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의 신화
최인 지음 / 글여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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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나는 영원히 햇빛을 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점차 어둠과 죽음의 공포에 익숙해졌다. 어떤 의미에서 죽음이란 그다지 무섭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은 것이었다. 죽는다는 것 자체가 지극히 당연한 자연현상일 뿐이니까.

p.19 [비어있는 방]

그들이 주고받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이 막혀요. 점점 더 움직임이 둔해지는 금붕어와 나른한 표정의 얼굴들. 오지도 않는 누군가를 막연히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추구하지도 희망하지도 않는 사람들. 정말 어쩔 수 없는 사람들이에요. 더구나 어항의 우리에는 이끼가 안개처럼 껴 있어요.

p.81 [킬리만자로 카페]

자 우리는 이제 역사의 진보를 가져오는 관계의 끈을 술로 푸는 거지요. 자 우리 다 같이 취하도록 마십시다. 어차피 삶은 과정이고 형식인 것이오. 관념에 얽매여 순간을 희생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인간들이 만든 도덕이나 규칙, 규범에 얽매여 본능을 희생시킬 순 없다 이 말입니다. 내가 얘기하지 않아도 선생은 이미 그렇게 살고 있지 않습니까. 물론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지요. 시대와 가치관과 목적이 그러니까요.

p.184 [변증법적함수성]

최인, <돌고래의 신화> 中

+) 이 책의 저자는 특이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형사를 거쳐 소설가가 된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 단편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의 대부분이 범죄와의 연관성 혹은 어두운 일상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설들 대부분이 그로테스크한 장면과 인물들로 가득 차 있다.

저자는 현대인의 이면에 가득 찬 어둡고 괴기스러운 부분에 집중하여 작품을 쓴 것 같다. 소설 속 인물들은 욕망에 집착하여 철저하게 파멸하기도 하고, 파멸에 길들여져 그 끝이 어딘지도 모른채 끌려가기도 하며, 꿈인지 현실인지 망상인지 구분이 안되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헤어나올 수 없는 늪에 빠진 인물들을 보면서 탁하고 답답한 기분을 느꼈다. 현대인의 암울한 면모를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낯설게 다가온 부분도 많았던 것 같다. 그로테스크한 면모가 두드러진 소설집이었다고 생각한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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