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실의 사계절
김효선 지음 / 낮은산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거 뭐지? 남의 엄마 얘긴데 왜 이리 울컥? 서로 미워하게 되기가 더 쉬웠을 환경에서 끝내 사랑을 ‘발생‘시키고 어여삐 여기는 엄마와 딸. 노순일-오춘실-김효선으로 이어지는 사납고 얼얼한 사랑의 역사를 따라가다 ˝누구 좋으라고 비켜. 사는 게 이렇게 좋은데˝에 이르러 눈물 대폭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통을 말하지 않는 법 암실문고
마리아 투마킨 지음, 서제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타인의 입에서 나온 말을 내 안으로 집어넣어 혈관을 백 번쯤 돌게 한 뒤 심장을 펌프질해 뽑아낸 글. 이렇게 독특하고 환상적인 책은 처음이었다. ˝살아남았다는 사실로부터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p.341)라니! 엄청난 책이다. 굳이 책의 단점을 꼽자면 메모할 여백의 부족과 ‘만든 이‘의 부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주기율표
프리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 돌베개 / 200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레비의 위대함은 그가 겪은 고통이 얼마나 참혹한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을 어떻게 '증류'해 무엇을 남기는가에 있다. 이 책에서 '증류'에 대한 대목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시이기도 하지만, 프리모 레비의 '회고록 쓰기'를 압축한 한 단어이기도 하다. 고통이 삶에 가하는 변화를 이토록 아름답고 정제된 언어로 증류해낼 수 있다는 데 경이를 느낀다.


"증류는 아름답다. 무엇보다 느리고 철학적이며 조용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 또 증류가 아름다운 건 변신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액체에서 (보이지 않는) 증기로, 증기에서 다시 액체로 말이다. 위로 아래로 두 겹의 여행을 하는 사이 마침내 순수한 것에 도달한다. 이것은 모호하면서도 매혹적인 조건이다. 화학에서 출발했지만 그것을 훌쩍 넘어 먼 곳에 이르는 것이다." (89쪽)


<주기율표> 이 책이야말로 화학원소 하나하나에 기대어 출발했지만, 화학을 넘어 "먼 곳"에 도착하는 이야기이다. 헤아리기조차 어려운 고통 속에서도 기어이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마는, 그리하여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되는" 사람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손쉽게 인간을 회의하고 인류애를 저버릴 수 없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체 1~3 세트 - 전3권 (무선)
류츠신 지음, 이현아 외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권 읽어보고 나머지 살 생각 따윈 하지 말길. 한번 펼치면 절대로 중간에 못 멈출 테니. 바쁠 때 절대 열지 말기를. 모든 일 작파하게 될 테니. 상상력의 한계를 박살낸 작품. 이 두꺼운 책을 가방에 넣고 다니며 읽느라 어깨 나감. 내 수명 안에 이 작품 갱신할 소설은 없을 듯. 30년 짜리 여운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지네일리아의 거주자 - 여성적 읽기로 여백을 쓰다 앳(at) 시리즈 9
김지승 지음 / 마티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편집부터 신뢰가 가는 책. 여백을 자유롭게 이용한 마지네일리아처럼 달아놓아 각주마저 하나하나 주목해 흥미롭게 읽게 된다.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료를 검토했을 것이며, 자료 나열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마지네일리아로 끌어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메모를 했을지 절로 그려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