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고 단단하게, 법정의 말 - 내려놓음의 마음 공부 고요하고 단단하게
권민수 엮음 / 리텍콘텐츠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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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물에는 고정된 모습이 없다. 둥근 그릇에 담기면 둥근 모습을 하고 모난 그릇에 담기면 모난 모습을 한다.

뿐만 아니라 뜨거운 곳에서는 증기로 되고, 차가운 곳에서는 얼음이 된다."

관계에서는 나를 전부 내세우기보다 필요한 만큼만 드러낼 때 마찰이 줄어듭니다. 유연함은 아무 말이나 받아들이는 약함이 아니라, 조절할 줄 아는 힘입니다.

p.28

"지혜를 얻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불행한 일이 일어났을 때 '이것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이것은 변화한다. 이것도 곧 사라질 것이다'라고 자각하면 큰 지혜에 이른 것입니다."

불행을 당장 없애려 하기보다 파도처럼 지나가게 두면, 오해와 실패, 불편도 형태를 바꾸어 약해집니다. "지금은 지나가는 중이다"를 되뇌는 습관이 흔들려도 부서지지 않게 해줍니다.

p.65

"무슨 일이건 그저 좋아서 하고, 하고 나서는 잊으면서 늘 자취 없는 마음이라면

그 일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다.

일을 하면서도 그 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잘했든 못했든 오래 붙잡지 않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힘이 필요합니다. 과정에 정성을 쏟되 성과에 대한 욕심은 내려놓아야 합니다. 보상이 아니라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할 때 몰입이 생깁니다.

결과를 바람처럼 흘려보내면 그 가벼움이 다시 좋은 일을 부릅니다.

p.102

"땅에 떨어지는 낙엽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냥 맞이한다.

그것들은 삶 속에 묻혀 지낼 뿐 죽음 같은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끝을 걱정할수록 우리는 오늘을 더 꽉 쥐려다 오히려 현재를 놓칩니다.

p.182

"개울가에 앉아 무심히 귀 기울이면,

물만이 아니라 모든 것은 멈추어 있지 않고 지나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좋은 일이건 궂은 일이건 우리가 겪는 것은 모두 한때일 뿐이다."

이유를 딱 잡기 힘든 날에도 감정은 붙잡을수록 더 흔들리니, 잊으려 애쓰기보다 '지나가는 중'이라 인정하는 편이 낫습니다.

p.189

"똑같은 되풀이, 그것은 지겹습니다. 언제나 새롭게 시작해야 합니다.

오늘은 어제의 연장이 아닙니다. 새날입니다."

내일의 일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의 본질이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은 오늘을 가장 정성스럽게 맞이하는 일뿐입니다.

p.206

"낮은 밤이 받쳐주기 때문에 밝고, 밤은 낮이 비워주기 때문에 그 자리에 어둠을 이룬다."

내 안의 낮과 밤을 함께 인정할 때, 타인의 그늘도 지나가는 한때의 어둠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p.229

"무엇이든 좋은 일이라면 육신의 나이에 붙잡히지 말고 지금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결과가 저절로 꽃 피고 열매 맺게 됩니다."

서툴고 느려도 한 걸음씩 쌓이다 보면, 어느 날 뒤돌아본 자리에 내가 상상하지 못한 결과가 피어 있음을 알게 됩니다.

p.247

권민수, <고요하고 단단하게, 법정의 말> 中

+) 이 책은 복잡한 현대를 사는 사람들의 고된 마음을 헤아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법정 스님의 저서, 강연, 법회 말씀, 법문 기록문 등에서 그런 현대인에게 필요한 말씀을 선택해 엮은 것이다.

인생을 가볍게 사는 비움과 자유, 불안하고 두려운 현실에 필요한 신뢰, 일할 때의 마음가짐과 돈 혹은 시간을 대하는 자세, 인간관계의 법칙 등을 이야기한다.

또 죽음과 상실감을 수용하는 태도,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과 침묵의 가치, 혼란한 인생길을 꿋꿋이 걷는 단단함 등도 풀어내고 있다.

이를 일곱 개의 소주제로 나눠 법정 스님의 말씀 중 인상적인 구절을 발췌한 뒤 저자의 생각을 덧붙이는 구성으로 작성한 책이다.

각 글의 맨 끝에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고민의 문장을 의문형으로 제시해 성찰의 기회를 준다. 즉, 질문을 던지고 읽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 그 답을 생각하고 찾게 만드는 것이다.

짤막한 단상이라 매일 몇 장씩 읽으며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기에 적합한 형식이라고 생각한다. 법정 스님의 말씀을 곱씹으며 엮자의 조언을 들으면 잠시 숨 쉴 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느낀다.

종교적인 의미를 떠나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의미 있는 것인지 돌아보게 해준 책이다. 내려놓음의 마음공부라는 부제가 이 책의 주제를 표현하고 있고 한 문장 한 문장에서 그 힘이 느껴진다.

고요하지만 단단하게 만드는 삶의 이치를 법정의 말과 엮자의 조언에서 만날 수 있다. 단숨에 읽기보다 고된 하루의 끝에서, 혹은 나날이 새날인 하루를 시작할 때 읽으면 편안한 날이 되리라 생각한다.

마음을 다독일 순간이 필요한 이들, 법정 스님의 말씀으로 하루를 채우고 싶은 이들, 매일을 고요하지만 단단한 깨우침으로 만나고 싶은 이들이 읽으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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