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자본주의
김창익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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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세계경제를 장악한 빅테크 기업들의 다음 목표는 '금융'이다. 메타, 애플, 구글, 아마존, 테슬라는 모두 수억 명에서 수십억 명에 이르는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높은 충성도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사 생태계 안에서 통용되는 화폐를 구축하려 한다. 새로운 기축통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이들의 공통점은, 생태계 내부에서 '현금이 아닌 자산'을 굴리게 만든다는 점이다. 이것은 단순한 결제 수단이 아니라, 사용자를 그 생태계 안에 묶어 두는 락인 전략이다. 디지털화폐를 통해 지배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pp.35~36

미국은 비트코인을 새로운 준비금 체계의 핵심 자산으로 인정했고, 중국은 금을 기반으로 디지털 위안을 확산시키는 전략을 강화했다. 이 싸움은 단순한 자산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금과 비트코인 사이의 경쟁은 통화 신뢰의 기준을 둘러싼 역사적 전환을 뜻했다. 과거에는 금이 신뢰의 기준이었다. 앞으로는 누가 더 투명하고, 분산되고, 해킹 불가능한 기반을 제공하느냐가 신뢰의 기준이 된다.

금과 비트코인은 점점 더 역상관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디지털 통화의 확산이 금 가격의 상한을 결정할 수도 있다.

p.90

트럼프는 공장에는 장벽을 쌓고, 서버에는 길을 열었다. 실물엔 보호주의, 디지털엔 세계화를 선택한 것이다. 이전에는 관세가 산업을 위한 것이었다. 지금은 관세가 협상 카드로 쓰인다.

이런 전략은 디지털 세계화와 실물 블록화를 동시에 밀어붙이는 '모순된 병행 정책'이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미국의 힘이기도 하다. 실물 보호주의는 제조업과 노동자에게 보상이며, 디지털 제국주의는 자본과 플랫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무기다. 또한 국가라는 틀을 벗어난 빅테크와 국가 중심주의를 강화하는 정치 사이의 공생이다. 이 모순은 결국 새로운 규범 재편의 신호탄이다. 그 중심에는 매그니피센트 7이 있다. 이들은 국경 밖에서 작동하고, 국가 위에 군림한다.

p.138

월가는 빅테크가 가려는 길목을 선점하고 규제란 장벽으로 그들을 가로막는 낡고 비효율적인 구체제의 상징이다. 앞서 설명했듯 빅테크는 혁신의 마지막 단계에서 궁극적으로 금융이란 영역을 통과해야 한다. 선점 후 독점이란 금융의 역할을 스스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역시 언급했듯이, 빅테크들의 인공지능 기술이 향하는 종착역은 군수 산업이다.

p.147

결국 지금 우리는 화폐 패권의 세 번째 전환기에 도달해 있다. 19세기에는 금과 파운드를 중심으로 한 영국이, 20세기에는 달러와 석유를 결합한 미국이 패권을 쥐었다면, 21세기에는 전기와 데이터, AI가 새로운 자원이며, 이를 소비하고 제어하는 자가 권력을 갖게 되는 시대다.

p.175

트럼프는 '상품 무역은 보호하고, 디지털 서비스는 개방한다'는 이중 전술을 통해, 미국이 전통 산업을 되살리는 동시에 글로벌 데이터, AI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게 하려 한다. 이는 단순히 보호무역 회귀가 아닌, 세계화를 미국에 유리한 방식으로 재설계하는 '빅테크 주도형 세계화'로의 전환이다.

p.239

결국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미국 국채 시장에 대해 천사와 악마의 얼굴을 동시에 지닌 존재다. 한편으로는 디지털 금융 혁신을 통해 국채 수요를 자동화하고, 미국 달러 기반의 디지털 통화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긍정적인 기여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위기 상황에서 국채 시장을 급격히 흔들 수 있는 위험한 민간 플레이어로 돌변할 수 있는 구조적 잠재력을 안고 있다.

