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클래식 - 나는 클래식을 들으러 미술관에 간다 일상과 예술의 지평선 4
박소현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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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즐겼던 베토벤은 자연 속에서 음악적 영감을 얻었고,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을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들은 열정으로 대표되는 베토벤의 다른 작품과는 달리 맑고 전원적인 분위기를 띤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교향곡 제6번 <전원>과 1801년에 작곡한 <봄의 소나타>가 있다.

p.22

무하는 모두를 위한 예술을 추구했기에, 기득권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일반 대중도 자신의 작품들을 쉽게 접하길 원했다. 그리고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아름다운 상상의 세계 속에서 잠시나마 위안을 받고 행복하길 바랐다. 그는 자연을 의인화해 얇고 가벼운 드레스와 보석들로 장식된 여성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패널화로 많이 남겼다.

p.28

'음악의 성인'이라 불리는 베토벤은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위대한 작곡가가 독일 출신의 영국 작곡가 헨델이라 밝히며, 묘비 앞에서 모자를 벗고 무릎 꿇어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기악과 합창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던 헨델의 역량은 오라토리오 《메시아》 속 <할렐루야>나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 《왕궁의 불꽃놀이》 등의 작품들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pp.38~39

달리는 가장 정확한 시간을 상징하는 시계를 흘러내리게 해, 우리의 기억이 지속은 가능하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형된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꿈이나 환상 속에 존재할 것 같은 기묘하게 변형된 물건들을 통해, 심리적인 시간이 집착과 욕망으로 어떻게 변형되고 지속되는지 보여준다.

물리적인 시간의 흐름을 음악으로 표현한 게 폰키엘리의 <라 조콘다>라면, 시간이 흐르며 바뀌거나 뒤틀어지는 기억을 그림으로 표현한 건 달리의 <시간의 지속>이라 할 수 있다.

pp.72~73

숨을 거둔 예수의 갈비뼈 하나하나, 팔의 핏줄과 못질에 상한 손까지 섬세하게 표현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에서 성모 마리아는 다른 <피에타> 작품들과 달리 예수의 얼굴을 바라보거나 뺨을 비비지 않고 있다. 성모 마리아가 예수의 부활을 믿고 초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도 해석되고, 사랑하는 아들이 죽은 모습을 차마 바라볼 수 없는 깊은 슬픔을 그린 것이라고도 해석된다.

p.143

핍박을 피해 피난을 떠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주는 녹색의 바이올린 연주자의 표정에서 화가가 그려낸 히브리의 선율을 느낄 수 있다. 이 선율과 겹치는 구슬픈 음들과 화려하게 빛나는 바이올린의 초절기교가 골고루 섞여 있는 <피가니니아나>는 샤갈의 선명한 색채와 닮았다. 지붕 위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바이올린 연주자는 유려한 연주로 귀를 즐겁게 해주는 피가니니이자, 핍박 속에서도 피어난 음악이라는 꽃을 경외하는 밀스타인이고,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꿈꾸는 이들을 사랑의 색채로 위로하는 샤갈이다.

p.194

칼로가 47살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8일 전에 그린 그림은 삶을 칭송하고 생명의 위대함을 수박에 빗댄 <인생이여 만세>다.

그녀가 일기장에 쓴 "이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를."이라는 글귀가 덧없는 인생의 슬픔이 아닌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는 초연한 마음으로 보이는 것도 이런 작품들이 있기 때문이다.

p.266

박소현, <미술관에 간 클래식> 中

+) 이 책의 저자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비올리스트인 클래식 전문가이다. 그런 저자가 어느 날 그림 <음악 악기들>을 감상하다가 엎어져 있는 악기를 보며 의문을 갖게 된다.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이라면 왜 그렇게 그렸을지 궁금했을 텐데, 마침 똑같이 궁금해하는 표정을 짓는 관광객과 대화를 하게 된다.

예상대로 그 사람도 클래식을 전공하는 사람이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과 만나 예술을 통해 공유할 수 있는 게 있다니 신기했을 것이다. 이 책을 만들고자 기획했을 때 저자는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고 언급한다. 이 책을 읽으면 저자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이해가 된다. 저자의 기억 속 장면이 연상되는 구성의 책이었다.

이 책은 명화와 어울리는 명곡을 짝지워 설명하고 있다. 화가에 대한 정보와 아름다운 그림들을 설명하고 그에 어울리는 명곡을 제시하여 작곡가와 음악에 대한 정보를 이야기하듯 풀어낸다.

자연, 환상, 고독, 가족, 전쟁, 사랑과 죽음, 춤을 테마로 설정하여, 30점의 명화와 30개의 명곡을 소주제에 맞게 엮어냈다. 각 장별로 해당 명화를 실어두었고, 명곡을 해설하는 부분에 클래식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QR 바코드를 같이 수록했다.

화가와 그림에 대한 설명을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풀이하고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그림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나 청소년들이 보아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표현했다. 또 그에 연결되는 클래식 음악을 감상할 수 있어서 읽는 내내 풍부한 감성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명화와 클래식 명곡에 대해 잘 모르지만 저자의 설명을 읽고, 다시 한번 그림을 보거나 음악을 들어보면 훨씬 이해가 잘 되고 공감 가는 부분이 많다. 명화와 클래식 명곡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한 책이었다.

또 예술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이 재미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알게 해준 책이었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명화를 보니 이 책의 제목을 참 잘 정한 듯싶다. 미술관에 간 클래식의 손을 잡고 나란히 서 있는 기분이었다.

그림 한 점과 클래식 음악 한 곡으로 지식과 마음이 모두 풍부해진 것 같아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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