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책방 숨쉬는책공장 청소년 문학 6
곽영미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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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그건 꿈이 아니다."

"내 분명히 보았다고 말하지 않았느냐!"

그때 명인이 나섰다.

"지금 조선을 보십시오. 누가 그런 말을 믿겠습니까?"

아이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가 믿지 않으면 누가 믿는단 말이냐. 대한 사람인 너희가 믿어야지."

pp.8~9

어느 날 명인은 최 선생에게 일본어를 가르쳐 달라고 청했다.

"무엇에 쓰려고 그러느냐?"

최 선생이 명인을 쏘아보며 물었다.

"너도 소위 황국민이 되어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그러는 거냐?"

"아닙니다."

새로운 과학 기술에 대한 지식은 모두 일본어로 쓰여 있었다. 명인은 더 넓은 세상의 지식을 배우고 싶었다.

"먼저 한글로 매일 글을 써 보거라."

"네 생각을 적어 보거라. 주변 사람들과 이 세상을 바라보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글로 옮겨 보거라.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글자를 많이 배워도 진정한 배움으로 이어질 수 없는 법이다."

pp.77~78

"세상에!"

명인은 연달아 감탄사를 내뱉었다. 태극기! 주위에 수많은 태극기가 걸려 있었다. 태극기는 커다란 나무에 둘러싸여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철저히 감춰져 있었다.

'태극기야,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어!'

명인은 벅찬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태어나서 제대로 태극기를 본 게 처음이었다.

p.87

"그곳에 있는 동안, 스승님의 꿈 이야기가 자꾸 떠올랐어. 우리가 비웃으며 말도 안 된다고 했던 그 꿈 말이야. 그런데 그 사람들을 보니까, 그건 헛된 꿈이 아니었어. 정말 그런 세상이 올거라고 믿게 됐어."

명인은 이제 자신도 스승님처럼 그런 꿈을 꾼다고 말했다.

"우리가 그런 날을 만들어야 해."

p.117

곽영미, <백년책방> 中

+) 액자식 구조를 취하는 이 소설은 요즘 현대의 시점에서 지인을 찾아다니며 만나길 원하는 아흔 살 '병진' 할아버지의 시선으로 외부 이야기가 시작된다.

1943년 제주 부러리 마을에서 부모를 잃고 떠돌아다니는 거지 아이들이 '백년책방'을 운영하는 최 선생님을 만나며 내부 이야기도 진행된다.

일제의 탄압으로 조선 사람들은 억울한 사연을 갖고 어렵게 살아간다. 그런 이들 중에서 이 작품은 아이들의 입장에 주목하고 있다.

부모를 잃고 제주의 친척 집에서 살던 병진은 눈칫밥을 먹으며 지내다가 쫓겨난다. 그리고 평소 용감한 아이로 보아온 '명진'이 있는 거지 무리에 끼어 생활하게 된다.

거지 아이들의 리더 격인 명진은 마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지 말자고 말하지만, 한 아이의 잘못으로 일본 경찰에게 끌려갈 상황이 된다.

그때 망설이지 않고 도와준 이가 백년책방을 운영하는 '최 선생님'이다. 최 선생님 밑에서 병진과 명인은 양자로서 글을 배우고 서점 일을 조금씩 돕는다.

그러나 결국 일본 경찰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명인을 붙잡으려 하고 그 과정에서 최 선생님을 볼모처럼 잡아 모진 고문을 한다.

결국 체력이 약해진 최 선생님이 세상을 떠나고 남은 아이들은 선생님이 지키고 싶어 하던 용기와 믿음을 잇고자 각자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기로 다짐한다.

그리고 헤어진 이들은 자기 몫을 해내며 최 선생님의 뜻을 잇고, 세월이 흘러 연락이 끊겼지만 서로를 그리워하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이 작품은 제주를 배경으로 일제 강점 하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알려주고 있다. 또 그 과정에서 삶의 방향을 잡지 못했던 아이들이 역사의식을 가지며 방향성을 잡는 과정도 잘 표현한다.

나라에 대한 관심보다, 지금 현재 먹고사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아이들이,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무어라도 하고 싶다는 마음을 결심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감동적으로 제시한다.

최 선생님이라는 스승의 가르침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깨닫고 선택한 것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청소년 문학인 이 작품은 아이들의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모습을 잘 그리고 있다는 것에서 어린 독자들에게 감동과 교훈을 줄 수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명인이 스스로 깨닫는 과정의 길을 함께 걸은 기분이 들었다. 수많은 태극기가 휘날릴 때 같이 울컥했고, 우리나라와 우리나라 사람들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겠다고 다짐할 때 같이 걷고 싶었다.

병진이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스승의 뜻을 잇기 위해 백년책방을 운영하는 모습에서 그가 살아온 험난한 여정을 짐작할 수 있었기에, 그 책방에서 몇 권의 책을 구입해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싶었다.

아이들이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에서도 우리는 느낄 점이 많다. 친구라는 존재가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담아낸 소설이다.

친구 사이의 우정, 능동적으로 사는 삶,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자세, 책임감과 용기 그리고 믿음 등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청소년 독자들이 이런 부분을 느끼고 생각하길 원한다면, 청소년 문학에서 은은하게 밀려드는 감동을 만나고 싶은 어른들에게도 이 소설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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