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각성
정원 지음 / 북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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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나는 떠나야 했다. 지금과는 달라지기 위해서, 나에게 좀 더 솔직해지기 위해서. 절망적인 현실과 물리적인 거리를 둔 채로 한참 남은 인생을 대비할 수 있는 요소가 더 이상 일상에선 보이지 않았다. 무엇을 얻을지, 혹은 잃을지도 모르는 미지의 세계로 떠나 새로운 나를 찾기 위해 캐리어를 꺼냈다.

p.9

종소리 대신 특별 기념식을 진행했다. 바로 달리기였다. 목표를 향해 걷는 길이 지나치게 가파를 때마다 나는 달리기로 마음을 달래며 정진했는데 올해도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1월 1일의 달리기를 잊지 말자는 마음으로 생애 처음 16km를 쉬지 않고 달렸다.

뚜렷한 목표가 없었음에도 그저 최선을 다하는 순간이 필요했다. 의지를 꿰매 계속 선명한 자아를 심고 싶었다.

p.45

불편함을 마주하지 않을 수 있는 간결함이 여행객을 좋은 방향으로 이끈다. 필수를 선택함으로써 우리가 얼마나 간단히 살 수 있는지 배운다.

p.74

우리는 지나치게 복잡하지만 단순한 것들로 순식간에 넘어갈 수 있어서 다행이야. 함께라 참 좋지만, 함께라 참 어렵다.

p.151

개인의 시간에 최선을 다해 즐기는 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래서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들이다.

p.198

정원, <여행 각성> 中

+) 이 책은 오사카, 뉴욕, 보스턴, 삿포로를 여행한 저자의 에세이집이다. 이 책에는 여행 장소에 대한 기억이나 그 순간의 느낌, 맛있는 음식을 먹는 기쁨 등을 비롯하여 여행을 떠나기 전의 상황과 저자의 마음에 대해서도 수록하고 있다.

취직하기 위해 많은 면접을 보면서 불확실한 현실에서 선택한 여행이었다. 그건 도피라기 보다 어떤 식으로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용기 있는 첫걸음이지 않나 싶다. 그동안과 달리 작가 혼자 떠나는 첫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자신과 조금은 달라지기 위해 여행 가방을 꾸리는 선택이 저자의 인생에서 몇 번씩 존재했다. 그 시간들을 거치며 저자는 스스로와 마주했고, 그리고 가치관이 다른 가족과 함께 지내는 법을 배우며, 낯선 이들과 걸음을 맞춰 여행할 때 깨닫게 되는 것 등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는 저자가 여행한 지역들의 정보와 맛집, 풍경 등에 대한 내용도 많다. 아름답고 서정적인 사진도 담고 있어서 생생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저자가 여행을 다니며 자기 인생에서 여행이란 어떤 의미인지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롭다고 느낀다.

제목인 '여행 각성'이 여행에 대한 각성일 수도 있고, 여행을 통한 각성일 수도 있겠다. 저자는 그 길의 한가운데 스스로를 새롭게 놓아두는 여정을 반복하리라 생각한다.

불확실한 일상에서 선택한 여행을 통해 저자가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듯이, 그리고 돌아온 일상에서 용기 내서 몇 번의 선택들을 해냈듯이,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도 떠나서 즐길 용기, 일상으로 돌아올 용기를 권하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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