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고 싶다는 말 - 공허한 마음에 관한 관찰보고서
전새벽 지음 / 김영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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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던 면이 있었네.' 그건 내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그런 면도 모르고 스스로를 너무 괴롭혀왔다.

p.67

대학 졸업장도 필요 없고 전과자 딱지도 두렵지 않은 단단한 자기 확신. 요즘 말인 '나씨나길'이 떠오른다. '나는 씨발 나의 길을 간다'는 뜻이다. 여기서 '씨발'를 최대한 점잖게 풀어 쓰면 '남들이 뭐라든' 정도가 될 것 같다.

"물론 성장을 부정하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성장이 목표인 것과 그걸 수단으로 여기는 태도에는 차이가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저는 영어를 배운다거나 운전면허를 딸 때, 그걸 다른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를 획득하는 의미로 생각했지, 그걸 성장이라고 생각하진 않았거든요. 그런데 성장이 목표가 되면 자기착취적인 행동에 빠지는 것 같아요."

pp.102~104

"당신이 말하는 외롭다는 건, 다른 형용사로 하면 어떤 감정인데?"

"두려움인 것 같아. 내가 아는 사람들이 떠나고 나 혼자 남겨질 것 같은 두려움."

p.167

우울증이 어떤 기분인지 말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겠지만, 나는 한 가지 대답을 곧잘 내놓는다.

"문제의 원인이 항상 나인 것처럼 느껴지는 거."

p.230

우울하다는 건 그런 거였다. 몸안에 눈물이 쌓인 상태, 그래서 눅눅하고 곰팡곰팡한 상태, 마음에서 악취가 날 지경인 상태. 그렇다면 할 일이 명확하다. 나를 활짝 열고 볕 속에 두는 것, 그저 볕이 치유하게 두는 것, 그 외의 일은 생각하지 않는 것.

p.239

전새벽, <닿고 싶다는 말> 中

+) 저자는 이 책에서 가끔씩 언급한다. 자신이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았었고, 그 기간 동안 어떤 생각으로 살아왔는지, 어떻게 서서히 벗어날 수 있었는지. 처음에는 관련 내용을 가끔씩 언급했기 때문에 이 책의 분위기가 어둡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읽다보면 짧게 스쳐가는 구절들에서 알게 된다. 저자가 자기혐오와 자조적 태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얼마나 애써왔는지. 때로는 담담하게 주변의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또 때로는 발랄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낸다.

그런 저자의 모습에서 내면의 늪을 벗어나고자 주변을 둘러보고 자기를 들여다보며 여러 시행착오를 겪어왔음이 연상됐다.

이 책에는 마음의 아픔과 슬픔, 답답함, 공허함, 허무함 등을 글쓰기로 감당하는 저자의 모습이 담겨있다. 본인의 이야기를 일반화하여 단상 형식으로 표현한 에세이집이다. 섣부른 위로보다, 끝맺지 않은 감정선을 드러낸 솔직한 문장들이 와닿았다.

글을 쓰고자 우리나라 곳곳을 여행하는 저자의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그런 용기를 응원하고, 저자의 모습을 수용하는 저자의 가족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진솔한 펜편지로 인연이 되어 이 책의 표지까지 그려주었다는 화가와의 인연을 언급하는 부분에서 저자의 진심을 발견한 듯 하다.

우울함은 이렇게 서서히, 진솔하게, 따뜻하게 지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책이다. 저자의 말처럼 곰팡곰팡한 부분에 따뜻한 볕이 비치는 순간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느끼게 한 책이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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