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없는 마을 - 치매를 앓아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공동체를 찾아서
황교진 지음 / 디멘시아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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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랑드 알츠하이머 마을은 치매를 겪기 전의 자기 삶과 동일한 일상을 영위하며 삶의 질을 유지하도록 최적화된 공간을 제공한다.

주민들은 쇼핑, 청소 등 자신이 살아온 삶을 느긋하게 즐기면서 각자의 삶의 리듬을 존중받는다. 자신이 치매라는 것을 인지하지 않게 하는 이 마을에 입소한 사람들은 마을에 사는 동안 인지 기능 저하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치매 환자를 이곳에 입소시킨 가족들은 죄책감과 불안감이 급격히 감소했다고 전한다.

p.24 [프랑스 랑드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들은 삶을 원했고 치매를 다루는 우리의 도움이 필요했을 뿐이죠. 사람들은 평범한 집에서 살기를 바랐어요. 병동에서 살고 싶어 한 이는 아무도 없어요.

요양원을 집처럼 바꿔야 하고, 한 병동에서 15명, 20명, 30명이 함께 살면 안 돼요. 가족처럼 6명, 7명 소그룹으로 함께해야 해요. 마치 친구들과 함께 사는 것처럼요. 사람들을 배치할 때도 그들의 삶의 방식을 고려해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이들과 친구가 되도록 배려하며 함께 할 수 있게 해야 맞죠.

p.50

호그벡에서 일하는 전문가와 봉사자들은 치매 증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아는 이들이에요. 이곳의 전문가들은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하되 환자들의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을 침해하지 않는 선을 반드시 지켜요. 이들이 이렇게 일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관리 시스템이 필요해요. 치매 노인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해요. 어찌 보면 대담한 관리 시스템이죠.

p.57 [네덜란드 호그벡]

한국 역시 치매 돌봄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사회, 경제적 부담이 연쇄적으로 터져 국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주로 조기 발견과 진단자 발굴에 역량을 집중해 왔지만, 환자 개인의 특성과 생활환경을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로 방향을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조기 진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진단 이후 이어지는 돌봄, 교육, 생활지원 체계가 받쳐 주지 않으면 치매 환자와 가족은 여전히 막막하다.

pp.86~88

국가가 치매 돌봄을 공적 책임으로 받아들이며 조성한 치매 마을에서는, 치매 환자가 이전보다 안정되고 의미 있는 일상을 회복한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한국도 더 늦기 전에 지역사회가 함께 치매인의 존엄을 지키는 새로운 돌봄 모델을 검토해야 한다. 이러한 시도는 치매를 가족의 몫으로만 남기지 않고 사회적 책임으로 확장하는 실질적 해법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덴마크처럼, 치매 환자를 환자 이전에 '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성숙한 관점이 먼저 자리 잡아야 한다.

pp.102~103 [덴마크 스벤보르 브뤼후셋]

도쿄 주택가에는 '집으로 돌아가자' 병원이 있다. 장기 입원이 흔한 요양병원과 달리 어떻게 하면 환자들이 하루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 생활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병원이다. 일본은 노인 환자가 퇴원 후 집에서 진료와 간호를 받을 수 있는 돌봄 환경까지 구축했다.

일본은 치매 환자를 지역사회에서 보듬고 있고, 우리는 요양 시설에 맡기고 있다. 일본 요양원은 치매 환자의 재활을 목적으로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돌봄을 지향하는데, 우리는 요양원에 입소하면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머문다.

pp.144~145 [일본 오무타시 치매 친화 커뮤니티]

글렌너 타운 스퀘어는 사람이 과거의 기억을 통해 오늘의 삶을 견뎌낼 수 있다는 사실을 공간으로 보여준다.

치매 환자에게도 과거의 기억은 사라진 세계가 아니라, 여전히 닿을 수 있는 삶의 일부다. 기억이 머무는 시대의 환경을 일상 속에 구현한 이 공간은, 치매를 단절이나 상실로만 보지 않고 기억이 남아 있는 방식에 주목한 돌봄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p.205 [미국 글렌너 타운 스퀘어]

싱가포르 니순 마을은 치매를 돌봄의 대상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일상 속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과 관계를 함께 설계한 지역이다. 위험을 모두 제거하기보다, 스스로 선택하고 길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의 여지를 남기는 접근을 택했다. 대중교통과 보행 환경, 생활 거점을 치매 친화적으로 조정하고, 지역 주민과 상인, 공공 인력이 자연스럽게 돕는 역할을 한다. 조기진단을 받은 치매 당사자들이 설계와 운영에 참여해 '함께 만들어 가는 치매 친화 마을'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p.225 [싱가포르 니순 치매 친화 지구]

황교진, <한국에 없는 마을> 中

+) 이 책은 한국에는 없지만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치매 마을을 소개하고 있다. 치매를 앓아도 자기가 살아온 삶을 되도록 유지할 수 있게 노력하는 시스템, 공동체가 협력해 환자를 돌보는 마을들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열세 곳의 치매 마을에 대해 언급하며, 이미 오래전에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에 왜 아직도 이런 마을이 없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치매 환자들이 가족처럼 하나의 공동체로 살아가도록 돕고, 과거의 기억을 담아낸 공간을 조성하며, 도와주어야 할 이들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로 대하는 곳.

외부와의 단절이나 격리가 아니라 소외되지 않고 일상을 살며,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해 환자와 치매 마을 관계자들이 자연스럽게 협력하고, 치매를 겪을 때의 어려움을 고려한 공공 디자인이 숨 쉬는 곳.

이 책에 등장하는 치매 마을은 환자를 환자로만 인식하지 않는다. 그들이 겪는 증상을 지금의 우리와 다른 상황으로 수용하며, 이들이 주어진 현실에 자연스럽게 적응하며 살 수 있게 배려한다.

이는 치매를 더 이상 치매 환자와 가족만의 문제로 내버려두지 않는 모습이다. 국가와 지역이 함께 이들을 보듬어 사람답게 살아가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는 없는 치매 마을, 그러나 이제는 한국에도 있어야 할 치매 마을. 이 책을 읽으면서 고령 인구가 증가하는 우리나라에도 꼭 필요한 시스템이 아닐까 생각했다.

치매는 더 이상 노인들만을 위한 복지가 아니다. 치매 가능성을 안고 사는 우리 모두를 위한 복지이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나라는 치매를 진단하는 선에서 그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기에 아쉬움이 많다.

진담만큼이나 중요한 게 그 이후의 돌봄과 생활 지원 체계이다. 사람들은 그 일이 쉽지 않다는 건 잘 알지만 꼭 필요하다는 것도 안다.

결국 치매 마을을 조성한다는 건 많은 이들의 마음을 모아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 마음을 모아 적극적인 행정이 가능하도록 돕는 데 있어서, 이 책이 의미 있는 시발점이 되리라 본다.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치매 환자와 가족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고, 치매 마을이 이들과 우리 모두에게 함께 살아가는 삶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느꼈다.

치매를 겪는 이들에 대한 편견을 깨고, 그들을 보살피며 살아가는 돌봄 종사자들에 대해 새롭게 알게 해준 책이라 마음이 따뜻했다.

치매 환자에 대해 편견이 있는 사람들이나, 국가와 지자체에서 치매를 적극적으로 돌보기를 바라는 이들, 치매 마을이 어떤 곳인지 궁금한 이들, 무엇보다 치매 마을 조성에 앞장서야 할 이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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