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멸종 위기인 줄도 모르고 - 예민하고 소심해서 세상이 벅찬 인간 개복치의 생존 에세이
이정섭 지음, 최진영 그림 / 허밍버드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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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립된 아픔을 해소할 수 있는 법이 있을까?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난 적립된 아픔을 사라지게 하는 법은 없다고 믿는다. 아픔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함께 살아내야 하는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번뇌를 잊어버리라는 현자의 말 한 마디로 아픔을 잊기에 우리 대다수는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 적어도 쌓인 아픔만큼 즐거움 역시 적립돼야 살아갈 에너지가 생길 것이라 믿는다.

p.67

많이 읽히고 안 읽히고를 떠나 세상에 유위미한 글이라면 세상에 대한 자기만의 해석과, 그걸 표현하는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어야 한다. 세상 구석구석의 디테일을 세심하게 빨아들이 후, 자기만의 해석을 더붙여 금이란 형태로 내뿜는다.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후천적으로 얻기 어려운 성격적 자질이 필요한데 바로 소심함이다. 감히 말하건대 소심함은 좋은 글쟁이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p.87

ㅡ소심함에서 비롯한 당신의 방어막이 누군가에게는 무심함으로 비쳐질 수 있습니다.

ㅡ주변의 누군가가 무심해 보인다면 그 사람은 상처많은 소심이일 수도 있고요.

p.146

좀탱이 에피쿠로스에 따르면, 인간의 행복은 쾌락에서 온다. 쾌락은 우리가 아는 즐거움과 비슷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행복한 삶이란 인생 전체를 따졌을 때 즐거움의 총합이 가장 큰 삶이다. 어제와 오늘, 내일이 골고루 즐거워야 한다. 즐거움엔 한계 체감의 법칙이 있고 재화는 한정되어 있기에 한순간의 즐거움에 인생을 올인하는 것은 '안 즐거운 일'이다.

행복을 계산기 두드리듯 재는 무척 좀스러운 입장인데...... 이 방법이 참 쓸모 있더라. 이루기 어려운 목표에 행복감을 올인하지 않고, 충분히 이룰 수 있는 자잘한 것들에 분배하기. 그 자잘한 행복이 다가왔을 때 분명히 인식하도록 종이에 적어둔다.

p.151

내가 혼자만의 시간을 원하는 건, 인생이 혼자이길 바라서가 아니다. 혼자 있는 시간 동안 채운 에너지로 더욱더 즐겁게 함께 지내기 위해서다.

p.199

이정섭, <내가 멸종 위기인 줄도 모르고> 中

+) 이 책은 스스로 소심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며 자기가 얼마나 소심한지 보여주고 있다. 그 사례들은 꽤 구체적인데 소심한 선택과 행동, 생각 등이 잘 드러나 있어서 공감되는 부분도 있고 재미있게 웃은 부분도 있다. 저자는 소심해서 속상한 부분만큼 나름의 즐겁고 행복한 생활을 누릴 수 있음을 강조한다.

소심하고 예민한 사람이 상처를 덜 받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들을 저자의 경험을 통해 제안하고 있다.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것은 아니나 글 속에 녹여내며 소심하지만 분명한 생각과 행동들을 권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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