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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알레산드로 다베니아 지음, 이승수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1월
평점 :
아름다운 것을 한 조각 만져야만 아름다움을 바랄 수 있는 법이다. 지옥은 소망이 들어갈 자리가 이미 다 차버린 곳이다. 그래서 머리를 조아리고 주어진 대로 살게 된다.
12%
"그 모든 시를 읽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니?"
"어떻게 되는데?"
"의심, 불안, 질문이 가득 생겨."
"그럼 문학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질문을 하는데 쓰일까, 아니면 질문을 만드는데 쓰일까?"
"음, 복잡한 문제네. 무엇에 쓰이는데?"
"진부한 것에서 벗어나는데. 모든 것에 의문을 품게 하는 데. 도식을 검증하는 데."
15%
"아니, 삶에 대해, 살아 있다고 느끼는 것에 대해 얘기해. 지금까지 난 원하는 대로 상황이 이루어지는 마법의 세계에서 산 것 같아. 그런데 그곳은 달라. 원하는 것을 할 용기를 낼 때만 원하는 상황이 일어나."
64%
폭력은 진실을 무너뜨리고, 진실을 날려버리고, 진실을 무효화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지만 진실은 더 세게 저항할 뿐이다. 반대로 진실은 성난 개처럼 폭력을 흥분시킨다. 한쪽 힘이 다른 쪽 힘과 맞부딪칠 때 당연히 힘센 쪽이 약한 쪽을 파괴한다. 폭력과 진실은 물리법칙이나 인간들의 법칙과는 다른 듯하다. 폭력과 진실은 서로를 완전히 없앨 수 없다.
80%
늑대 인간들은 가장 약한 자를 선택한다. 그렇게 지배권과 힘을 얻는다. 하지만 인간들 사이에서 가장 약한 자의 희생은, 무관심하거나 겁이 나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사람을 일깨운다. 약자의 희생이 약자를 먹어치운 늑대 인간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살린다.
86%
죽기 직전에 사람이 애석해하는 거은 다섯 가지다.
첫 번째로 애석한 점은 우리의 성향에 따라 산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기대감에 갇혀 살았다는 거다.
두 번째로 애석한 점은 경쟁이나 결과물 때문에, 혹은 우리의 머릿속에만 있는 것이기에 결코 오지 않았던 어떤 것을 좇아서 여러 가지 관계를 무시하고 너무 열심히 일했다는 거다.
세 번째로 우리는 진실을 말할 용기를 내지 못했던 것을 애석해할 거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한 것을 애석해할 거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더 행복하지 못했던 것을 애석해할 거다.
88~89%
알렉산드로 다베니아,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中
+) 이 소설을 다 읽고 나서야 이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설을 읽는 내내 피노 신부님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깊이 와 닿았다. 현재의 교황과 김수환 추기경의 얼굴도 떠올랐다. 신부님은 현명하고 용기가 있어야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가난하고 폭력이 난무하는 동네에서 신부님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애쓰셨다. 그건 누군가를 돕는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다. 그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피노 신부님은 말씀하셨다. 이 신부님을 만나면서 용기를 내고 변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라도 사제의 말씀에 한번쯤 울림을 갖게 된다.
신부님이 그렇게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언제나 그 뒤에 하나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결국 신부님은 누군가의 총에 의해 희생당하지만, 죽을 때도 미소지으며 상대에게 말했다. 기다렸다고. 이 소설을 읽으면서 문학과 예술을 대하는 청소년의 모습, 도움과 사랑의 의미를 배워가는 아이들과 어른들의 모습, 그리고 폭력과 진실 사이에서 방황하며 옳은 것을 찾아가는 아이들의 모습 등을 만날 수 있다. 긴 소설이었지만 시적인 문장들이 꽤 있어서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