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말말말
스즈키 도시타카.야마기와 주이치 지음, 김재민 옮김 / 데이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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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스즈키 : 박새는 하지 않아요. 그렇다면 어떻게 겨울을 보내느냐 하면, 북방쇠박새가 저장해 둔 먹이를 훔쳐 먹습니다. 저장은 못 해도 먹이의 위치는 기억하는 거죠.

야마기와 : 그렇군요. 어쨌든 인간에게 없는 인지 능력이네요.

스즈키 : 그래서 저는 인간과 동물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좀 더 넓은 시야로 언어와 인간의 능력이란 무엇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인간이 진화 과정에서 언어를 얻게 된 의미를 알 수 있을 테니까요.

pp.30~31

야마기와 : 동물들의 언어는 어떻게 태어났다고 생각하시나요?

스즈키 : 환경에 대한 적응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응이란 쉽게 말해,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개체가 그렇지 못한 개체보다 생존에 유리하고 더 많은 자손을 남길 수 있다는 뜻이에요. 그 결과, 언어와 관련된 유전자가 그 집단 내에서 퍼진 거죠.

반대로 말하면, 어떤 동물이 어떤 언어를 얼마나 가질 수 있는가는 그 동물이 사는 환경에 좌우된다고 생각합니다.

p.35

스즈키 : 박새의 울음소리는 단순한 감정을 넘어선 것입니다. 다시 말해, 그들은 울음소리를 심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실험을 통해 이 점을 확인했어요.

하지만 그 나뭇가지에 줄을 매달아 나무 줄기를 따라 끌어 올리면서 "쟈쟈" 소리를 들려주면, 박새는 거의 틀림없이 이 나뭇가지를 뱀으로 착각하고 확인하러 다가옵니다.

같은 방식으로 나뭇가지를 보여주면서 다른 소리도 들려주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랬더니 박새는 나뭇가지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쟈쟈" 소리와 함께 보여 줬을 때는 그렇게 놀라며 달려오던 박새들이요. 즉, "쟈쟈"라는 소리가 뱀의 시각적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은 박새에게 "쟈쟈" 라는 소리가 뱀의 심볼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pp.44~47

스즈키 : 새의 울음소리에도 문법이 있다는 근거를 꾸준히 쌓아 왔지만, 여전히 새들이 인간처럼 말한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저항감을 가진 연구자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한 방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게 바로, 박새에게 병합의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입니다.

야마기와 : 병합이라면, 언어학에서 자주 논의되는 두 단어를 하나의 의미 단위로 묶는 조작을 뜻하죠.

스즈키 : 결론적으로 박새의 울음소리에서는 재귀(무한히 긴 문장을 만드는 능력)나 계층의 구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박새는 병합을 통해 두 단어를 하나의 단위로 묶을 수 있습니다.

pp.77~82

야마기와 : 인간뿐만 아니라, 집단이 흥분을 공유하기 때문에 가능한 행동이 있죠. 적의 무리를 물리친다든가 하는 일들요. 강렬한 감정의 공유 없이는 그런 행동은 불가능합니다.

즉, 언어는 감정의 에너지를 제어하고 방향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감정이 동반되지 않은 언어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언어로 명확한 지시를 내려도, 집단을 움직이는 공감이나 감정 에너지가 없으면 실현되지 않으니까요.

pp.151~152

스즈키 : 예전에 제가 동물과 인간 언어의 가장 큰 차이는 '지금'과 '여기'에 없는 것을 말할 수 있는가라고 말씀드렸었죠.

즉 눈앞에 없는 것을 상상해서 말하려면, 머릿속에서 정보를 재구성하고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죠. 제가 오랫동안 새들을 관찰했지만, 그들의 커뮤니케이션 내용은 대부분 눈앞의 암컷에게 구애한다거나, 천적이 왔으니 경계하자 같은 그 장소와, 그 시점에 한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과거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공상한다는 증거는 현재로서는 없는 상태입니다.

p.225

스즈키 도시타카, 야마기와 주이치, <동물들의 말말말> 中

+) 이 책은 새를 연구하는 '스즈키 도시타카'와 '고릴라'를 연구하는 '야마기와 주치이'가 동물들의 언어를 화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대담 에세이집이다.

스즈키 박사는 새 중에서도 특히 박새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면서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에 주목한다. 새의 언어를 통해 새들이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나누고 생활하는지 오랜 시간 지켜보며 분석했다.

야마기와 박사는 영장류, 특히 고릴라의 생태를 연구하기 위해 역시 그들과 오랜 시간 함께 생활한 학자이다. 이 두 사람이 만나 동물의 언어가 지닌 특징에 대해 나눈 대화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들은 입을 모아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기준으로 동물의 언어를 이해할 것이 아니라, 동물과 인간을 구별하는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나 동물의 입장에서 그들의 언어와 삶을 이해할 것을 권한다.

박새는 뱀과 매 등을 구별해 표현하는 언어 능력이 있고 긴급한 상황에서는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고릴라는 춤을 추는 비언어적 수단 활용하며 때로는 속임수를 쓰는 장난을 칠 수 있다.

책의 제목만 보았을 때는 인간과 달리 동물들이 사용하는 말은 무엇인지 설명하는 내용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동물과 인간의 언어를 비교하는 것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

동물의 말이 그들의 세계에서 어떤 의미와 역할을 하는지, 또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상황 맥락을 이해하고 있는지, 동물의 말이 그들 세계에서 하는 기능은 무엇인지 등을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즉, 언어라는 부분에 한정하지 않고 기호 수단인 말에서 한 걸음 나아가 동물의 생태를 추론할 수 있는 내용 영역까지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또 인간이라는 동물의 언어와 진화 과정을 언급하며, 현시대를 보여주는 문화와 사회적 양상을 인간의 언어와 관련지어 설명한다.

동물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대화집이라 지루할 거란 편견을 가진다면 착각이다. 오히려 젊은 학자와 노년의 학자가 만나 나눈 대화를 소주제별로 짤막하게 나누어 구성한 책이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조류와 영장류의 시조를 설명하며 인간이 그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진화해왔는지 설명하는 부분이 꽤 흥미로웠다.

동물의 언어라는 맥을 통해 동물의 소통 과정 및 진화의 흐름과 특성, 그리고 문화 등을 골고루 살펴본 것 같아 유익했다.

박새와 고릴라의 생태와 언어에 관심이 있는 이들, 동물의 언어와 문화가 궁금한 이들, 가볍게 동물 언어학 교양서를 읽고 싶은 이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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