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넝쿨 이층집 고래책빵 고학년 문고 18
윤경미 지음, 김지영 그림 / 고래책빵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야! 너 안 하던 짓 하면 들키는 것은 시간문제야."

"나, 티 안 냈는데."

"콧노래 불렀잖아."

"저절로 나오는 걸 어떻게 해."

"어른들은 눈치가 빨라서 금방 알아."

"아빠도 눈치 빨라?"

"아빠는 사람의 마음을 읽어. 정신과 의사니까. 최면치료도 하잖아."

pp.52~53

"그게 아니라. 할머니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아서. 너도 걱정되고."

"언제부터 내 걱정 했다고. 휴~"

"뭐? 이 쪼그마한 게."

"지난 일을 기억 못 하는 사람도 있어. 안 하고 싶은 사람도 있고. 할머니뿐만 아니라 오빠도."

p.61

"왜 나를 도와주는 거야?"

"왜라니. 친구끼리는 돕기도 하고 그러는 거지. 저 형들이 또 그러면 내 이름만 대. 그럼, 이만 축구하러 갈게."

친구들은 어깨동무하며 우르르 몰려갔다. 외모만으로 정우를 불량학생으로 생각했다. 내 생각이 틀렸다. 친구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크게 메아리쳤다.

p.74

나는 내 슬픔이 더 크다고 생각했다. 재희가 어려도 그 슬픔의 크기는 작지 않았을 것이다. 따뜻하게 대해주지 못했던 지난날을 후회했다.

서둘러 본채로 돌아왔다. 나는 재희 손을 꼭 쥐었다.

"나도 이렇게 힘든데. 일곱 살 너는..."

내 아픔만 세상에서 제일 크다고 생각했다. 감정조절이 안 돼 가장 가까운 재희에게 늘 차갑게 대했다. 나 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 이제야 알았다.

p.82

"난 이곳이 싫어요. 내가 꿈꾸던 집인데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곁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오늘 알았어요."

묻지도 않는 말을 꺼냈다.

"더 늦기 전에 가족들에게 돌아가요. 정말 절실한 순간에는 기다림이 길게 느껴지거든요."

p.83

윤경미, <장미 넝쿨 이층집> 中

+) 이 책에는 서로를 위해 비밀을 품고 사는 가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엄마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홀로 간직하는 아빠, 오빠가 자신을 버릴까봐 오빠의 눈치를 살피며 살아가는 재희, 엄마의 죽음이 아빠 탓이라며 가족을 피하는 아빠에게 화가 나는 재민.

그 외에도 서로를 위해 희생하는 가족들과 친구라는 이름 아래 가족처럼 챙기는 이들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재민이네 가족이 귀신이 산다는 소문이 있는 장미 넝쿨 이층집으로 이사를 가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가족들 각자 간직한 아픔과 비밀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하나씩 정리되고 오해는 풀리며 이들의 관계는 깊어진다.

그 과정에서 어린 재희는 사람을 상대하는 방법을 배우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게 된다. 오빠 재민은 친구 사이의 우정이란 무엇인지 깨닫게 되고, 마음의 상처를 다스리는 법을 알게 된다. 아빠 또한 어른이지만 어떻게 가족들을 대해야 하는지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의 내용이 너무 재미있어서 손에서 놓지 않고 단숨에 읽었다. 아이들의 아파할 때는 같이 마음이 아팠고, 낯선 인물과 상황에 두려워할 때는 함께 있어주고 싶었다. 또한 재민 아빠의 마음도 왜 그리 이해가 되는지.

아이든, 어른이든 슬픔의 깊이와 상처의 크기는 비교할 수 없다는 사실도 깊이 와닿았다.

무엇보다 선량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악한 사람들은 벌을 받는다는 것, 그리고 약자인 어린이들을 함부로 대하는 어른들에게는 그에 합당한 벌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읽으면 내면적으로 한층 성장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느낀다. 중간중간 실감 나는 그림들을 통해 꾸준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이들과 함께 읽는 어른들에게도 모처럼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느낄 기회가 될 것이다. 서로를 위하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간접적으로도 경험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