날리면서 말이야."
안 관장님의 등에 업힌 채 눈물을 훔치는 할머니를 보고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울지 마요, 회원님. 더 이상 아들놈한테 끌려다니지 말고 회원님 인생 살아요. 언제까지 이럴 겁니까? 살날보다 죽을 날이 더 가까운 분이....."
안 관장님의 직설적인 언사에 나도 권오늘도 눈이 튀어나올 뻔했다.
27%
"쓰리 걸즈 친구들, 내가 왜 이 나이에 죽기 살기로 주먹을 내지르기로 결심했는 줄 아나?"
김간난 할머니는 숭늉을 단박에 들이키더니 우리를 보며 말했다.
"이 나이가 되도록 나 자신만을 위해서 살아본 적이 없더라고. 나만을 위해 사는 게 쉬울 줄 알았는데.....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더라고. 그래서 아직도 노력 중이고."
35%
"안나겸, 재능이 있네 없네 하는 소리는 네가 상상할 수도 없는 시간 동안 육체와 영혼을 갈아 넣어 연습하고 노력한 후에나 조심스럽게 할 수 있는 말이야. 넌 아직 복싱한다고 말할 수조차 없을 만큼 초짜야. 그러니까 유미랑 너를 비교할 시간에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땀 흘려봐."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거저먹는 건 양아치야."
37~38%
"사람은 살면서 수많은 실수와 잘못을 저지르기 마련이야. 그때마다 자학하고 끙끙댈 거야? 네 방식대로 사과해. 그게 진심 어린 말이든 행동이든. 대신 절대 피하지 마. 내 딸은 그런 애 아니다."
엄마는 나에게 불편한 마음을 오래 간직하지 못하는 재능과 진심을 보여주는 능력을 가진 애라고 했다.
59%
"멈추지 않고 부단히 움직이는 사람은...... 결국 이 세상의 승자가 된다. 너, 안나겸처럼."
79%
"가진 것 없는 우리는 정말 열심히 해야 해. 그 어떤 편법도 쓰지 말고 그냥 묵묵히."
"입안에서 바나나킥이 녹는 동안만 슬퍼해야지."
"아빠는 말이야, 나겸아. 불행 따윈 겁나지 않아. 왜냐하면 인생이 그런 거거든. 시련이 오잖아? 마음 단단히 잡고 버티면 반드시 좋은 날이 와. 그게 인생의 룰이야."
아빠는 복싱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안 관장님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마치 인생의 타이밍을 성실한 자세로 기다리고 있는 복서와 같았다.
85%
이송현, <럭키 펀치> 中
+) 이 소설은 다이어트에 목숨 거는 '나겸',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 '오늘', 상냥하고 다정한 '유미' 세 사람의 복싱 체험기를 다루는 소설이다.
이들은 럭키 체육관 '안 관장님'의 정확하고 직설적인 어투에 잔잔한 펀치를 맞으면서도, 각자의 목적을 위해 이곳에서 열심히 운동을 한다.
쓰리 걸즈로 불리는 세 친구는 체육관에서 만난 사람들을 보며, 사람이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을 통해 나름 배우는 점도 많다.
아들에게 무엇이든 뺏기고 살다가 독립영화 배우로 거듭난 '김간난 할머니', 어렸을 때 친구들에게 괴롭힘당하다가 지금은 멋진 권투를 구사하는 '도석환', 가끔 안 관장님 등에 업혀 복싱 자세에도 쌔근쌔근 잘 자는 아이 '해준' 등이 그들이다.
그리고 나겸의 엄마와 아빠 그리고 오빠는 나겸에게 무심한 듯 한두 마디 툭 내뱉는 말들로 딸의 마음을 헤아리고 위로하며 응원한다.
청소년 각자 자기만의 심각한 고민을 복싱 체험기에 녹여내며 이들이 내적으로 한층 성장하는 모습을 잘 담아낸 소설이다.
무엇보다 읽는 내내 위트와 재치가 있는 문장들에 한 번씩 웃음을 터뜨리게 되어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다. 더불어 인생이라는 링 위에서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우는 아이들을 응원하게 되는 작품이었다.
진지한 내용을 유쾌하고 발랄하게 담아낸 청소년 문학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고민은 물론 어른들의 걱정까지 시원하게 날려줄 인생 펀치를 담은 책이라고 느낀다.
즐겁게 책을 읽고 싶은 청소년들,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소설을 선물하고 싶은 어른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다. 또 인생의 고민을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낸 소설을 접하고 싶은 어른들에게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