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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 무심코 읽었다가 쓸데없이 똑똑해지는 책
오후 지음 / 웨일북 / 2019년 7월
평점 :
사람들은 흔히 쉽고 얕은 책을 좋아한다고 말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쉽지만 깊은 책을 원한다. 다만 그런 책이 별로 없을 뿐이다. 남들이 아는 수준에서 만족하는 사람은 없다.
2%
어쩌면 인공 비료는 멜서스 트랩을 파괴한 것이 아니라 시간을 조금 유예한 것뿐인지도 모른다. 인류의 선물은 저주로 돌아올지도 모른다. 인공 비료 생산 이전보다 지구의 인구는 훨씬 늘어났고, 자연은 더 파괴되었으며, 우리는 너무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식량 위기, 식수 위기, 혹은 경제 위기는 세계를 지옥으로 바꿀지도 모른다. 인류가 사라지는 게 두려운 것이 아니다. 사라지는 동안 서로에게 보여줄 잔인함이 두렵다.
10%
혁명의 한 축이었던 계몽주의자들은 시민들에게 이전과는 다른 명확한 과세를 제시할 의무가 있었다. 그렇기에 명확한 단위가 필요했다. 단위는 수탈의 도구이기도 하지만 수탈을 막는 도구이기도 한 것이다. 계몽주의자들이 기존 기득권보다 현명했던 점은 단위를 엄밀한 기준에 맞춰 만들려고 했다는 것이다.
13%
현실 부정을 무시하지 마. 그게 얼마나 편한데.
- 영화 <프라이빗 라이프>
21%
플라스틱의 성장은 자본주의의 성장과 함께 한다. 괜히 현대를 플라스틱 시대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플라스틱 제품은 고장 나거나 파손되면(혹은 싫증나면) 언제든 다른 플라스틱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다. 압도적인 범용성! 그래서 역설적으로 플라스틱 자체를 대체할 물질은 아무것도 없다. 설혹 그런 물질이 있다 하더라도 단가가 맞지 않는다. 그야말로 자본주의 정신이다.
23%
유일한 현실적 대안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이지만, 인류는 결코 미래를 위해 현재의 안락을 포기하지 않는다. 자본주의는 물이 오염되면 생수를 팔지, 공장을 멈추려고 하지 않는다.
27%
최근 젠더 문제가 중요해지면서 '양성 평등'이라는 표현이 자주 보이는데, 양성에는 남성과 여성만 포함되므로 잘못된 표현이다. 성소수자의 인권을 무시하려는 이들이 일부러 양성 평등이란 단어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으니, 우리는 '성평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자.
29%
잊지 말자. 약자에게 편한 것은 모두에게 편하다.
39%
데이터가 모이면 모일수록 데이터는 우리가 어떻게 느끼고 어떤 판단을 내릴지 알게 된다. 우리는 자유롭게 무언가를 선택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선택은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조작된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정보와 자유를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자유가 없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진정한 자유가 있다면 모든 것이 다 밝혀지고 데이터화되어도 상관 없다.
59%
인간의 모든 지식은 불확실하고 부정확하고 불완전하다.
- 버트런드 러셀
61%
기후 변화, 기상 조절 등 날씨에 관련된 문제는 세계 단위의 해결책이 필요하다. 지금도 기상 문야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국제 협력이 잘되는 편이다.
71%
오후,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中
+) 이 책의 저자는 초반 서문에서 먼저 고백한다. 본인은 과학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문과 전공자이기에 과학에 대해 어렵게 쓰는 글이 아닌, 쉽게 쓰는 글을 쓰겠다고 이야기한다. 반신반의의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과학 분야에 대해 심리적 거리감과 거부감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책은 마음 편히 읽은 과학 교양 서적이라고 기억할 것 같다. 물론 저자의 언급처럼 마냥 쉬운 것은 아니나, 나처럼 과학에 대해 거리감을 두고 있는 사람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도록 저자는 친절하고 쿨하게 설명해주었다.
여러 개념들을 비롯하여 저자의 풍부한 상식을 만끽할 수 있고, 무엇보다 어렵지 않게 다가오는 점이 좋았던 책이다. 과학이 너무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마치 저자의 재미있는 강연을 듣는 듯한 기분이었다. 흥미로운 테마로 주제를 설정한 점도 마음에 든다. 저자의 다른 책도 찾아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