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전 - 법정이 묻고 성철이 답하다
성철.법정 지음 / 책읽는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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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륜이란 이렇듯 사람을 변모시키는가. 서슬이 시퍼렇던 젊은 날의 기상도 노년에 이르면 부드럽고 푸근해진다. 원숙이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노년에 이르러서도 젊은 때처럼 꼬장꼬장하고 서슬이 푸르기만 하다면, 삶 그 자체가 지루해서 탄력을 잃고 말 것이다. (법정)

p.9

"남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하지 말고 '일체 중생이 행복하게 해 주십시오'라고 직접 기도하면 어때? 그렇게 하면 절하는 이 자체가 바로 남을 돕는 거 아니냐?"

ㅡ성철, 3천 배를 마친 한 대학생에게 한 말

p.29

자신에 대한 염려에 앞서 남을 염려하는 쪽으로 마음을 돌릴 때, 인간은 비로소 성숙해집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는 친절이라는 것을 마음에 거듭 새겨 두시기 바랍니다.

작은 친절과 따뜻한 몇 마디 말이 이 지구를 행복하게 한다는 사실 역시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ㅡ법정, 2004년 6월 2일 법문 중에서

p.56

마음의 눈을 뜨면 전체가 본래 부처이고 전체가 본래 극락세계인 줄 알게 됩니다.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되느냐? 모든 존재를 부처로 섬겨야 합니다. 부처님이니까 부처님으로 섬기는 거예요. 그래서 불교 믿는 첫 조건으로 모든 생명, 모든 존재를 부처님으로 모셔라, 모든 존재를 부모같이 섬겨라, 모든 사람, 모든 존재를 스승으로 섬겨라 하는 3대 조건이 있습니다. (성철)

p.95

늘 하는 말입니다만, 절은 불공을 가르치는 곳이지 불공하는 곳이 아닙니다. 탁자에 앉아 있는 부처님만 부처고 밖에 있는 부처님은 부처 아니냐는 말입니다. 탁자에 앉아 있는 부처님은 모든 존재가 본래 부처라는 것을 가르쳐서 모든 존재를 부처님으로 모시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것이 불공입니다. (성철)

p.100

그래도 우리가 행복한 것은,

천당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본시 천당에 살고 있고,

본시 극락에 살고 있으며,

본시 해탈한 절대적 존재라는 사실에 있습니다. (성철)

p.136

일부러 나쁜 짓 하지 않으려 해도 중생이니까 나쁜 짓 않을 수 없고, 중생이니까 착한 짓 하려 해도 늘 착한 짓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나쁜 짓 안 하려고 하지 말고 착한 짓 하려고도 하지 말아서 오직 자기 마음만 깨치라 이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정기의(自淨其意) , 스스로 그 마음을 바로 닦는 것이, 깨끗이 하는 것이, 시제불교(是諸佛敎),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다."라고 칠불통계(과거 시대의 일곱 부처님)께서 한결같이 말씀하셨습니다.

pp.196~197

성철 스님, 법정 스님, <설전> 中

+) 이 책은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정확히는 불교와 부처님에 대한 이야기, 물질적인 삶에 치우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자기 안의 부처에 대한 이야기 등 법정 스님의 질문에 성철 스님의 답변으로 이루어진 형식이다.

흔히 '내 안의 부처'라는 표현을 들어왔지만 막연하다고 느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성철 스님의 말씀을 통해 우리 인간은 본래 귀한 존재며 우리가 곧 부처고 모든 존재가 다 부처라는 표현이 바로 그 말을 뜻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또 절은 본래 불공을 가르치는 곳이라는 말씀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절은 불공을 올리는 곳이라고 생각해왔는데, 불공을 가르치는 곳이라고 말씀하시니 그 느낌이 사뭇 다르게 다가왔다. 모든 존재가 부처이니 모든 존재를 부처처럼 모실 것을 가르치는 것이 절의 존재 이유인 듯했다.

성철 스님은 인간은 본래 깨끗한 거울과 같은 존재인데 먼지가 끼어 더러워지는 순간이 있다고 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본래 깨끗한 것이었으니 다시 원래대로 깨끗하게 닦아놓으면 된다는 것이다. 이는 곧 스스로의 마음을 닦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리라.

자기 마음부터 깨끗하게 닦고 지키는 것이 삶을 살아가는 기본자세임을 가르쳐 주신 셈이다. 착하게 살고자 애쓰지 말고, 나쁘게 살지 않고자 애쓰지 말고, 오로지 자기 자신을 깨치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우리가 행복한 것은 우리가 본래 천당에, 극락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씀도 인상적이었다. 그것이 몸과 마음에 와닿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순간순간 깨치는 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불교에 대한 이야기가 기본 틀이니 불교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더 잘 와닿을 것이라고 느낀다. 부처님의 말씀과 불교 교리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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