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친절한 철학 - 철학은 언제나 작은 균열로부터 시작된다
강나래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1월
평점 :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일반의지는 개개인의 사익을 넘어, 구성원 모두가 공통으로 지향하는 공동선입니다. 따라서 참된 법은 소수를 위한 장치가 아니라, 공동선으로서의 일반의지를 반영해야 합니다.
여기서 루소가 말한 "자유"는 흥미롭습니다. 그는 자유를 단순히 간섭이 없는 상태로 보지 않았습니다. 제정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에게 그 법을 따르게 하는 것은 강제에 가깝지만, 참여하여 따르는 것은 자율이라는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가 이 문장에서 미리 모습을 드러냅니다.
pp.32~33
그는 역사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위대한 성군이나 천재 철학자의 사상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오히려 생산양식의 변화, 즉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동하고 생산하는 방식, 그리고 그 위에서 벌어지는 계급 간의 갈등이야말로 역사의 주인공이라고 보았습니다. 고대에는 주인과 노예, 중세에는 영주와 농노, 근대에는 자본가와 노동자가 그 주체였습니다.
마르크스는 문제는 제도 위에 있는 게 아니라, 사회를 떠받치는 토대 자체에 있다고 봤습니다. 즉, 경제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그 위의 모든 모순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철학자들은 세계를 다양하게 해석해 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것을 변화시키는 것이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그의 목적은 학문적 연구를 넘어 현실 변혁에 있었습니다.
pp.42~43
스피노자의 사유는 종교적 권위가 작동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시도가 됩니다. 신을 자연의 질서로 재정의함으로써, 믿음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폭력이 되지 않게 만드는 조건을 탐색한 것입니다.
그는 신을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신을 인간의 감정과 권력관계에서 떼어내어, 세계 전체의 필연성으로 옮겨 놓았습니다.
스피노자가 강조하고 싶던 것은 신앙의 폐기가 아니라, 신을 둘러싼 해석 권력의 이동이었습니다.
p.114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는 모든 것은 필연적으로 정해져 있다는 관념을 무너뜨리며, 사르트르 같은 실존주의자에게는 인간이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야 한다는 급진적 자유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과학과 철학은 서로를 자극하며, '객관적 세계'에서 '관점과 주체의 세계'로의 전환을 일으켰습니다.
즉, 세계가 불확실하다면 인간도 고정된 본질이 아니라 끊임없이 형성되고 변화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힘을 얻었습니다.
pp.152~153
인간은 흔히 제도와 법, 합리성의 장치 뒤에 숨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사람들은 '법을 따랐을 뿐', '규정에 따라 처리했을 뿐', '상관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다'라는 말로 스스로를 합리화합니다.
하지만 아렌트가 보기에 바로 그 순간, 인간은 가장 위험한 길로 들어섭니다. 자기 행위의 결과를 사유하지 않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타인이나 체제에 떠넘기는 태도가 전체주의적 범죄를 가능하게 한 진짜 토대였기 때문입니다.
p.177
푸코는 누가 권력을 가졌느냐는 전통적인 질문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대신 왜 우리는 명령받지 않아도 순종하는지, 왜 스스로를 관리하게 되었는지를 물었죠.
즉, 폭력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합리성 · 돌봄 · 관리 · 정상성이라는 언어 속에 숨어들었고, 사람들은 그 기준을 자연스럽게 내면화하며 스스로를 통제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푸코에 따르면 근대사회에서 권력의 핵심은 금지와 폭력이 아니라, 훈련 · 규율 · 반복되는 습관에 있습니다.
아렌트가 전체주의 속에서 사유가 중단되는 현상을 발견했다면, 푸코는 그 사유의 중단이 어떤 사회적 · 제도적 구조 속에서 만들어지는지를 찾아낸 거죠. 아렌트가 개인의 책임과 판단 능력의 마비를 문제 삼았다면, 푸코는 그 마비나 순종이 인간의 본성이나 도덕적 나약함의 문제가 아니라, 근대사회가 개인을 관리하고 길들이는 방식의 산물이라고 보았습니다.
pp.185~188
강나래, <친절한 철학> 中
+) 이 책은 인류의 굵직한 역사적 사건 속에서 철학이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정치, 사회, 문화, 과학 등과 연결된 역사에서 철학자들이 고민하고 사유한 것이 무엇인지 설명한다.
저자는 '권력, 부, 신, 자연, 폭력, 인간'이라는 핵심어를 철학과 관련지어, 사회에서 철학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탐색한다.
권력 대 자유와 평등의 충돌, 산업혁명을 바탕으로 한 부와 욕망의 탄생, 신 그리고 자연과의 관계에서 찾는 인간의 가치, 전쟁과 악이 인간에 미친 영향, 인간이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 등을 이야기한다.
루소, 마르크스, 보드리야르, 데카르트, 스피노자, 다윈, 아렌트, 푸코, 칸트, 비트겐슈타인 등 여러 철학자들의 사상을 사회의 변화에 발맞춰 정리하고 있다.
이 책은 역사적 흐름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회 문화적 사건에 주목해 철학자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잘 설명한다.
당대 현실에 대한 철학자들의 분석과 그들이 주장한 사유 개념들을 제시한다. 중요한 건 철학자들이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에 대해 저자가 사회 문화적 상황과 관련지어 이해하기 쉽게 알려준다는 점이다.
여러 철학자들이 등장했지만 소주제별로 그들 간의 철학 사상이 어떻게 관련되는지,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하는지 친절하게 풀어내고 있어 정리가 잘 된다.
특히 아렌트와 푸코의 철학을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과거에 내린 선택과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분석과 자기반성을 동시에 깨우쳐준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철학과 인류의 역사가 얼마나 밀접한지 잘 가르쳐 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저자는 한 시대에 머무른 분석이 아니라 현재와의 관련성을 놓치지 않고 말하기에 지금의 현실을 인지하는 데에도 적합하다고 느꼈다.
철학이 왜 중요한지, 지금 시대에 고전과 철학을 왜 다시 살펴보아야 하는지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사회, 문화, 과학과 철학의 관계를 가볍게 확인하고 싶은 이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친절한 철학이라는 제목처럼 각 철학자의 대표 사상을 배울 수 있도록 핵심 위주로 언급하고 있는 책이다. 철학을 어렵게 느끼는 이들이나, 여러 사상가들의 핵심 철학을 알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