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곳마다 마음꽃이 피었네 - 장산스님의 53일간 만행일지
장산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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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빚인데요? 스님도 빚이 있으세요?"

"많습니다."

"어떤 빚인데요?"

무척 궁금해하는 선학보살이다.

"태어난 빚, 지금까지 살면서 나도 모르게 많은 분한테 신세진 빚, 스님한다고 공밥 먹은 빚 등등 셀 수 없이 많습니다. "

12%

내 눈과 내 귀라 하여도 믿을 것은 못된다. 눈은 그저 창과 같아서 보일 뿐이고, 귀도 열려 있으니 들릴 뿐이다.

눈과 귀는 보고 듣는 역할을 할 뿐,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그러니 눈과 귀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17%

하나의 습관을 버리면 하나의 광명을 얻음이요,

열 개의 번뇌를 녹여내면 반듯이 지혜가 맑아져 깨달음을 얻는다.

-허운스님

19%

세상 일이란 마음먹은 대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나 역시 계획한 것만큼 이뤄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럴 때는 계획을 세우고 다시 시작한다. 마음도 꼭 믿을 수만은 없는 것 아닌가?

51%

힘들다는 생각도 없이 뚜벅뚜벅 걷는 일에만 열중한다. 힘들면 쉬어가면 되고, 쉬었다가 다시 걸으면 된다.

94%

장산 스님, <걷는 곳마다 마음꽃이 피었네> 中

+) 이 책은 세존사의 장산 스님이 도보 순례를 다녀온 기록이다. 부산 세존사에서 설악산 낙산사까지 그리고 다시 부산 세존사로 돌아오는 53일간의 순례기이다. 그 거리는 1천 300킬로미터나 되고, 스님은 매일 25킬로미터 이상을 걷고 또 걸었다. 말이 쉽지 인도와 차도, 평지와 산을 구분하지 않고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위험했을까 싶다.

걷는 수행으로 자신을 들여다보고, 여러 사찰을 방문하여 선사들의 지혜도 되새기고, 걸으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자연의 모습에 깨달음도 얻고, 걸으면서 육체의 고통과 소중함도 다시 생각하게 되는 스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힘들었던 순간만큼 즐겁고 감사한 순간들이 느껴졌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내가 같이 걷고 있는 기분이 들기에 왜그럴까 생각해보았다. 설마 매일 그리 힘들게 걷고 일기처럼 글을 쓰신 걸까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 부분에 보니, 그날그날의 일들을 메모하고 일기쓰듯 정리해 놓은 뒤 이렇게 책으로 엮은 것이라 했다.

와, 대단하다. 덕분에 읽는 내내 나는 '어딘가를 다녀온 여행의 기록'을 보는 기분이 아니라, '내가 지금 저자와 같이 걷고 호흡할 수 있는 순간'을 만난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나도 걷기를 사랑하고 사찰을 좋아하는 사람이니, 스님처럼 한번 걷기 여행을 떠나보고 싶어졌다. 언젠가 나도 꼭 한번 그리해봐야지 하고 결심하며, 하룻밤 내 몸 누일 곳의 소중함과 한 끼 식사의 행복함에 대해 공감하게 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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