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린다 작가정신 시그림책
함민복 지음, 한성옥 그림 / 작가정신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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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린다

집에 그늘이 너무 크게 들어 아주 베어버린다고

참죽나무 균형 살피며 가지 먼저 베어 내려오는

익선이 형이 아슬아슬하다

나무는 가지를 벨 때마다 흔들림이 심해지고

흔들림에 흔들림 가지가 무성해져

나무는 부들부들 몸통을 떤다

나무는 최선을 다해 중심을 잡고 있었구나

가지 하나 이파리 하나하나까지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렸었구나

흔들려 덜 흔들렸었구나

흔들림의 중심에 나무는 서 있었구나

그늘을 다스리는 일도 숨을 쉬는 일도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직장을 옮기는 일도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리고

흔들려 흔들리지 않으려고

가지 뻗고 이파리 틔우는 일이었구나

p.49

함민복, 한성옥, <흔들린다> 中

+) 이 책은 함민복 시인의 시를 한성옥 화가의 그림과 함께 담고 있다. 한 편의 시를 이야기 덩어리로 풀어서 그림과 함께 책으로 구성했다. 천천히 그림을 보면서 마음의 여유를 갖다보면 한 두 문장이 나타난다. 그 문장들과 그림을 눈에, 가슴에 담으며 읽다보면 시적인 감수성을 참 잘 담아냈구나 싶다.

그렇게 또 더 읽다보면 어느샌가 눈치챈다. 아, 시구나. 그림 같은 시면서, 시 같은 그림이다. 책을 보는 내내 바람이 느껴지는 듯 했고, 또 그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한 편의 시를 가슴에 담는 것도 행복한 일이지만, 한 권의 책을 가슴에 담는 것도 설레는 일이다.

이 그림책은 따뜻한 편안함을 전해주며 잔잔한 감동을 준다. 짧은 시간동안이라도 평온한 느낌을 접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천천히 읽어도 금방 볼 수 있어서 부담이 없고, 오래도록 마음에 울림이 남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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