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편하게 말해요 - 마음을 다해 듣고 할 말은 놓치지 않는 이금희의 말하기 수업
이금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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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말을 할 때 우리는 잊어버립니다. 제대로 들어야 제대로 말할 수 있다는 명제를요, 우리말이든 영어든, 아니 모든 언어가 그렇습니다.

잘 듣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신뢰할만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p.18

"괜찮아" 뒤에 물음표가 붙을 상황이라면 굳이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맙시다. 괜찮아 뒤에는 느낌표만 붙이면 어떨까요. 스스로 격려하고 위로하는 마음을 표현할 때 말이죠. "괜찮아!" 내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건 그야말로 '괜찮습니다.'

그렇다면 위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한 박자 늦추는 것을 제안해 봅니다. 당장 톡이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싶겠지만 한 호흡 쉬는 거죠.

pp.128~129

잊지 마세요. 앞도 중요하지만, 뒤는 더 중요합니다. 앞에서는 웃고 뒤에서는 뒷담화를 하며 거친 말을 하면 언젠가 나에게 돌아옵니다. 평판이라는 이름으로요. 평판이 무서운 건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 평생 내 뒤를 따라오기도 하거든요.

p.145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면 밑으로 다 빠져버리잖아요."

"네? 갑자기 콩나물은 왜요?"

"물이 밑으로 빠지니까 눈에는 안 보이지만, 며칠 후에 보면 콩나물이 쑥 자라 있지요. 공부도 그런 법이에요. 해도 해도 아무 소용없는 것 같아도 자기도 모르는 새 실력이 쑥 늘어나니까요."

대화란 이런 겁니다. 그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시작하는 것이지요. 중학교 교장이었던 남편은 아내가 평소에 보고 느끼는 점을 헤아려 한마디를 했습니다. 고사성어를 들먹이지도, 유명한 격언을 인용하지도 않있습니다. 그저 아내의 눈높이에 맞춰, 아내의 일상생활에 기준을 두고 말했습니다.

pp.187~188

마음은 뭘까요. 마음은 내 것인데 왜 내 마음대로 안 될까요.

이럴 때 해야 할 일은 딱 한 가지.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해요. 마음을 가만히 둬야 합니다.

p.222

병목현상으로 도로가 갑자기 꽉 막히듯 인생의 교차로 역시 서로 엉키고 꼬여서 교통체증, 아니 고통이 체증을 불러온다는 겁니다.

그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어요. 그저 그러려니 하면서 뚜벅뚜벅 걸어가는 수밖에.

그 선임, 그 부장도 마찬가지겠지요. 자신이 가야 할 길을 걸어간다는 거죠. 그러다 보면 거짓말처럼 꽉 막힌 도로도 어느새 뚫리고 서로 헤어져 가뿐하게 가던 길을 계속 가게 된다고요. 상대도 마찬가지겠지요.

인간관계 때문에 힘이 들 때면 문득문득 떠오는 말입니다. '교차로에서 만난 것뿐이야.'

pp.241~242

말하기에는 화자의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몰두와 흥미를 부르죠. 그러다 말하는 사람의 기운과 에너지가 조금씩 떨어지면 듣는이의 집중과 재미도 조금씩 떨어집니다. 그만큼 말하기에는 크고도 지속적인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p.295

이금희, <우리, 편하게 말해요> 中

+) 이 책은 아나운서이자 대학교수인 저자가 말을 잘 하고 싶어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조언이다. 책의 후반부에 화법에 대한 기술적 접근도 있지만, 그보다 먼저 저자는 말하기가 갖고 있는 부드러운 힘과 화자의 진정성 있는 태도가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설명해 준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말을 잘하려고 고민하기에 앞서 말을 잘 들어주는 연습부터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화가 잘 되는 사람, 대화를 하면 편한 사람의 핵심은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이라고 언급한다. 또한 혼자서라도 말을 해보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함을 강조한다.

1분 동안 주어진 단어 몇 개를 활용해 말을 해보거나, 인형 등으로 가상의 상대방을 설정해 대화를 해보거나, 말하는 어조와 성량을 조절해서 자기가 한 말을 녹음해 다시 들어보며 연습하는 등의 방법들을 가르쳐 준다. 발표를 앞두고 떨리고 있다면 그 발표 전에 수없이 많은 연습을 해서 자신감부터 챙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으면 상대방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하는 것이 대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내 안의 부드럽지만 단호한 힘을 끌어내어 대화하는 태도가 말을 잘하는 첫걸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충분한 준비와 연습을 통해 먼저 내가 하는 말에 자신감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글로 쓰는 것이 아니라, 문장을 읽는 것이 아니라, 말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말하기의 목적에 맞게 수없이 많은 연습은 가장 기본적인 노력이다. 그리고 말을 잘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어조, 화술, 그리고 그들의 말을 듣는 사람들을 대하는 눈빛, 농담하는 타이밍까지도 배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단순히 말하기의 방법만 기술한 것이 아니다. 인간관계의 고민과 그 상황에 맞는 잔잔한 위로,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두려움과 그에 대응할 용기, 자신감과 자존감을 키우는 노력 등도 접할 수 있다.

글로 만나는 저자의 문장에서 인생 선배의 진심 어린 조언과 위로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게 이 작가의 힘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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