그 둘 중 어느 쪽이 될지는 기술이나 시장이 아닌, 정부의 제도 설계와 통화정책 수립 능력,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정치적 결단에 달려 있다.

pp.254~255

"테크놀로지는 이데올로기다." 이 짧은 문장은 강력한 진술이자, 21세기 정치, 경제, 문명 질서를 설명하는 하나의 문명론적 선언이다.

기술은 그 자체로 가치관을 담고 있으며, 어떤 사회를 지향할 것인가에 대한 암묵적인 '정치적 선택'을 강요한다.

p.291

세계경제는 이른바 '조정자'라 불리는 통화 주도 엘리트 세력에 의해 반복적 버블과 붕괴, 그리고 위기를 통한 자산 재편 과정에 놓여 있다.

이와 같은 금융 중심 통제 질서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비트코인을 위시한 탈중앙화 화폐다.

이러한 탈중앙 기술의 이상을 응용한 또 다른 조정자가 무대 위로 올라오고 있다. 바로 빅테크 기업들이다.

이러한 권력은 스테이블코인을 매개로 가속화된다. 스테이블코인은 탈중앙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법정통화, 특히 달러와 연동되는 통화로, 미국의 패권을 디지털로 확장하는 도구에 가깝다.

스테이블코인의 세계화는 결국 브레턴우즈 체제의 디지털 확장판이며, 주체만 달라졌을 뿐 권력구조는 그대로인 셈이다.

pp.310~312

김창익, <빅테크 자본주의> 中

+) 이 책은 금과 달러가 기축 통화였던 시대부터 지금까지 세계 경제사의 흐름을 살피며, 앞으로 데이터와 전력, AI 기술을 보유한 빅테크 자본주의 시대의 서막을 예측하고 있다.

저자는 자본주의 시대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국가와 정치적 세력, 빅테크 기업들의 패권 전쟁을 세계 경제의 흐름에 따라 설명하고 있다.

트럼프가 왜 관세에 집착하는지, 매그니피센트 7이라 불리는 기업들이 왜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려고 애쓰는지, 미중 패권 전쟁 및 월가와 빅테크의 충돌에 숨겨진 의미는 무엇인지 등을 흥미롭게 밝힌다.

또 EU가 빅테크 규제 프레임을 만드는 이유와 그 규제를 다시 규제하려는 빅테크의 움직임을 조명하고,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는 트럼프와 빅테크 기업의 의도를 파헤친다.

그리고 기술 전쟁의 중심에 선 디지털 화폐의 기능을 이야기하며 빅테크 자본주의 시대가 어떻게 흘러갈지 방향을 언급한다.

마지막으로 세계 경제의 큰 틀인 기술 패권의 전선에서 우리나라는 어떻게 판단하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

약 370쪽 분량의 방대한 양이고 세계 경제의 흐름을 훑고 있는 책이라 어려울 줄 알았는데,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었다.

거대 기술 자본의 존재 이유를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배웠다는 생각이 든다. 트럼프와 매그니피센트 7 기업, 즉 세계 자본을 뒤흔들려는 주체들이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의 숨은 의미를 확인했을 때는 소름이 돋았다.

세계 통화 질서가 새롭게 재편될 때 우리는 자산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낯설고 거리감이 있었던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 책이었다.

현시점은 물론 미래 경제 사회의 흐름을 예측하고, 우리가 스스로 대응책을 찾도록 도우며, 디지털 화폐의 존재 가치를 논리적으로 증명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간 뉴스와 신문에서 접한 세계 경제 상황의 단편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하나씩 정리가 된 듯하다. 저자의 안정적이고 일관된 사유를 따라가다 보니 자본주의의 흐름을 배우고 그 이후의 큰 틀을 예상하게 되었다.

현재 세계 경제의 흐름을 파악하고 싶은 사람, 미래 사회 자본주의 및 디지털 화폐 시스템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 주식 및 채권 등에 투자하는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따분하지 않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알찬 인문 경제 교양서라고 생각한다. 빅테크 자본주의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운 유익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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