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보면 괜찮아질 거야 - 소설가의 쓰는 일, 걷는 일, 사랑하는 일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숙하지만 일단은 부모 입장에 있는 한 사람으로서 말하고 싶다. 자식들이여, 그저 걱정만 하는 것이라면 부디 부모를 용서해주시라. 손수건을 들고 노벨상 수상식까지 쫓아갈리는 만무하니까.

걱정하는 마음이 없다면, 갓 태어나 스스로는 설 수도 걸을 수도 없는 아기를 어떻게 무사히 키울 수 있겠는가.

pp.20~21

'죽음에 임하여 동물은 절대 혼란에 빠지지 않는다.'

정말 그랬다. 목숨이 다할 날이 다가와도, 그들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원망하지 않고, 죽음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런데 어떻게 울지 않을 수 있으랴. 제아무리 현명한 인간도 흉내 낼 수 없는 삶과 죽음의 방식을 배워, 감사하는 마음만 벅차올랐다.

p.69

레이첼 카슨의 사후 출간작 <센스 오브 원더>에는 '자연이 하는 가장 섬세한 일은 작은 것 안에서 볼 수 있습니다'라는 말이 있다. 그 작은 것을 보려고 할 때 찾아오는, 인간의 기준에 따른 사이즈의 틀에서 해방되는 기쁨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있다.

자기 존재를 작게 축소하면 축소할수록, 무력해지면 더더욱, 자연이 하는 일의 위대함을 깨닫게 된다.

p.80

책은 내용을 읽기 전에 제목만 바라보고 있어도 즐거우니 신기하다. 그래서 서점이 눈에 띄면 그대로 지나치지 못하고 꼭 들러 책장 사이를 한없이 돌아다닌다. 그러다 어느 제목과 눈길이 마주치면, 별이 반짝이듯 순간적으로 사랑에 빠져 내용을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은 채 껴안고 계산대로 향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p.108

최근에 기뻤던 일.

그 첫 번째. 노견 러브를 데리고 간 언덕길을 비틀비틀 산책하고 있자니, 지나가는 할아버지가 "힘 내, 힘 내" 하고 성원해주었다. 진심이 담긴 친절한 성원이었다.

p.169

누구나가 무언가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런 일이나 해서 대체 뭘 하겠어' 하고 무력감에 빠지는 일이라도, 사실은 본인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큰 결실을 가져온다.

잠 못 이루는 밤, 세상의 어딘가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동전을 닦거나 물고기의 숫자를 세거나,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빈틈없이 수행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면 나는 내일 또 소설을 쓰자는 다짐을 할 수 있다.

p.206

요가와 요코, <걷다 보면 괜찮아질 거야> 中

+) 이 책은 소설가인 저자가 반려견과 함께 걷고 산책하며 떠올린 사색과 저자의 일상 생활 중 글쓰기, 그리고 여러 책과 관련한 생각들을 담은 에세이집이다. 노견이 된 반려견과의 생활에서 깨닫고 느낀 것들을 이야기하며, 소설가로서 글쓰기의 고충과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평과 감정을 담고 있다.

읽으면서 저자가 말한 작품 중에 아는 책이 나오면 반가웠고, 저자가 말한 그런 면이 있었나 곰곰이 생각했다. 이 책의 일부는 걷기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고, 또 일부는 글쓰기, 그리고 책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들은 평소에 이런 일상을 보내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물론 모든 작가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글쓰는 사람들의 일상을 본 듯 싶어서 반가웠다. 만약 이 책에서 언급한 작품들을 좀 더 자세히, 깊이 알았더라면 더 공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