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다 지친 나를 위해
서덕 지음 / 넥스트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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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쉬면서 겨우 한 가지 깨달은 사실은, 애쓰는 만큼 쉼은 수렁에 빠진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마음의 많은 문제는 애쓰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일을 더 잘하려고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좋은 사람이려고 사람들에게 웃음 짓고, 잘 살아보겠다고 애쓰며 속이 썩어갔는데 쉼마저도 잘 해보자고 애쓰고 있다니. 애쓰며 살아가는 마음가짐이 습관이 되고 관성이 되어서 어느 순간 애쓰지 않아도 될 쉼마저도 쥐어짜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 쉬었다. 하릴없이 시간을 보냈다. 오래도록 쉬었다. 그것은 애쓰며 살던 나의 관성에 대한 저항이었다. 애쓰지 않으려는 마음을 내 몸에 새기는 시간이었다.

3%

나는 나를 잘 통제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사람들 앞에서 감정을 많이 들어내지 않는 사람이었고, 감정에 흔들리기보다는 눈앞에 당면한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착각이었다. 나는 나를 온전하게 통제하여 다루는 게 아니라, 나를 억누르고 있었다.

7%

시간을 흘려보낸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목적 없이 쉰다. 해야 하는 것 대신 하고 싶은 것만 한다.

완벽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울만큼만 한다. 훌륭한 사람이 되지는 않지만, 덜 아픈 사람이 되어간다.

39%

'위하여'는 무서운 말이다. 쉼마저도 오염시켜버린다. 우리는 어느 순간 쉼이란 말 대신 재충전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재충전은 더 나은 일을 하기 위함이다.

결국 쉼은 일의 연장이 되어버린다.

48%

계획이란 녀석이 개입하면서 '하고 싶다'가 '해야 한다'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무언가를 하지 못하면 내가 나 자신을 채찍질하고 괴롭힌다. 오래된 나의 마음 흐름이다. 무슨 일을 해도 늘 같은 패턴으로 마음은 움직인다. 안 되겠다 싶어서, 그냥 쉬었다. 오래오래 쉬었다.

50%

나의 '관계 체력'은 네 시간 정도의 분량이다.

싫은 사람이라서, 낯선 사람이라서, 불편한 사람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사람과 함께 지내는 시간 자체가 피곤하기 때문이다. 마음 편한 친구와 함께할 때면 소진 속도가 더디지만, 그래도 체력은 계속 소모된다.

76%

서덕, <애쓰다 지친 나를 위해> 中

+) 이 책의 저자는 애쓰며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공황발작 증세를 겪었고, 도저히 안되겠어서 일상의 모든 것에 쉼표를 찍은 사람이다. 초반 도입부를 읽으면서 많이 공감했다. 어쩌면 이 사람의 성향이 나와 닮았고, 그런 부분에서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공황발작 증세가 왜 생겨났는지 이해되기 시작했다.

저자의 말처럼 사람들 중에는 몹시 애쓰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서, 누군가로부터 욕먹기 싫어서,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만족 때문에 등등. 그러다보면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지쳐간다.

그때 우리는 마음이 아프거나 몸이 아프다. 둘 다 아플 수도 있고. 어쨌든 저자는 아프다는 핑게가 생긴 것을 발판으로 회사도 그만두고 오래도록 쉬었다고 한다. 역설적이게도 그 핑게가 반가웠을 정도로 말이다. 그 쉼이 시작되고 지속되며 많은 고민과 걱정이 있었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따르면 저자는 그렇게 쉬고 지금 다시 일을 하는데, 그 시간이 굉장히 의미 있었다고 한다.

이 책은 어떤 방법론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애쓰다 지친 나를 위해 진정한 쉼을 주자는 말을 조심스럽게 해주고 있다. 그 쉼이 어떤 쉼이어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저자의 말들에 깊이 공감했다. 애쓰다 지친 사람들에게, 나도 이런 마음이구나 하는 교감을 전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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