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 공지영의 섬진 산책
공지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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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까 세상에 나쁘기만 한 일은 없어. 어차피 100퍼센트 좋은 일은 없어. 100퍼센트 좋기만 하다면 거짓일 확률이 많아. 모든 일에 있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은 마치 하루 동안 밤과 낮이 있듯 있는 거야. 하지만 결국엔 말이야 둘 다 나쁘지는 않아. 다만 생각을 조금 바꾸면 좋지."

p.36

마치 렘수면에 다다른 것처럼 눈을 감고 눈동자를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게 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불이 난 기억 때문에 아직도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불이 났던 그때를 생각하게 하고 눈을 감고 좌우로 눈동자를 돌리게 해보는 것이었다. 이 치료법은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고 했다.

p.56

삶이 힘든 것은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고통스러워서다. 하지만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이 모든 과정 속에 삶의 의미가 있다. 문제란 사라지지 않는다. 문제는 부딪쳐서 해결하지 않으면 그대로 남아 영혼의 성장과 발전에 영원히 장애가 된다. 다른 사람이 우리를 대신해 문제를 해결해주기 바라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삶이란 온통 개인적 선택과 결정의 연속임을 알아야 한다. 완전히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자유로워진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한, 각자는 영원히 희생자로 남을 뿐이다.

- 스캇 펙 박사, <아직도 가야 할 길>

p.69

현대인은 늘 피고인석에 앉아 있으면서 모든 사람을 상대로 자기 자신을 해명해야 하는 그릇된 표상을 지니고 있다.

- 안셀름 그륀, <너 자신을 아프게 하지 마라>

p.91

어떤 방식이든 굳어졌던 것이 움직이려면 우리는 아프다.

p.95

어제는 바꿀 수 없고 내일은 아무도 모른다. 절대 바꿀 수 없는 것 절대 알 수 없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야말로 시간의 낭비이고 공허한 일이다.

p.152

불교 경전 중 하나인 <아함경>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마라. 살면서 누구도 첫번째 화살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스스로 만들어 쏘는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은 피할 수가 있다. 고통은 첫 번째 화살만으로도 충분하다.

p.159

"세상에 나쁘기만 한 것은 없어. 다만 그 비율이 문제겠지만."

당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그 사람이 부모든 자식이든, 누구든 가장 중요한 것은 첫 번째로 물리적 거리를 두는 것이다. 독립을 하고, 방이나 집을 따로 정하고, 거리를 두기를 바란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거리를 두는 것, 물리적 거리, 정 불가능하면 정신적, 시간적 거리라도 두기를. 스스로의 능력을 정확히 재단해서 해드릴 수 있는 것과 해드릴 수 없는 것을 통보하기를. 그분들도 성인이다. 당신들이 부모처럼 부모를 돌보는 순간 약한 그분들은 아기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잊지 말기를. 약간 미안한 관계가 가장 조흔 관계라는 것을.

p.191

공지영, <그럼에도 불구하고> 中

+) 이 책은 소설가인 저자가 개인적으로 겪은 아픔과 성찰, 그리고 치유의 과정을 에세이로 담고 있다. 지극히 사적인 일임에도 불구하고 공인이기에 자기 마음과는 달리 개인사가 대중에게 공개되어 상처를 받는다. 또 정치적, 사회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면 그만큼 상처받는 일이 생긴다. 일반인보다 공인이라 더 많은 시선을 받는 만큼 더 많은 말들을 듣게 된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런 고통스러운 삶의 과정을 수용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얼마나 억울했는지, 얼마나 아팠는지 이야기한다. 그리고 지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보는 시선을 바꾸며 더 좋은 날들, 더 행복한 날들을 꾸려가고 있다. 그 아픔과 치유의 과정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마음이 아픈 것을 이야기하는 것도, 그것을 치유해가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도 용기있는 솔직함이 아니면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저자는 용기있게 글로 이 모든 과정을 풀어냈다. '지금, 여기, 그리고 나 자신' 에 집중할수록 저자의 마음은 평온을 되찾아가는 듯 했다.

인생을 사는 것은 누구나 쉽지 않다. 저자의 말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기, 나 자신'에 집중한다면 우리는 좀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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